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1.01.03 08:35

290만 SNS 팔로워 지닌 미국 대형 인플루언서 '릴미켈라', 패션브랜드 협업 등으로 1170만달러 벌어

버추얼 크리에이터 '세아(SE:A)'가 지난 29일 정오부터 24시간 동안 진행했던 릴레이 기부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무리 했다. (사진제공=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버추얼 크리에이터 '세아(SE:A)'가 지난 29일 정오부터 24시간 동안 진행했던 릴레이 기부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무리 했다. (사진제공=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지난해 12월 29일 7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세아(SE:A)'는 24시간 '논스톱'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세아의 방송에는 약 1056명의 시청자가 참여했다. 시청자가 1000원씩 후원금을 쏘면 세아는 최신 유행어, 감사 인사 등 리액션을 보인다. 아프리카tv나 유튜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방송 진행자와 같은 모습이지만 세아는 사람이 아닌 가상 캐릭터라는 점이 다르다.  

세아와 같이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활동하는 가상 캐릭터를 '버추얼 크리에이터(Virtual Creator)'라고 부른다. 버추얼 크리에이터 중 전문 유튜버처럼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는 가상 캐릭터 유튜버는 '버추얼 유튜버(브이튜버)'라고 말한다.  

2018년 게임 회사 스마일게이트에 의해 탄생한 국내 최초 버추얼 유튜버 세아는 이날 다문화 대안교육기관 '해밀학교'의 IT 인프라 지원 사업 기부금 모집을 목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펼쳤다. 1000만원 기부금 모집을 목표로 했던 이날 방송이 종료된 후 세아는 8월부터 모아온 기부금과 스토브 인디의 후원금 등을 합쳐 총 2800만원을 기부하는 데 성공했다.

버추얼 크리에이터는 모션 캡처 기술을 통해 실제 사람의 동작 정보를 따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가상 캐릭터이다. 녹음된 사람의 목소리를 활용해 생명을 얻는다. 그들은 가상 세계에 존재하지만, 실제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가상 캐릭터인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장점은 위험이 적은데도 성공한다면 보상이 크다는 것이다. 일반 인기 연예인을 브랜드 모델로 기용할 경우 활용 범위에서 제약이 따르고, 사생활로 인한 이미지 실추 등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상 캐릭터는 지치거나 늙지 않고, 기업이 원하는 만큼 무궁무진하게 활용 가능하다. 현실 속 모델을 기용하는 것과 다른 이점이 있다. 24시간 라이브 방송이 가능한데다 게임 해설부터 사진집, 광고, TV쇼 출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동할 수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기업 광고모델로 기용된 연예인이 음주운전, 도박 등 각종 논란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손해를 가져올 리스크가 있는 반면 가상 모델은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시장이 더 발전하면 연예인이 논란으로 드라마·예능 등 방송을 하차해야 하거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필요한 때에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기성 유명인을 대체하고 그들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기업에서 버추얼 크리에이터를 직접 제작한 경우라면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굿즈 판매 등도 자유롭다. 실제로 스마일게이트의 브이튜버 세아는 굿즈를 제작해 판매한 뒤 수익금을 기부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브이튜버 카즈나 아이가 가상 공간에서 트위터를 개설하고 있다. (사진=카즈나아이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2016년 브이튜버 카즈나 아이가 가상 공간에서 트위터를 개설하고 있다. (사진=카즈나 아이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게임 업계는 가상 캐릭터를 다른 산업군에 비해 빠르게 받아들여 적용해왔다. 게임 또한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 브이튜버의 등장은 지난 2016년 일본에서 탄생한 '카즈나 아이'였다. 일본 미소녀의 모습을 한 이 캐틱터는 자신을 버추얼 유튜버라고 소개했다.

당시 생소했던 브이튜버 등장은 소비자의 이목을 끌어 가상 캐릭터의 트위터 계정 만들기, 체력 측정 등 다소 간단한 콘텐츠 업로드만으로도 시작 1년 만에 유튜브 팔로워 100만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현재 288만 구독자를 보유한 카즈나 아이는 실제로 일본 관광청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유명 인사와 함께 콘서트를 여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를 보고 일본 내에서는 브이튜버와 이를 전문으로 생성·관리하는 홀로라이브(Hololive) 등 브이튜버 전문 소속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본 빅데이터 기업 유저 로컬은 2018년 3월 기준 1000명가량이던 브이튜버가 1년만인 2019년 5월에는 8000명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열풍에 전세계 게임 회사들도 세아와 같은 버추얼 크리에이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이들을 유튜브 전문 브이튜버로 변신시켜 게임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게끔 하고, 새로운 게임의 홍보를 맡겼다.

