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1.15 19:35

이재명 지사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 따라야"…고정운영비 90%까지 지원한 독일 언급
일본, 영업시간 오후 8시 단축한 음식점에 하루 6만엔 보상…작년 영세사업자에 최대 400만엔 지급

긴급재난지원금 조회 화면 캡처. (사진제공=행정안전부)
긴급재난지원금 조회 화면. (사진=행정안전부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조금씩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200만명을 넘고 누적 확진자는 1억명에 육박하는 등 '팬데믹'이 여전히 만연한 가운데 우리나라와 같이 겨울철을 맞아 대유행을 진정시켜 나가고 있는 국가는 드물다.

한국의 방역 성공은 단연 방역 수칙을 기꺼이 준수해 온 대다수 국민들과 1년여에 걸친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의 영업 제한 조치를 이행했던 자영업자들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번 3차 대유행의 대응책으로 적용 중인 '핀셋 방역 조치'가 업종별 방역 수칙 차별이라는 문제를 확대했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과 학원·교습소, 코인노래연습장 등의 격렬한 반발이 이어졌다. 

정부와 지자체의 영업제한 조치로 인해 손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연습장 협회장은 정부의 방역 조치에 대해 "핀셋 방역은 하면서 자영업자를 위한 핀셋 지원은 하지 않느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근로자 4명 중 1명은 자영업자…손해는 수억, 중앙정부 지원은 쥐꼬리

방역 수칙의 형평성 문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헬스장·학원·코인노래연습장 외에도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1년여에 걸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사 상태에 놓여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임금근로자로 분류되는 국내 자영업자의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총 635만2000명이다. 전체 근로자 2652만6000명 중 23.9%가량이 자영업자인 셈이다. 

지난해 9월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3415명의 소상공인(도소매업·외식업·개인서비스 등) 중 60%(2021명)가 매출액이 90% 이상 줄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8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 이후 한 달여간의 추정 피해액은 '5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이 31.3%(1056명)으로 가장 많았고, '500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이들도 4.6%(155명)이었다.

지난해 8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 당시 소상공인 피해액 추정(총 3373명 응답). (자료제공=소상공인연합회)

근로자 4명 중 1명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 국내 경제 체제 자체가 흔들릴 것이 자명한 만큼 정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난지원금과 같은 직접 지원 방식으로 자영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산소호흡기'라도 붙여주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5월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을 지급했고, 9월에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자영업자·소상공인·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 등에게 1인당 50~200만원씩을 선별지원했다. 

지난 11일부터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100~300만원 수준의 3차 재난지원금(버팀목 자금)이 지급되고 있다. 3차 지원금에 대해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100만원의 지원금을 일괄 지급하고 집합제한 업종엔 100만원, 집합금지 업종엔 200만원을 추가 지원 중이다.

4인 가구의 가장이면서 집합금지 업종(실내체육시설·학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라면 세 차례에 걸친 재난지원금에서 최대금액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1차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300만원으로 총 600만원을 받게 된다. 재난지원금에 더해 2차 지원금 내용에 포함됐던 중학생 이하 아동 대상 돌봄지원금·통신비 지원 등을 모두 받는다고 가정하면 약 650만원에 이른다.

1년여에 걸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내려진 정부의 영업 제한 지시를 철저히 지켰을 경우 업장 규모에 따라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억원대의 손해를 입게 되지만,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직접 지원과 대출 지원(이자 감면 등)·공과금 납부기한 연장 등은 최대한 끌어모아도 1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집합금지업종 등에 대해 업체당 최대 1억원 수준의 0%대 초저금리 특별융자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1년에 걸친 자영업자들의 손해를 메꾸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선진국보다 세금 덜 낸다지만 코로나 지원금 초라해 

해외 선진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우리 정부의 자영업자 대상 코로나19 지원은 다소 초라해진다.

한국노동연구원·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3~4월경 유럽 국가들의 1차 봉쇄 당시 자영업자·프리랜서·소규모 기업 등에 3개월 동안 최대 1만5000유로(한화 약 2000만원)의 긴급 지원금을 지급했다.

