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4.19 16:39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지난 1987년 오늘날의 헌법이 만들어진 이후 꾸준히 제기돼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정 과제를 추진하고 정부의 업적과 성과를 국민들로부터 한 번 중간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크게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권력의 박근혜 대통령 역시 4년 중임제로의 개헌에 찬성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안하는 이원집정부제·내각책임제는 각 정치 세력이 받아들이는 온도차가 크다.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의 경우 다수당 총리가 행정 권력을 장악하는 이원집정부제가 못마땅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세력으로 정치를 노리는 계파 수장의 경우는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를 통한 입법권 장악에 야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원집정부제가 도입될 경우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 치안·외교·국방 등을 맡는 대통령은 별도의 대선을 통해 선출하고 행정과 내치를 맡는 총리는 다수당이 임명할 경우 한국 정치는 어떻게 전개될까. 

개헌에 성공해 이원집정부제가 도입되더라도 정작 적용 시점은 차기 대선이 끝난 후 정부 출범 시점에 맞출 가능성이 크다. 현재 권력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다음 대선주자와 다수당이 권력을 분점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1987년 마련된 오늘날의 헌법 역시 시행일은 다음해인 1998년 2월 정부 출범시기에 맞춰진 점도 중요한 과거 사례다.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보면 내년 말 있을 차기 대선이 이원집정부제 내에서의 권력지형 개편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몸집이 큰 정당에서 후보를 내 대선에서 이기느냐, 아니면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대선까지 완주해 승리하느냐가 가장 큰 변수다. 

먼저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각자 모두 국민의당에 ‘연정’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권력과 다수당의 행정 권력을 안정적으로 함께 운영해나가기 위해서는 과반 의석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디에 의석수를 보태주느냐 결정할 권한이 생기는 국민의당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문제는 국민의당의 결속력이다. 대권을 노리는 안철수 대표와 다수당 지위를 확보해 내각에서 힘을 발휘하고 싶은 평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다음 대선을 생각해야 할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의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조건에서 다수당 성립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소속 의원들은 내각 진출 또는 임명권을 다수 확보하는 것에 더 큰 매력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다시 쪼개지고 새정치민주연합 출신 호남권 의원들은 더민주로, 여권 출신 의원들은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대표가 대선까지 완주해 승리할 경우에는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38석이라는 소수 의석을 갖고 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국민의당은 새누리와 더민주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자체 의석수가 워낙 적어 총리직까지 가져가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다만 최대한 많은 내각 임명권을 줄 의향이 있는 당과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연대해 다수당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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