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01.01 00:00
동해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사진제공=전기순 교수)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아야만 인류는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다. 지난해말부터 미국 영국 유럽연합 등에서 백신접종이 시작되었다지만 지구촌에서 창궐 중인 코로나의 기세가 단기간내 꺾일 가능성은 낮다. 해당 국가 성인의 60~70% 가량이 2~3주 간격으로 두 번 맞을 경우 집단면역이 생기려면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달리말해 빨라야 올 하반기, 늦으면 연말부터야 백신 접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의 정식 명칭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이다. 통상 7번째 코로나바이러스로 분류된다. 이에 앞서 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SARS)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창궐한 바 있다. 21세기 들어 나타난 이런 감염병은 중증 질환을 일으키며 치사율도 높은 편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주요 특성을 '4D'로 압축할 수 있다고 한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지속가능발전, 상생과 환경화’라는 논문에서 “사회적 거리(Distance)두기로 인해 사람들이 거주지(Dwelling)에서 지내면서 디지털(Digital) 서비스로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이어갔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폐업과 실업 등으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 격차(Differential)가 더욱 심화되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새해는 인류가 코로나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검증받는 기간이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과거보다 감염력이 강한 변형 바이러스가 출현, 인도 등으로 확산된 것처럼 올해에도 다른 신종 변형 코로나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되돌아보면 인류의 역사는 각종 신종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끝내 승리한 기록이기도 하다. 당연히 코로나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때론 좌절과 후퇴 속에 보완과 재검증을 거쳐 코로나를 극복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의 특성을 감안하면 퇴치나 근절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방역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국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요령과 지혜를 빨리 터득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현 시점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최신 과학기술을 기반 삼아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단기간 내 백신 개발을 마쳤다는 점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들의 공언대로 각종 변형 코로나에도 먹혀든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코로나의 기세는 올 하반기에도 누그러지지 않을 수 있다. 치료제 역시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물론 각 경제주체들은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맞아 최악의 시나리오 발생에 대비한 전략을 짜야한다. 

다행스럽게 백신의 효과가 입증되고 향후 나올 각종 치료제도 약효를 발휘한다면 코로나에 따른 공포의 구름이 다소 옅어지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전 분야에 활기가 되살아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 비율이 낮은 편인 한국이 코로나 백신 접종에서 굳이 선두주자가 될 이유가 없다는 방역당국의 주장에 합리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국가보다 백신을 늦게 확보한 변명이나 핑계거리로만 몰아세우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뉴질랜드나 대만 등 현재 코로나환자 발생이 거의 없는 국가들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국경을 닫고 내외국인의 출입을 막았다. 대내외 여건 상 한국은 이런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국경 통제 없이 코로나 누적확진자를 6만740명, 사망자는 900명에서 막았다. 12월 들어 급상승했지만 그래도 치명률을 1.48%에서 저지했다. 미국의 치명률 1.74%보다 0.26%p 낮은 수치다. 수많은 희생자를 배출한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지금까지 코로나 방역에서 나름 선방한 국가임은 분명하다. 

물론 국산 치료제 개발에 중점을 두고 백신 확보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여기에는 과거 사스나 메르스사태 당시 수요 이상의 백신을 확보한 것에 대한 사후 추궁이 늑장·보신행정을 낳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국회와 감사당국이 반성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보건행정에서 결과만을 놓고 재단한다면 공무원은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는 소극적인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보건행정에선 때론 지나치다는 비판이 들을 정도로 과감하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을 장려하는 관행 정립이 요구된다. 

다만 정부는 올해 2월 무렵 해외백신을 도입해 이르면 2월, 늦어도 2분기 중 국민들에게 접종한다는 약속을 지켜야한다. 이 시기보다 더 늦어진다면 겨울철이 오기 이전에 집단면역의 효과를 누릴 수 없다. 아울러 국민의 신뢰를 더 상실할 우려도 크다.

발등의 불은 민생경제가 너무 힘들다는 점이다. 2년째를 바라보는 코로나발 경기침체로 내수의존도가 높은 서민경제와 골목상권은 처참할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

이로인해 지난해 일자리부터 크게 줄었다.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취업자는 9개월째 감소행진 중이다. IMF 외환위기 시절(98년 1월~99년 4월) 16개월 줄어든데 이어 가장 긴 기간이다. 11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7만300명 줄었다. 특히 일자리의 핵심인 제조업은 작년 11월보다 11만3000명 감소했다. 

