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1.17 19:30

포스코건설, 문정건영아파트 사업 입찰 참여 검토…GS건설, 마포 밤섬현대아파트 입찰 단독 참여

현대성우8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조감도. (사진제공=포스코건설)<br>
현대성우8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조감도. (사진제공=포스코건설)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리모델링' 사업이 국내 건설업계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올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도권 주요지역 물량을 선점하며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2014년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관련법 개정(수직증축 허용, 일반분양 15%로 확대 등)으로 붐이 일었던 리모델링은 실제 사업 추진에서 속도가 나지 않았다. 조합들도 사업 세부 시행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모델링 사업은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면서 지난해부터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자양우성1차 리모델링사업 조감도. (사진제공=포스코건설)
자양우성1차 리모델링사업 조감도. (사진제공=포스코건설)

건설사들 공격적인 행보…DL이앤씨, 군포 우륵아파트 시공권 관심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 단지는 54곳(4만551가구)으로 전년보다 17개 단지(1만6616가구)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에서는 개포 우성9차 아파트를 비롯해 이촌동 현대아파트, 둔촌 현대 1‧2‧3차와 송파 성지, 목동 우성2차 등이 리모델링을 위한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규제 장벽이 낮고 사업 시행 요건도 까다롭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재건축의 경우 준공 후 30년이 넘어야 하고,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한다. 2018년부터 정부가 안전진단을 강화해 연한을 넘겨도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게 쉽지 않다. 반면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만 넘으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고, 재건축에 비해 사업절차도 단순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해 30조원에서 2025년 37조원, 2030년 4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 연구위원은 "1990∼2010년에 신축된 건물들은 점차 노후화되고 있지만 당장 재건축 또는 전면 리모델링(개수)을 앞두고 있지는 않다"며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재건축과 전면 리모델링보다는 기존 건물의 장수명화와 유지관리비 절감을 위해서 필수 기계 및 설비를 교체하거나 노후화된 부분에 대한 수리·수선 등을 실시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열린 서울 문정건영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 현장설명회에 GS건설과 포스코건설, 금호산업이 참석했다.

문정건영아파트는 1993년 준공된 단지로 서울시의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송파구 문정동 72-3번지 일원 2만1263㎡에 지하 1층~지상 15층 공동주택 5개동 545가구 규모의 단지를 지하 4층~지상 16층, 공동주택 626가구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건설사들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정비사업 물량이 줄어들자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수주 곳간을 채워가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려 적극적인 수주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리모델링 사업 부문(5733억원)에서 1위를 차지한 포스코건설은 올해도 공격적인 수주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은 리모델링 사업 경험이 16곳에 달해 최다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오는 3월 4일 예정된 서울 문정건영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입찰을 검토하면서 올해 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에 나설 전망이다.

GS건설은 지난해 11월 20일 마감된 서울 마포 밤섬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시공권 확보가 유력해 보인다.

2016년 이후 리모델링 사업 수주 실적이 없는 DL이앤씨도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8일 진행된 군포 우륵아파트 리모델링사업 현장설명회에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시공권에 관심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군포우륵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경기 군포시 산본천로 33 일원 4만6916㎡에 지하 3층~지상 15층(최고 25층), 20개동, 공동주택 1508가구으로 탈바꿈한다.

DL 이앤씨 관계자는 "1기 신도시와 서울 20년 차 정도 된 아파트들에 대한 리모델링 사업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주택사업본부에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리모델링 사업 관련 인력을 충원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9일 2280억원 규모 경기도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단독 수주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고 전담 조직도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며 "괜찮은 사업지에 대해 관심 있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변창흠 LH 사장. (사진=뉴스웍스DB)
변창흠 국토부 장관. (사진=뉴스웍스DB)

변창흠, 8년전 "수직 증축 위험한 정책 주택"…내력벽 철거 연구용역 발표 미뤄져

재건축이 쉽지 않은 노후 단지 주민들 뿐 아니라 부동산 업계에서도 리모델링 활성화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리모델링 사업의 핵심인 수직증축과 가구 간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를 놓고 정부의 규제 기조가 강해 사업 추진은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4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했다.

최대 3개 층(15층 이하는 2개 층)을 더 올릴 수 있는 수직증축은 가구 수를 늘리기 쉽고, 늘어난 가구 수(종전 가구수 대비 15%)를 일반분양해 사업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동안 재건축 대안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장미빛 전망과는 달리 현실은 냉혹했다. 2014년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해 1차 안전진단까지 통과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느티마을 공무원 3·4단지가 지난달 2차 안전성 검토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현재까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를 받은 곳은 지난해 2월 사업계획 승인이 떨어진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송파 성지아파트는 지반이 단단해 층수를 높여도 안전상 문제가 없는 반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대다수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지반이 약해 증축 시 추가공사가 필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정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리모델링 수직증축 사업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으로 향후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변 장관은 2013년 4월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시절 민주정책연구원(현 민주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리모델링 수직 증축에 대해 "위험한 주택정책"이라며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주택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1기 신도시는) 2기 신도시에 비해 밀도가 높아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행 시 영구 음영으로 주거의 질이 악화할 수 있고, 계획도시로서의 취지가 근본적으로 훼손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리모델링 수직 증축의 사업성을 높여줄 가구 간 내력벽(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 철거 허용 여부에 대한 연구용역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내력벽 철거는 재건축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의 확대를 위한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국내 준공 15년 이상의 중층 아파트 대부분은 벽식구조(별도의 기둥이 없는 구조)에 2베이(bay) 평면(아파트 전면에 방과 거실이 하나씩 들어간 배치)이다.

리모델링 시 가구 간 내력벽을 철거해야 옆으로 공간을 확대해 채광·통풍을 극대화한 4베이 평면(아파트 전면에 방·방·거실·방 배치)을 만들 수 있어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된다.

앞서 정부는 2015년 말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아파트 가구 간 내력벽을 일부 철거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자 이듬해인 2016년 8월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후 2019년 3월까지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으나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연구 용역을 수행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해 9월 초 국토부에 검증 보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내력벽 일부 철거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모델링시 주차장 규제 완화, 내진 보강 등 안전성 강화에 따른 정책적 지원 등 리모델링 촉진을 위한 지원제도 마련이 급선무"라면서 "도심지역의 주택공급 확대 대책으로 수직 증축을 통한 세대수 증가, 내력벽 철거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를 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노후 단지들은 대부분 고밀 개발로 용적률이 높아 수평 증축이나 동 추가 등은 어렵고 수직증축을 통해서만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며 "수직증축 안전성 논의가 오랜 시간 지체돼 사업 진척이 어려운데, 합리적 수준에서 제도를 정비하고 성공적인 리모델링 사업 단지가 나온다면 주택 공급도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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