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1.03 15:00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센터장 "국가별 방산수출 드림팀 구성해야…인니에 민간부문 포함 'G2G' 패키지 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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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경기 고향 킨텍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에서 한국형 전투기인 KFX 모형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지난해 한국 방위산업은 지구촌을 덮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시작은 산뜻했다. 지난해 1분기에 인수합병(M&A)과 대형 사업 수주 및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면서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럽과 동남아 수출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거래특성상 글로벌 전시회는 방산기업의 대표적인 마케팅 통로였지만 취소 또는 연기되고, 각국이 국방비를 보건·복지비로 돌리면서 수출 전선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말 한화방산계열사들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가 잇단 수주 잭팟을 터트리며 향후 전망을 밝혔다.

올해는 이러한 기세를 바탕으로 방산수출 시장의 활로를 뚫기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인도네시아가 몽니를 부리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 KF-X 공동개발과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수출 대금 확보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전투기 수출을 놓고 한국과 프랑스 간에 건곤일척의 방산대전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판이다.  피튀기는 싸움에서 이기는 쪽이 인도네시아 방산시장 교두보를 확보하고 나아가 향후 동남아 방산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K-방산은 연말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려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사활을 건 승부수를 던져 수주에 성공해야한다. 

잠수함 1차 사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1,400톤급 잠수함 2번함 아르다데달리(ARDADEDALI)함.(사진제공=방사청)&nbsp;
잠수함 1차 사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1,400톤급 잠수함 2번함 아르다데달리(ARDADEDALI)함.(사진제공=방사청;

인도네시아 KF-X 미납금만 6000억·잠수함 계약금도 지급하지 않아

KF-X 공동개발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6년 이후 3년 동안 분담금 6000억 원을 미납했다. 또한 잠수함 계약금 1600억 원도 1년 8개월째 한국에 지급하지 않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23일 방위사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KF-X 분담금 미납액 규모는 12월 기준 6044억원에 달한다. 2016~2020년 지급하기로 계획된 분담금 8316억원 중에서 4분의 1 수준인 2272억원만 지불됐다.

군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내부 사정이 생각보다 복잡해 분담금을 한국에 송금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내년 이후 인도네시아가 내야 할 금액이 90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분담금 미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KF-X 개발 과정에서 한국의 부담이 커진다.

또한 지난해 4월 계약한 잠수함 3척 건조 계약금 1600억원도 2년 가까이 미지급된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돈 지급을 미루고 있다. 경제성장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우선이고, 코로나19가 겹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KF-X나 국산 잠수함보다 고가인 유럽 무기에 관심을 표시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대선 맞수이자 장군 출신인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지난해 10월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직후부터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갈등이 원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프라보워은 취임 일성으로 '무기 도입의 다각화'를 선언했다. 단골인 한국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터키, 러시아, 프랑스 등과도 다리를 놓자는 뜻으로 분석된다.

다만 KF-X 분담금 미납이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대통령과 국방장관 간의 정치적 갈등이라고 결론내리기는 어렵다.

방산 전문가들은 수년 동안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누적된 한국 무기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KF-X와 잠수함 거래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인도네시아 리스크' 관리가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런 국면에 동남아 방산시장 공략을 위해 조용히 움직이던 프랑스가 그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측은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부 장관이 현지 TV에 출연해 "서명은 하지 않았으나 많은 작업을 수행했고, 거래도 잘 진행됐다"고 밝히는 등 합의 성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내년 초 체결될 것으로 알려진 양국간 포괄적 방산협력협정에는 프랑스가 라팔 전투기 36대 외에 스콜펜급 잠수함 3척, 고윈드급 초계함 1~2척, 스칼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포함한 첨단 항공무장 판매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닷소, 탈레스, 에어버스 등이 기술이전과 산업협력을 제공하고, 금융지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산업협력은 에어버스 여객기 생산에 인도네시아가 부품을 제공하는 형태가 거론된다. 닷소도 비즈니스 제트기를 만들지만, 미국 수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우려를 피하기 위해 에어버스가 대신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방사청은 "인도네시아의 공식입장이 없다"는 점을 밝히며 라팔 거래와 KF-X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방사청은 '인도네시아 라팔 구매=KF-X 이탈' 프레임을 극도로 꺼리는 기류"라고 전했다. 현재 방산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는 고가의 라팔 도입과 KF-X 공동개발을 함께 추진할 여력이 없다"며 KF-X 이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은호 신임 방위사업청장. (사진=국방 TV 캡처)<br>
강은호 신임 방위사업청장. (사진=국방 TV 캡처)<br>

