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1.14 15:33
'방배동 모자' 아들이 모친의 사망 이후 노숙 생활을 하던 중 작성한 쪽지. (사진=KBS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서울시가 지난해 말 발생한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친족 간에 생활 보장 의무를 지우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14일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방배동 모자 비극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기존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시스템을 재검토하고, 다양한 복지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9대 종합개선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방배동 모자 비극'은 지난해 12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던 60대 여성 A씨가 사망한 지 수개월 만에 심하게 부패된 상태로 발견된 사건으로, 발달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A씨의 아들 B씨는 모친의 사망 이후 집을 나와 노숙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자는 부양의무자 제도(조사 거부)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주거급여(약 28만원 월세보조) 외에 생계급여·의료급여 등 추가 지원을 받지 못했다. 건강보험료가 장기간 연체됐음에도 수급자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도 포착되지 않아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기에 기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여겨져 지원 명단에서 제외된 셈이다.

이번에 마련된 복지 사각지대 해소 대책은 기존 복지제도의 개선과 시스템 개선 및 주민참여·현장인력 역량 강화를 기본 축으로 하며, 발굴·지원·개선이라는 3대 분야의 9개 세부 개선 과제로 추진된다.

먼저 시는 부양의무자 제도로 인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전국 최초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오는 2022년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로 했지만, 서울에서는 이를 우선적으로 폐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시는 정부의 기초생활수급 자격에서 탈락한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부양가족이 있어도 소득과 재산 기준만 충족하면 생계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형 기초보장 대상자 선정기준 비교표. (표제공=서울시)

또한 추후 서울시내 모든 위기가구를 1~4단계로 나눠 자치구가 최대 월 1회 방문 모니터링을 하게 된다. 시는 지역별 편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25개 전 자치구의 모니터링 상황을 반기별로 점검하고 통합관리하기로 했다.

고립·방치 가능성이 있는 노년층과 중장년 1인가구 등의 위기를 신속하게 감지·지원하기 위한 '3종 스마트 발굴시스템'도 도입된다. 노년층을 위해서는 '취약어르신 IoT 안전관리 솔루션'을 기존 1만가구에서 1만2500가구로 확대하기로 했다. 독거 노년층 가정에 설치된 IoT 기기는 일정시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거나 온도·습도·조도 등에 이상이 있을 경우 현장담당인력에게 즉각 알람을 전송한다.

이외에도 중장년 1인가구를 대상으로 신규 도입되는 '스마트플러그'는 TV 등 전자기기 플러그에 부착돼 일정기간 전력량이나 조도에 변화가 없을 경우 현장담당인력에게 즉시 알람을 보내는 시스템이다. 기타 고위험군을 위해서는 '인삼서비스 앱'이 신규 도입되어 24시간 동안 핸드폰 사용을 하지 않을 경우 사전 지정 보호자나 동주민센터에게 위기 상황 문자를 발송한다.

노년층·중장년층 1인가구 대상 3종 스마트 발굴시스템. (표제공=서울시)

또한 노년층·장애인·만 50세 이상에게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 SOS서비스'의 이용자 기준을 대폭 완화해 1월부터 자격기준 탈락자도 긴급한 위기상황일 경우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용지원 자격확인을 위한 소득조회에 시간이 걸리거나 애매한 경우엔 일단 지원을 먼저 하는 '선지원 후검증'을 적극 시행하기로 했다.

6개 단체에 산재되어 활동 중인 약 11만명의 지역복지공동체도 통·반장, 우체국 집배원 등 생활업종 종사자들로 구성된 '명예사회복지공무원'과 통·반장 등 '이웃살피미' 2개 체계로 통합 개편되며, 동 단위에 구성돼있는 '동지역 사회보장협의체'가 컨트롤타워가 돼 이를 총괄 운영하게 된다.

방배동 모자의 발달장애 아들이 모친 사망 이후 거리에서 노숙·구걸생활을 했다는 점을 감안해 일상적인 거리순찰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도 현재 2개 자치구(중구·영등포구) 23명에서 14개 자치구(중랑·서초·강남구 등) 46명까지 증원한다.

동 주민센터 복지인력의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컨설팅과 교육도 강화되며, 이를 위해 시는 공공·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위기대응 광역컨설팅단'을 4월부터 운영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서울시 전체 사회복지직 공무원 4784명을 대상으로 연간 8시간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방배동 수급 모자 가구의 비극은 코로나19 상황이 변명이 될 수 없는 안타까운 복지 사각지대의 그늘이다"며 "보다 촘촘한 공공의 복지망을 가동해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개선하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스마트 복지로 사각지대 시민을 발굴하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의 온정을 실현하는 복지로 위기에 놓인 시민을 보살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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