정부는 코로나 비상시국을 맞아 재정 투입에 따른 공공일자리로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효과는 신통하지 않았다. 올해도 취약계층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한 현실에서 불가피한 정책이다. 혈세가 한푼이라도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한다.

지난해 수출이 경쟁국에 비해 선방했는데도 우리 경제에 냉풍이 여전한 것은 수출에 따른 낙수효과가 갈수록 줄어드는 데에도 영향이 적지 않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구입해 국내외에서 가공한뒤 해외에 다시 파는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올리지 못할수록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콩고물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특단의 노력이나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한 이런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 공장 등 ICT 기술을 최대한 적용해 국내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연구개발 능력을 보다 향상시켜 글로벌 고급 연구인력이 우리나라에게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 및 유인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출 장면. (사진제공=전기순 교수)

문제는 공공부문이다. 대다수 국민들의 돈벌이와 씀씀이가 줄어드는 판국에 정부와 지자체, 국가지방공기업, 공공투자기관들은 틈만 나면 산하조직을 늘리고 예산을 더 많이 집행하는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세금으로 먹고 사는 공무원들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소방 방역 치안 보건 등과 직결된 공무원들의 노고와 역할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까지 확충될 필요성이 적지 않다. 다만 단순 행정분야 공무원은 줄어야 마땅하다. 대다수 업무가 전산화되어 과거 열 사람이 할 일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현실 아닌가.

공무원 노조와의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시대 변화에 맞춰 과감히 감출해도 될 분야의 신입 채용을 줄이면서 그 재원을 바탕으로 AI시대에도 꼭 필요한 대면서비스 분야의 공무원을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의 행정통합도 보다 가속화해야한다.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기초 지방자치단체는 계속 늘고 있다. 이런 지역마저 지방공무원을 배정된 정원대로 뽑고 있다. 스스로 돈을 벌어 써야하는 민간 기업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 정권의 사회간접자본투자를 '토건공화국의 행태'라며 비난했던 문재인정부도 집권 2년차였던 재작년부터 생활SOC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지방 곳곳에 체육관 사회복지시설 등을 잇따라 짓고 있다. 한적한 시골이나 교통량도 적은 곳에도 새로운 지방도로가 신설되는 형국이다.

이런 SOC는 신설에 못지 않게 관리비용도 엄청나게 들어간다. 과연 소속 공무원들의 인건비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기초지자체가 숱한 마당에 10년 뒤에도 관리비용을 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효율적인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극복에 국력을 집중해도 아쉬운 판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잘못으로 오는 4월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가 열리게 된다. 이전 정권에서 결정했던 김해신공항안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가덕도신공항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과거 정권의 오류를 바로잡는다고 주장하지만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부산시와의 협의가 중요하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기회 삼아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지난 총선 직전 전 국민에게 전격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되면서 결과적으로 여당의 압승을 도왔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장 이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가와 지방의 경쟁력 제고와는 무관한 현금 단기 살포와 유사한 선거공약에 매달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만약 무분별한 선심공세에 유권자가 현혹된 결과가 나타난다면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보다 저급한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상반기 서울시민과 부산시민의 선택이 중요하다. 당면한 과제를 헤쳐 나가는데 누가 더 적격인지 냉철할 판단으로 후보자를 골라야한다. 공공부문의 비대화를 견제하고 납세자를 위한 서비스를 향상시킬만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가 선택을 받아야만 2030세대가 앞으로 짊어질 부담이 그나마 덜 늘어날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 공약 반영에 따른 정책패러다임은 변화할 수 있다. ‘녹색경제’ ‘혁신경제’ ‘한국판 뉴딜’ 등 국정 아젠다가 대표적이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을 사전예고없이 갑자기 바꾸는 것은 삼가야한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올해부터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한다. 현 정권에서 장려했던 아파트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혜택을 갑자기 중단한 사례가 반복되어선 안된다. 사전 예고없이 대출규제조치를 기습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면죄부를 받기 힘들다. 투기 방지라는 이유로 은행에서 빌려 집을 사지 못하게 막은데 이어 팔려는 수요마저 높은 양도소득세로 발목을 잡고 있다. 보유세를 높이면서 거래세는 낮추지 않는 것도 모순이다.
 
