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1.13 16:42

"강압수사했던 형사와 진범으로 밝혀진 용의자 불기소 처분했던 검사가 2.6억 부담하라"

(이미지=서울중앙지법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서울중앙지법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20여년 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됐던 최모 씨(36)에 대한 국가와 수사담당 형사, 검사의 책임이 법적으로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13일 최씨가 국가와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검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에게는 약 13억원을 최 씨에게 지급할 것을 명령했으며, 이 가운데 20% 상당인 2억6000여만원은 최씨를 강압수사했던 형사와 이후 진범으로 밝혀진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검사가 부담하게 했다.

최씨의 어머니에게는 2억5000만원, 동생에게는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도 내려졌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지급돼야 할 배상금을 20억원으로 추산했으나, 최씨가 형사보상금 약 8억4000만원을 받는 점을 고려해 실제 지급액을 13억여원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국가의 불법 책임이 인정된다"며 "객관적으로 부합되는 증거가 없음에도 사후적으로 부합되지 않는 증거를 끼워 맞춰 자백을 강요받는 등 잔인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로서 무고한 원고에 대해 아무리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도 과학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위법한 수사를 했다"며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수호를 못할지언정 위법한 수사로 무고한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진범에게 오히려 위법한 불기소 처분을 한 이 사건과 같은 불법행위가 국가 기관과 구성원들에 의해 다시는 저질러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15세였던 지난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경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 씨를 식칼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최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에서는 징역 10년으로 감형됐다. 최씨는 항소심 판결을 상고하지 않고 10년을 복역한 뒤 지난 2010년 만기출소했다.

최씨의 수감 이후인 지난 2003년 경찰은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로 진범 김모 씨를 체포해 자백을 얻어냈으나, 검찰이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기각 이후 석방된 김씨는 자백을 번복했고, 검찰은 2006년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최씨는 출소 이후인 2013년 경찰의 강압에 의해 허위 자백을 했다며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고, 2016년 11월 무죄 선고를 받았다. 최씨의 무죄 판결 이후 진범 김씨는 긴급체포된 뒤 재판에 넘겨졌으며, 1·2심에서 모두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2018년 3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과 최씨의 재심 청구 과정 등은 지난 2017년 '재심'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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