봉쇄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독일 정부는 지난해 말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는 업체의 고정운영비(인건비·임대료 등)를 최대 90%(40~90%)까지 국가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액이 크게 감소한 1인 기업과 중소·중견기업(매출액 5억유로 이하) 등에 대해 최대 20만유로(약 2억6600만원)의 무상지원, '하드 록다운'(강력 봉쇄)에 따른 2021년 상반기 영업 폐쇄 기업(자영업자·프리랜서 등 포함)에 대해서는 월 최대 50만유로(약 6억6600만원) 지원이 이뤄진다.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이 따르는 게 순리다. (자영업자 등) 피해가 큰 곳에는 '선별지원'을, 모든 국민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보편지원'을 해야 한다"며 그러한 사례 중 하나로 고정비의 90%까지 지원하는 독일의 자영업자 지원책을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도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3월에는 영국 전체 자영업자의 95% 수준인 470만여명에게 월 최대 2500파운드(약 375만원)을 3개월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5월엔 이를 연장해 월 최대 2190파운드(약 330만원)을 3개월간 추가 지원했다. 자영업자 1인당 최대 1만4070파운드(약 2100만원)를 지급한 셈이다.

유럽의 선진국 중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자영업자 지원을 한 나라는 프랑스가 손꼽힌다. 서울연구원의 세계도시동향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는 소득이 감소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최대 1500유로(약 200만원) 수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이들이 내는 사회분담금의 납부 기한을 연기했다. 전년도 기준 연간 소득신고액의 25%까지 국가 보증으로 시중은행에서 무이자 대출(1년 후 대출금 상환)도 허용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한 이후 영세사업자와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한 '지속화급부금'과 '임대료지원급부금' 제도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한 달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50% 이상 감소한 영세사업자는 최대 100만엔(약 1000만원)을 지속화급부금으로 지급받았고, 임대료지원급부금으로는 최대 300만엔(3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또 일본은 지난 7일 2차 긴급사태를 선포한 이후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4개 지역의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8시(주류제공은 오후 7시)까지 단축할 것을 요청했다. 영업시간을 단축하지 않을 경우 가게 이름이 공표되며, 정부 정책을 이행할 경우 하루 최대 6만엔(약 63만원)의 협력금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오후 9시 이후 매장 운영 금지'와 유사한 정책을 펼치되, 확실한 지원을 병행한다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장 키우는 임대료 문제의 경우 우리나라는 이른바 '착한 임대인 운동'이라는 방식으로 임대인들 개개인이 임차인을 위해 임대료를 인하했고, 정부는 착한 임대인(상가건물만 해당)들을 대상으로 세액공제를 50→70%로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임대료 인하를 유도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독일·영국·일본의 2019년 기준 국민부담률. (사진=OECD 홈페이지 캡처)

물론 코로나19 지원금도 복지제도의 일환인 만큼 국가별로 세수 현황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OECD가 집계한 우리나라와 독일·영국·프랑스·일본의 지난 2019년 기준 국민부담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27.4%, 독일은 38.8%, 영국은 33%, 프랑스는 45.4%, 일본은 32%다. 

국민부담률은 세금과 국민이 내는 국민연금·산재보험·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합한 금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국민부담률이 높을수록 납세자의 부담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프랑스와 비교하면 국민부담률이 훨씬 낮음에도 비슷한 수준의 코로나 지원을 했다는 데서 위안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 외 3개국과 비교해보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영국이나 일본은 국민부담률이 우리나라보다 5%가량 높지만, 이번 코로나 지원의 규모는 2~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16일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방역 강화 이어가되 과감한 지원 병행돼야

정부는 오는 16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한다. 3차 대유행의 최정점이 지났다는 관측이 우세해 방역 수칙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여전히 연일 500명대 수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거리두기 하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앞서 공언한 것처럼 헬스장·학원의 영업 제한 조치만 해제하고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오후 9시 이후 매장 운영 금지 조치가 연장된다면 이미 한 달 이상 이어진 해당 업종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확정된 이후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조치는 소상공인 일괄지급을 통한 신속지원 등이 이뤄질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이번 대책에 따라 임대료 지원 명목으로 100만원을 얹어주기는 하나 이는 한 달 임대료 수준도 안 되는 금액이다. 공과금 납부를 3개월간 유예하겠다는 방침도 단순한 유예 조치로, 어차피 내야 할 돈임을 감안하면 좀 더 과감하게 감면 조치에 나서 달라"고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 위기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보면 코로나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이나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게 효과가 높고 경기회복 속도도 빨라진다"며 "4차 재난지원금은 선별적인 지원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말에야 백신 접종을 통한 코로나19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목표시기부터 11월이다. 그때까지는 코로나 확진자 발생 추이에 따라 영업 제한, n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같은 일이 수 차례 반복될 수 있다. 이 총재의 선별 지원 강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원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국가 재정이 이를 버티기 위해서는 확실한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6일 국회 코로나19 방역·백신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자영업자가 얼마나 힘들까 눈물이 난다"며 실제로 눈물을 보였다. 정 총리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못한' 나라가 아닌, 우리보다 '잘한' 나라를 본보기 삼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확실한 핀셋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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