과거 정권이 입안한 정책으로서 현 정권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고 해서 곡절과 배경을 따지지 않고 갑자기 바꾸는 행태도 문제다. 기존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함은 물론 예측가능성까지 위협한다. 민간 재건축 현장에서 소규모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기위해 넓은 지분을 가진 소유주에게 신축 아파트를 하나 더 제공했었다. 최근 '1+1 입주자’들은 1주택 소유자와 비교할수 없을 만큼 보유세가 급증했다. 당시 정부 정책에 해당 조합과 조합원은 충실히 따랐을 뿐인데 되돌아온 결과는 '세금 폭탄'이었다. 투기목적과는 무관했는데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졸지에 투기꾼 취급을 받은 셈이다. 

재화의 가격은 시장에서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원리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공산주의 경제를 압도하게 된 것은 개인의 이기심에 근거를 둔 시장경제원리의 효율성과 우월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핵심도시 주택가격은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수년동안 크게 올랐다. 중국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집 값은 폭등했다.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기회, 편리한 교통, 쾌적한 생활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는 지역은 선진국과 중진국을 막론하고 수요가 몰리고 있다. 

현 정권은 서울 핵심 요지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도록 유도한 각종 규제 정책을 남발했다. 집은 거주 공간이지 매입 대상이 아니라는 대의명분을 내걸었다. 고상한 슬로건과는 달리 이로 인한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 오히려 집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를 더 벌렸다. 집을 사는데 필요한 기간이 더 늘어났다. 집값이 폭등했다고 해도 집을 팔고 세금을 내고 나면 같은 수준의 집을 살 수 없다. 일부 다주택 보유자를 빼고는 대다수 국민이 피해자가 된지 오래다. 

거래량이 급감하다보니 어쩌다 한두건 이뤄진 고가의 매물가격이 해당 지역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휴식 공간이자 제2의 사무실로서 주택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니 쾌적하고 안락한 집에 대한 수요도 훨씬 커진 상황이다. 

결국 많은 국민이 희망하는 지역에서 주택을 살 수 있도록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다. 아울러 적절히 세금을 내면서 주택을 팔 수 있도록 거래의 숨통을 풀어주는 연착륙정책도 뒤따라야한다. 무주택자들이 양질의 공공주택을 구매가능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대량으로 공급하는데 주택정책의 중점을 두어야한다.

작업환경이 위험하고 유해한데다 임금도 낮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추진되는 것이 맞다. 다만 대기업 소속 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대형 노조원까지 보호하려는 것은 ‘노동 존중’이 아니라 ‘기득권 노조 우대’일 뿐이다.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했다면 사용주에게도 파업시 대체 근로자 투입 허용 등 상응한 대응 조치를 인정해야한다. 노사 모두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누리도록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노조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었다는 현행 노사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사회보험료 증가 부담 속에 일자리 증가는 요원한 꿈이 될 뿐이다. 매년 부담이 늘고 있는 4대 보험이 제대로 적절히 지출되고 투자되고 있는지 국회를 중심으로 온 국민이 감시에 나서야 할 때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민간기업이 보다 과감히 투자하고 인력채용에 나설 수 있도록 재계가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하기 좋은 기반을 조성하는데 보다 주력해야 한다.

대한민국 일자리의 대부분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이 제공한다. OECD 국가중에서 일본과 함께 가장 높은 상속세도 중소기업 중견기업 위주로 대폭 줄여주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크다. 오너 2세, 3세가 세금이나 승계문제로 고민하지 않고 신제품 개발과 판로 개척 등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한다. 현재보다 순조롭게 가업승계가 이뤄질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방안을 늘려 양질의 일자리가 꾸준히 창출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이공계 인재들이 주로 진출하는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디스플레이, 수소·전기차 등 미래성장동력에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고급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국가경제발전과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이다.

아울러 비이공계 출신 청년이나 50세이상 중고령자, 장애인들이 땀 흘릴 만한 틈새시장 공략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1차 산업이 농업을  2차 가공산업 및 3차 서비스업과 융합해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만드는 농어촌 융복합산업이 대표적이다. 6차산업의 고용창출력은 결코 적지 않다.

청년농업인이나 귀농을 꿈꾸는 도시 은퇴자를 위해 스마트팜에 대한 금융, 데이터, 판로지원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져야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스마트팜 면적을 1만 헥타르로 확대한다면 4만2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수산업과 산림업에서도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주변 여건과 관련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보다 높여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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