지난 2018년 (여자)아이들의 멤버 '소연(왼쪽)'과 AR 기술로 무대에 오른 'K/DA(Kill/Death/Assist)'의 멤버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의 개발·유통사인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2018년 '가상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색다른 시도를 했다. 

게임 롤의 캐릭터 아칼리, 아리, 카이사, 이블린을 기반으로 한 가상 그룹 'K/DA(Kill/Death/Assist)'는 국내외 가수의 목소리를 빌려 'POP/STARS'라는 실제 음원을 녹음하고 발매했다. 

음원은 미국 아이튠즈 K-POP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선보인 뮤직비디오는 입소문을 타 공개 한 달만에 유튜브 1억 뷰를 돌파했다.

라이엇게임즈는 K/DA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롤 월드 챔피언십 무대에서 AR 기술을 활용해 국내 걸그룹 '(여자)아이들'과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보이고, 올해 8월에는 새로운 음원을 출시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 진입과 기술 발달로 브이튜버 뿐 아니라 버추얼 크리에이터 전체의 활약 범위가 무궁무진하게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가상 캐릭터를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과 소프트웨어 등이 이전에 비해 저렴해져 가상 캐릭터를 창조해 모델을 기용하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5G 시대가 본격화돼 VR·AR 기술 활용이 쉬워지면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진제공=릴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릴미켈라의 인스타그램 사진들. (사진제공=릴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게임 업계 외에도 버추얼 크리에이터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블룸버그는 지난 10월 리서치 서비스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데이터를 인용해 2022년 전 세계 브랜드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약 17조 원을 투자하게 될 것이며, 그중 상당 부분이 실제 사람이 아닌 '버추얼 인플루언서'에게 쓰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SNS 등에서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것이 곧 '버추얼 인플루언서'이다. 일반적인 인플루언서와 마찬가지로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댓글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글로벌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는 지난 10월 버추얼 모델인 '임마(Imma)'를 선보였다. 임마는 33만명의 SNS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기업 브러드에서 만든 3D 버추얼 크리에이터 '릴미켈라(lilmiquela)'는 SNS 팔로워가 무려 290만에 달하는 유명 인플루언서이다. 프라다, 겐조 등 명품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활발히 활동해 올해 1170만 달러(한화 약 132억 원)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세계 최초 디지털 패션모델인 '슈두', 가상 뮤지션 '버뮤다' 등도 각종 패션·뷰티 브랜드와 협업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렇듯 최근 등장하고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기존 버추얼 유튜버보다 더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최근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ROZY)'를 SNS에 공개하고 약 1만 명의 팔로워를 모은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관계자는 "로지 인스타그램을 운영한 지난 3개월 동안 어느 누구도 로지가 3D 가상 모델임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버추얼 인플루언서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정도로 사람보다 더 사람 같다"고 말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ROZY)' (사진제공=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ROZY)' (사진제공=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K-POP 시장에도 실제 사람과 가상 캐릭터를 결합한 그룹이 출시됐다.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4명의 멤버와 가상세계의 캐릭터 4명이 소통하는 신예 걸그룹 '에스파'를 론칭했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11월 '2020 제1회 세계문화산업 포럼' 기조연설에서 에스파를 두고 "셀러브리티와 아바타가 중심이 되는 미래 세상을 투영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를 초월한,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개념의 그룹으로 탄생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IT 전문 리서치 회사 IDC 재팬은 2022년 전 세계 AR 및 VR 시장 규모는 2018년 대비 약 10배에 해당하는 1223억 7000만 달러에 달하고, 2017년~2022년 사이 연평균 성장률은 69.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가상현실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면, 가상 캐릭터인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활용 범위와 가치 또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현재까지 국내 버추얼 크리에이터는 후원금, 굿즈 판매를 위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앞으로 게임·SNS 등을 통해 가상 공간에 익숙하고, 버추얼 크리에이터를 상대적으로 많이 접해본 1020세대가 향후 시장의 큰 손이 되면,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되고 수익 구조 또한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룹 에스파의 멤버 닝닝(왼쪽)과 그녀의 가상 캐릭터. (사진=SM 엔터테인먼트 공식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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