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1.15 19:45

[기고] "김정은 핵무력 집착, 결국 체제 붕괴된 80년대 소련 행보 연상...핵보유 전제로 미국과 협상 기다리며 대놓고 한국 정부 무시"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사진=신범철 센터장 인스타그램 캡처)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사진=신범철 센터장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최근 치러진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와 관련해 '북한의 대남전략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인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15일 뉴스웍스로 보내 온 기고문에서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북한의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신 센터장은 외교부 정책기획관과 국립외교원 교수를 거쳐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을 역임했다. 아래는 그의 기고문 전문(全文)이다.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가 끝났다. 장장 8일에 걸친 장기간의 회의였다. 하지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북한이 당면한 어려움과 해법 부재만이 엿보인 회의였다. 그래서였는지 노동당 총비서로 등극한 김정은은 자력갱생과 체제결속, 그리고 핵군사력만을 강조했다. 우리가 기대했던 변화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대회는 개막행사, 우리의 사업 결산에 대당하는 사업총화 보고, 사업총화 토론, 노동당 중앙기관기관 선거, 당규약개정, 폐막 행사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 일정 중 가장 중요한 김정은 총비서의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내용 중 약 49%,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경제 이야기로 채운 것은 체제안정의 기반이 되는 경제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후 정치가 17%를 차지했고, 방위력 강화가 8.5%로 세 번째를 차지했는데, 대남 및 대외 분야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였음이 나타난다. 

먼저 정치사상 분야와 관련하여 이번 8차 당대회는 당 간부들을 군기를 잡고, 체제에 충성할 것을 강요하는 정치적 이벤트였다. 김정은은 당 사업총화 보고에서 북한 내부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간부들의 업무처리 태도를 비판했다. 그만큼 코로나 19와 대북제재가 맞물리며 경제난에 처해 있는 북한의 어려운 상황과 김정은 총비서의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자력갱생을 다시금 들고나오며 각 분야에서 생산량 극대화를 강조했다. 새로운 경제노선은 제시하지 못한 채, 금속, 화학, 그리고 전력 및 농수산업 등 기존에 해오던 산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생산을 독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됐다. 일부 과학기술의 강조도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너무도 뒤떨어진 북한의 경제건설 계획은 향후 북한 경제가 더욱 어려워 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국방력 강화가 강조된 이유는 김정은 체제 들어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 핵능력 강화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다탄두장거리미사일, 핵잠수함, 전술핵, 극초음속발사체 등 신형 전략무기를 일일이 열거했고, 당대회가 종료된 이후 실시한 열병식에서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북극성 5형을 전시했다. 작년 10월 10일 열병식에서 북극성 4형을 공개한지 석달만에 5형을 공개한 것은 아직 4형이나 5형이나 설계 단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그 위력을 입증하겠다는 대미 압박카드로서의 의미도 존재한다. 이 같은 핵무력 건설에 대한 김정은의 집착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군비경쟁에 집착하다가 결국 체제가 붕괴된 1980년대 초중반 구 소련의 행보를 연상케 한다. 

대외 및 대남 부분은 친중기반하에 '대미정면돌파전 2.0'을 전개하는 모습이다.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에게는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하며 핵군축 협상을 강요하고 있고, 한국에 대해서는 북한의 말을 맹종하면 대화를 해주겠다는 외교전략을 드러냈다. 시진핑 주석의 축하 친서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친중행보를 드러냈는데, 중국이 북한에게 등을 돌리지 않도록 함으로써 핵보유를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외교적 기반을 조성하려는 모습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은 '책임 있는 핵강국으로 상당한 핵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핵을 없애려 들 것이 아니라 핵을 인정하고 위협을 관리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이러한 북한의 행보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말고 연합군사훈련이나 군사력 증강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방역협력이나 관광협력은 비본질적 부분이라고 평가절하했는데, 여전히 방역협력에 미련을 갖고 있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호응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당의 세대교체를 강화하면서 '김정은 친정체제'를 공고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김정은은 영원히 아버지의 자리로 남겨놓겠다던 총비서 자리를 다시 차지했는데,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당 조직과 군을 감시하는 위치에 있는 조용원과 오일정의 권력서열이 급상승한 것 역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대외 및 대남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들의 위상은 낮아졌는데, 김영철, 이선권 등은 물론이고 김여정 조차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위상이 낮아진 모습이다. 다만 이는 최근 들어 대외관계에 성과가 없기에 강등을 자처한 모습으로 보이며, 김여정의 실질적 위상이나 기존의 대미·대남 라인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금번 노동당 8차 당대회는 1차적으로 '북한 내부 결속용'이며, 당 간부의 기강을 잡고 체제결속을 다지기 위한 행사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략노선의 변화는 없고, 김정은 독재체제만이 강화됐다. 핵능력을 과시하며 핵보유를 전제로 한 미국과의 협상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며 한국 정부는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한편, 다탄두장거리미사일이 마감 단계에 와있다고 한 것은 미국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전략도발을 예고한 것인데, 새롭게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 따라 한반도에 또 다른 태풍이 들이닥칠 전망이다. 결국 북한에게 새로운 길은 없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 8차 당대회였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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