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12.28 12:59

서울대병원 권우일 교수팀, 치료 알고리즘 개발…종양크기 1~2㎝라도 수술로 제거 바람직

왼쪽부터 권우일, 장진영, 김홍범 교수 (사진제공=서울대병원)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국내 의료진이 췌장신경내분비종양 치료를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재발 및 생존에 대한 위험요인을 분석해 향후 수술대상 선정과 수술범위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권우일·장진영·김홍범 교수팀은 2000~2017년 췌장신경내분비종양 치료를 받은 918명의 대규모 코호트 자료를 이용해 재발 위험요인을 분석한 뒤 이를 이용해 치료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췌장신경내분비종양은 췌장암과는 다른 종양으로,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질환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췌관을 구성하는 세포에서 발생하는 췌관선암과는 달리 종양이 췌장의 내분비세포에서 발생한다. 발병률은 췌장암에 비해 낮지만 최근 영상의학 발전과 건강검진의 대중화로 환자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 질환의 악성도가 양성에서 악성까지 다양해 수술대상 선정과 수술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예후인자가 불분명하고, 치료지침도 단순해 환자치료에 어려움이 따랐다. 종양 크기에 따른 예후값이 일관성 없고, 치료지침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 그 배경이다.

연구 결과, 췌장신경내분비종양의 수술 후 5년 무병생존율은 86.5%였다. 재발위험 요인은 ‘수술 후 절제면의 종양세포의 잔존’, ‘세계보건기구(WHO) 분류체계상 고등급’, ‘림프절 전이’로 확인됐다.

또 종양 크기가 직접적인 재발 위험요인이 아니었지만 임상병리학적 특성을 비교했을 때 간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2㎝이하 종양은 그 이상인 경우보다 WHO 등급이 낮고, 림프절 전이가 적었으며, 수술 후 5년 무병생존율은 훨씬 더 길었다. 또 1~2㎝ 크기에선 림프절 전이율은 10.3%였으며, 3%에서 재발했다. 마지막으로 1㎝미만인 종양에선 림프절 전이나 재발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연구에선 2㎝이하의 종양일 경우 경과관찰을 권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 1~2㎝ 종양에서도 약 10%에서 림프절 전이가 있었다. 또 약 20%가 WHO 분류체계상 고등급으로 확인돼 악성도가 적지 않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1㎝미만 종양일 때는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1~2㎝와 2㎝이상 종양은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14개 주요 대학병원 임상자료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정확도와 신뢰도가 높다”며 “향후 1~2㎝ 고위험 종양을 예측하는 연구에 중요한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내용은 유럽신경내분비종양학회지인 ‘Neuroendocrin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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