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1.17 11:20

'고충사항 집단 진정' 군인복무기본법 위반 가능성…네티즌 "부사관들은 병사들에게 존댓말 하나"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지난 6~8월 6주간의 하계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지난해 6~8월 6주간의 하계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군 장교와 부사관 사이 '호칭 논쟁'이 뜨겁다. 육군 간부인 주임원사 일부가 육군 참모총장이 '장교들은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부사관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온라인에서는 '상호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주임원사 측에 동의하는 의견과 '군대는 계급 체계에 맞춰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해당 진정을 제기한 부사관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논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육군참모총장을 말도 안 되는 사유로 인권위에 진정하여 군 기강을 해친 부사관에 대한 엄중 징계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육군참모총장이 '님'자 호칭 안 썼다는 이유로 인권위 진정한 현역 부사관의 군법에 의한 엄중 징계와 군인연금 박탈을 청원한다"며 "코로나19로 국가 준전시상황에 군 지휘계통상 심대한 하극상으로 군사력 낭비를 초래한 자격 없는 군 간부에게 엄벌을 가해 엄격한 군 기강을 기반으로 한 튼튼한 국가안보 확립을 반드시 이뤄달라"고 썼다. 해당 청원은 17일 10시 기준 17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은 일부 부사관들이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에게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한 것을 겨냥해 작성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육군 주임원사 일부가 지난해 12월 남 총장이 화상회의에서 "장교들의 (부사관을 향한) 반말 지시는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자신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진정서에 "남 총장이 '나이가 어려도 반말로 지시하는 장교들이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존칭을 써주면 오히려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임원사는 육군 대대급 이상 부대의 최선임 부사관이다. 부사관 중 복무 기간이 가장 길고, 나이도 많다. 이 때문에 계급으로는 장교가 높더라도 서로 존대하며 상호존중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에서 낸 진정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많은 부대에서 암묵적으로 장교와 부사관이 상호 존대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하지만 청원인은 "인권이 중요한 건 맞지만, 군의 존재 의미를 명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군은 전시를 전제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평상시 생활에서는 상호 존중하는 게 맞으나, 훈련업무 등 본연의 역할에서 계급 체계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며 "내부 건의까진 이해하나, 다른 국가기관에 인권침해라고 진정을 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 31조에 따르면 군인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육군도 인권위 진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남 총장 발언을 왜곡했다'는 것이 육군 측 입장이다. 육군 관계자는 "남 총장은 진정인 주장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상명하복 및 군 기강 확립이 필수적인 군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해 '계급과 직책의 엄정함을 유지한 가운데 육군 구성원 상호 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중요함'을 강조했다"며 "남 총장은 회의에서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아무 데도 없다.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했을 때 왜 반말로 하느냐 접근하는 것은 군대 문화에 있으면 안 된다.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 그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이는 '나이보다 계급을 존중하라'는 취지지 '반말을 당연하게 여기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대체로 남 총장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군대 계급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 네티즌은 "일부 존중은 맞지만 군 계급체계 지휘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평상시 업무상은 존중하되, 지휘를 통한 통솔 시에는 존칭어를 생략해야 된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들은 "전쟁 나도 존댓말 안 쓰면 안 따를 기세", "부사관들은 병사들에게 존댓말 하나요?"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일부 네티즌은 부사관 측 입장에 공감했다. 한 네티즌은 "20대 중반 소위가 50대 아버지뻘 부사관에게 반말하는 건 사회통념상 용납되지 않는다. 군대 상명하복 문화는 그 내용이 중요한 거지 반말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은 "장교가 부사관에게 반말을 하면 듣는 부사관은 비애감이 들 것. 전쟁도 하기 전에 조직력에서 지게 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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