정부, 인니 시장 지키기 위해 'KF-X, 잠수함+알파 패키지 딜' 필요

한-인니 KF-X 공동개발은 KF-X의 양산 가격 인하와 수출 교두보 마련 등 KF-X의 핵심적인 이익을 좌우한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3척 수출은 이번 정부의 가장 뚜렷한 방산 수출 실적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몽니로 인해 연쇄적인 정상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으로 공을 들여 구축한 한-인니 국방 협력의 양대 축이 흔들리고 있다.

현재 방산 전문가들은 국방 선진국인 프랑스의 판 흔들기에서 인도네시아 방산시장을 지키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KF-X, 잠수함+알파 패키지 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프랑스처럼 인도네시아의 수요에 부응할만한 장비들을 한데 묶어 일괄적인 거래를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말라카 해협 등에서 해적의 위협에 늘 시달리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위협도 만만치 않다.

테러를 저지하려면 우리 군의 워리어 플랫폼과 유사한 개인전투장비, IT 장비, 장갑차 등이 필수다. 해적과 밀수 조직 소탕을 위해서는 고속단정을 확보해야 한다.

개인전투장비나 지휘통신체계, 고속단정 등은 국내 방산 업체들도 생산하고 있으므로 인도네시아에 언제든 판매할 수 있다. K-21 보병전투장갑차를 만드는 한화디펜스 이외에 해안·감시 정찰 용도로 제작된 무인선박 해검시리즈를 만든 LIG넥스원도 있다. 이들을 앞세워 '패키지 딜'을 시도하자는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현지에 적합한 무기와 함께 프랑스가 제안하지 않는 장비들을 수출하겠다고하면 '패키지 딜'의 차별화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금융지원을 추가하면 프랑스와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센터장은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인도네시아가 간절히 원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알아야 한다"며 "인도네시아가 원하는 다른 사업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센터장은 "특히 국가별로 방산수출 드림팀을 구성해야한다. 인도네시아에 한사업에 한 제품만 딜을 할게 아니라 국가 전체로 딜을 해야한다"면서 "인도네시아가 원하는 지상무기·전투기·잠수함이 있다면 프랑스 전략을 압도할 수 있는 민간부문을 포함한 패키지딜과 한번에 정부와 정부의 딜을 할 수 있는 'G2G' 패키지 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방부·방사청·외교부·산업부가 필요하다"면서 "금융지원도 필요하니까 기재부도 지원해야하고 우주 방산산업을 위해 과기부까지 나서야한다면 방산 드림팀에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취임한 강은호 방사청장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방산업계 방사청 개청 당시부터 합류해 유도무기사업부장, 방산기술통제관, 기획조정관, 지휘정찰사업부장, 기반전력사업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전문가다. 

강 청장은 감사원 출신인 왕정홍 전 청장과는 달리 방사청을 잘알고 있는 만큼 방위사업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와 이에 대한 해법도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강 청장이 차장 시절이던 지난 9월 직접 대표단을 이끌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 이 문제 해결을 시도했기 때문에 인니 리스크에 대해 잘 대처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강 청장은 지난 12월 28일 취임식에서 "정책의 완성은 성과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추진해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면 그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성과 창출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강 청장은 어렵게 구축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방산시장 교두보를 프랑스로 부터 지켜내고 코로나 위기에 어려움을 겪는 방산업계를 위해 존재감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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