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1.01.10 00:15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고객 가치 경영' 지속 추진…올해 '초세분화 통한 이해·공감' 강조

(사진제공=LG전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디지털 영상 메시지 통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국내 10대 그룹 최고경영자의 신년사 핵심 키워드가 변화하고 있다. 예년과 달리 '혁신'과 '경쟁'은 올해 신년사 키워드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대신 '생각'과 '마음' 등 감성적인 표현이 다수 포진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사상 초유의 사태를 함께 경험한 구성원들을 다독이고, 위기 극복 참여를 당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의 2021년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고객'으로 총 56회가 언급됐다. 이어 성장(35회)·변화(31회)·사회(30회)·미래(30회)·새로움(30회)·환경(24회)·글로벌(23회)·안전(22회)·코로나(22회) 등이 '톱10'을 형성했다.

특히 '고객'은 2019년(59회), 2020년(72회)에 이어 올해도 3년 연속 빈도수 1위를 차지했다.

대기업들은 회사를 만들어 준 근간이자, 미래를 결정짓는 것도 결국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객 가치를 잘 만들어 나가는 일이 가장 기본이고 끊임없이 해야 할 업의 본질이라는 철학이다.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개인화되고 소비 패턴도 훨씬 빠르게 변하면서 고객 안에 숨겨진 마음을 제대로 읽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올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경영이념을 강조하며 '고객'을 30차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10차례 언급한 바 있다. LG와 신세계의 신년사 최다 언급 키워드는 3년 연속 '고객'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사자성어 '불요불굴'을 언급하며 "우리의 유일한 불요불급의 대상은 고객"이라며 "고객을 향한 '광적인'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불요불급은 '결코 흔들리지도 굽히지도 않고 목표를 향해 굳건히 나아간다'는 뜻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고객을 가장 중심에 두고, 고객 경험 및 고객 가치를 높이는 기업이 되자"면서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준법 문화의 정착과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적극 부응해 신뢰받는 100년 기업의 기틀을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4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2021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4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2021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대부분의 기업들이 최우선 가치로 '고객'을 강조하고 있지만,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신년사는 매년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2019년 첫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천명한 이후 고객 가치 경영 메시지를 계속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2019년에는 LG만의 고객 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 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등 세 가지로 정의했다.

2020년에는 고객 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페인 포인트는 단순히 불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우리에게 바라는 모든 것이라는 것이 구 회장의 철학이다. 그는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불편해 하는지, 직접 고객의 입장이 돼 찾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구 회장은 LG의 고객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 집요한 마음으로 고객 감동을 완성해 LG의 팬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신년 메시지의 중요한 포인트로 '초세분화를 통한 고객 이해와 공감'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고객을 촘촘히 쪼개서 보며 그렇게 세분화된 고객별로 각각의 니즈를 깊고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평범하고 보편적인 니즈가 아니라 고객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니즈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초세분화의 구체적 방법으로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을 제시했다. 그는 "고객 인사이트를 어떻게 구체적인 가치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지 넓고 다양하게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때 AI, 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LG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에 약 8000만달러(약 870억원)를 투자하고 지분 50% 이상을 확보했다.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에 약 8000만달러(약 870억원)를 투자하고 지분 50% 이상을 확보했다. (사진제공=LG전자)

최근 LG전자는 미국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알폰소'를 약 8000만달러(약 870억원)에 인수했는데, 구 회장의 '고객 감동을 향한 집요함'이 나타나기도 했다. 알폰소는 지난 2012년 설립된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이다. 독자 개발 AI 영상분석 솔루션을 보유했으며, 북미에서 1500만 가구의 TV 시청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자발광 올레드 TV를 앞세워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LG전자의 연간 TV 출하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3000만 대에 육박한다. 프리미엄 TV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LG 올레드 TV는 전체 OLED TV 시장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LG전자가 알폰소의 광고·콘텐츠 분석 역량을 활용하게 되면, LG TV를 구매하고 시청하는 고객에게 무료 방송 서비스 LG 채널 등을 통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 및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고객 취향을 세분화해 분석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고객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구 회장의 전략이다. LG전자는 단순한 콘텐츠 수익 창출뿐 아니라 TV를 넘어 전 사업 영역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는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고객 가치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영역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매년 신년사를 통해 일관되게 자신만의 '고객 가치 실천'에 대한 경영 철학을 추구해온 만큼 올해 구체적인 성과가 하나둘씩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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