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1.02 19:30

"성장률 개념, 1인당 평균소득 증가율 나타낼 뿐…상위 10% 자산 43.7% 차지해 대다수 국민 소득과 괴리"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새해 우리나라 경제 전망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경제 관련 수치 이면에 숨겨진 '실질적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른바 '민주적 GDP'라는 개념을 통해 과거로부터 써왔던 GDP라는 개념의 허점을 지적한 조준상 민생당 정책실장의 일침이 그것이다. 

조 실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매체경제학을 수료한뒤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을 지냈다. 

조 실장은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2021년 국내 경제 전망'과 관련해 "새해 성장 전망과 관련해 가급적 정부 말은 안 믿는 게 좋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역성장 전망이 우세하던 지난 5월 정부는 0.1% 플러스 성장을 예측했지만 결과를 보면 작년 성장률은 –1.1%로 추정된다. 의지 과잉의 정부 전망과 무려 1.2%포인트나 격차가 난다"고 지적했다.

◆조준상 "올해는 기존 GDP의 금권주의 속성이 본격화하는 원년"

조 실장은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정부의 내년 성장 전망은 3.2%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낙관 시나리오 아래에서 3.0%, 비관 시나리오 아래에서 2.0%를 예측한 것에 견줘보면 역시 '의지의 과잉'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함정은 올해 민간소비가 작년보다 2.4%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는 점에 있다"며 "작년 민간소비가 전년 대비 4.3% 감소가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2019년 민간소비 수준의 98% 수준까지 회복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전년 대비 6.0%나 증가한 지난해 설비투자가 새해에도 4.7%까지 늘어날 걸로 보는 것도 '희망사고'처럼 비친다"며 "국내총생산에서 민간부문의 소비와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4%(2018년 국민계정 기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 수치들의 작은 차이는 성장률 전망을 왕창 빗나가게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충격이 올해 상반기까지 간다고 할 때 민간소비는 작년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성장률은 3%를 밑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급적 정부 말은 안 믿는 게 좋다"며 "의지의 과잉만 선보이지 말고 기존 금권주의 GDP 보완자료를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계속해서 "하지만 이런 성장률이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이냐. 현재의 성장률은 1인당 평균소득의 증가율을 나타낼 뿐"이라며 "여기서 가중치는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개별소득의 비중이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상위 10%는 전체 자산의 43.7%를 보유하는데, 이 상위 10%의 절대 규모가 1만명에 불과해도 GDP 계산에서 차지하는 가중치가 0.437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니 이들의 소득이 10%만 올라도 나머지 90%의 1인당 평균소득 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이거나 마이너스를 한다고 해도 GDP 성장률은 플러스로 나타난다"며 "아마도 올해는 기존 GDP의 이런 금권주의(plutocracy) 속성이 본격화하는 원년이 되기가 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예상대로 나온다해도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 증가와 무관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발언이다.

또한 "그만큼 개별소득 증가율의 평균이라는 대안적인 '민주적 GDP'에 대한 바람도 커질 것"이라며 "적어도 소득 5분위 계층별 혹은 10분위 계층별 소득증가율의 평균 정도는 금권주의 GDP를 보완하는 자료로 정부가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민주적 GDP'로 측정하면 성장률은 확실히 마이너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실장의 주장은 과거로부터 사용해 온 GDP라는 개념이 '부(富)의 공평한 분배'를 담아내는데 한계를 갖고있는 만큼,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민주적 GDP'를 중시해야 한다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이혜훈 "과대평가"·유승민 "전문가들, 자산시장 거품 붕괴 경고"

야당의 경제통 정치인들도 올해 한국 경제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경제학 박사 출신인 이혜훈 국민의힘 전 의원은 12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지금의 주가 상승은 비정상적"이라며 "수출 실적을 감안해도 27%정도 과대평가돼 있고, 넘쳐나는 유동성을 감안해도 15% 정도 과대평가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했다. 이어 "실물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진 거품 주가로 리스크가 상당해 정부가 단단히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경제전문가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의 주가상승은 '시중에 풀린 돈이 몰려서 올라간 머니게임'의 측면이 크다"며 "그래서 전문가들은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를 경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지금 거시경제의 흐름은 좋은 게 아니라,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를 위험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수출과 주가 숫자만 보고 거시경제가 좋다고 하고 자화자찬할 상황이 아니다. 거시경제 흐름이 좋다는 식으로 '정신승리' 할 때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 "코스피 3000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 나와"

야권의 이런 평가와는 달리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주가지수 급등의 긍정적 의미를 치켜세우며 자화자찬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코로나 확산과 방역 강화로 내수와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의 거시 경제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며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주가(코스피지수) 3000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반등할 것이라는 시장과 국내외 투자자들의 평가"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대한상의는 내년 1분기에 제조업 체감 경기가 코로나 확산 이전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해에는 이런 희망의 불씨를 키워 나가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코로나 충격으로 올해 전 세계 경제가 극심한 동반 침체를 겪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많은 어려움속에서도 위기에 잘 대처했다. 그 결과 올해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맞장구를 치면서 "코로나 고난 속에서도 경제 희망이 살아났다. 어제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해서 석달째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월 11일에 내놓은 '2021년 국내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는 2020년에 –1.1%의 역성장을 기록한 후, 2021년에는 상품수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이 제한되면서 3.1%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KDI는 또 "2020~21년 연평균 성장률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는 내년에도 여전히 정상 성장경로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민간소비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한 소비활동 위축이 이어지면서 올해(-4.3%)에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2.4%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국내 경기와의 관계'에 대해선 "최근 발생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2차 유행의 대처가 원활하지 못해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며 "전 세계 주요국에서 강력한 방역조치가 장기간 시행될 경우, 최근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우리 수출이 다시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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