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1.16 23:30

16.5도 '순한 처음처럼' 도수 더 낮아질 듯…온라인 구매 허용된 전통주도 판매 늘어

홈술을 즐기는 모습. (사진=독자 제공)
홈술을 즐기는 모습. (사진=독자 제공)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놨다. 감염의 공포로 일상은 빠르게 비대면화 됐고, 이에 발맞춘 다양한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표준이 정립된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음주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트렌드가 달라졌다.  

◆술, 집에서 혼자 유튜브 보며 음미 

가장 달라진 점은 장소다. 주점, 호프집, 식당에서 마시던 술을 이제 집에서 마신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간한 '2020년 주류 소비‧섭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 수준인 36.2%가 '코로나19 이후 술을 마시는 장소가 변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에 주로 주점·호프집(82.4%), 식당·카페(78.9%) 등 외부 영업시설에서 술을 마셨으나 코로나19 이후 자신의 집(92.9%), 지인의 집(62.9%)처럼 개인적인 장소에서 마신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을 꺼리게 됐고, 정부 방역수칙에 따라 가게 폐점 시간이 빨라지며 생긴 결과다. 

장소가 바뀌면서 음주에 담긴 맥락이 변했다. 친구·선후배, 직장동료 등과 친목도모를 위해 마시던 회식 자리는 감소했다. 대신 TV나 콘텐츠를 보며 '혼술'하는 경우가 늘었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2.2%가량이 코로나19 이후 술을 마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친목, 회식을 위해 음주를 했던 이들은 이제 혼자 있을 때(70.0%), TV·콘텐츠를 볼 때(43.0%),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할 때(40.0%) 술을 찾는다. 집에서 혼자 넷플릭스, 유튜브 등 콘텐츠를 즐기며 술을 마시는 행위는 이젠 흔한 풍경이다. 

◆"순하고 가볍게"…저도수 주류 부상

장소가 집으로, 마시는 사람이 다수에서 개인으로 바뀌며 주류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홈술·혼술족의 취향을 겨냥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특히 술이 점차 순해지고 있다. 취하기보다 가볍게 즐기길 원하는 혼술족들이 저도수 주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혼술족들이 크게 늘며 변화에 탄력이 붙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5월 대표 소주 브랜드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기존 17도에서 16.9도로 낮췄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달라진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엔 기존 맥주 도수의 절반 수준인 2도짜리 '필라이트 라들러'를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소주 도수를 낮췄다. 자사 제품 '처음처럼'보다 도수가 0.2도 낮은 '처음처럼 플렉스'를 지난해 4월 내놨고, 최근에는 처음처럼의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대폭 낮췄다. 이에 따라 기존 16.5도였던 '순한 처음처럼'은 도수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위스키 업계도 저도수 제품을 내놓는 추세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7월 저도수 라인업 '더블유 19'와 '더블유 허니' 2종을 출시했다. 두 제품의 알코올 도수는 32.5도로 보통 위스키 도수가 40도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순한 편이다. 이후 지난해 11월엔 도수 35도의 '더블유 17'과 '더불유 아이스'를 선보였다.

골든블루는 올해 자사 저도수 위스키 '팬텀 리저브'를 앞세워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와인과 위스키로 혼술을 즐기는 모습. (사진=이한익 기자)
와인과 위스키로 혼술을 즐기는 모습. (사진=독자 제공)

◆소주·맥주 대신 와인·전통주에도 눈길 

코로나19는 선호 주종(酒種)도 바꿔놨다. 혼술·홈술 비중이 늘며 타인의 시선이나 가격에 대한 부담이 덜어졌고, 그 결과 다양한 주종에 눈을 돌리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전히 소주, 맥주가 주류지만 다크호스들이 급부상했다. 

대표적으로 와인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말 그대로 '떡상(수치 등이 급격히 오르는 것)'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와인 총수입량은 3만 8969톤, 수입액은 2억 3927만 달러(약 2600억원)다. 아직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지난해 12월 수치를 제외하고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대치였던 2019년 수입량은 3만 3797톤, 수입액은 2억 386만 달러(약 2200억원)다. 

유통업체의 와인 매출도 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와인 매출은 전년 대비 41.4% 늘었고,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12월 전년 동월 대비 66.2% 상승했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와인 매출은 전년 대비 53.4% 증가했으며, 이마트는 지난해 주류 중 와인을 가장 많이 팔았다. 전체 주류 판매의 27.7%를 와인이 담당했다. 

전통주도 홈술 트렌드와 맞물려 각광받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점이 주효했다. 현재 국내에서 주류를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전통주는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유일하게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다. 

실제로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전통주 카테고리 판매량이 전년 대비 28% 늘었으며, G마켓도 지난해 전통주 카테고리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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