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1.18 19:30

"한강 조망권 가진 이곳에 SH·LH, 좋은 아파트 못 지을 것"…공공임대 안 좋게 생각하는 주민도 상당수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뉴타운2구역 일대에서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정부가 서울 재개발 사업 추진지역 가운데 8곳을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하면서 공급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가기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특히 사업의 전제로 내세운 높은 임대주택 비율 등을 이유로 주민 동의를 받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수 문의 빗발쳐…매물 없고 일부는 거둬들여

공공재개발이란 조합 중심의 기존 재개발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이 공동시행자로 참여하는 정비사업 방식이다. 주민들에게는 용적률을 법적상한의 120%까지 높여주고 분양가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8개 구역은 모두 지하철역을 끼고 있는 역세권이지만 사업성 부족, 주민 간 갈등 등으로 정비구역 지정 이후 평균 10년 이상 사업이 정체돼 왔다. 

현재 가장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곳은 단연 흑석뉴타운 2구역이다. 이번 재개발을 통해 1310가구가 공급 예상되는 가장 큰 규모에다 9호선 흑석역에서 가까운 초역세권으로 여의도·강남 접근성이 좋아 '준강남권'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이 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이듬해 추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인근 상인과 건물주와의 갈등 등으로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흑석2구역은 정부가 공공재개발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일찌감치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고 추진을 기다려왔다.

지난 15일 정부 발표 후 주말에 찾아 본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2구역 곳곳에는 공공재개발 시범사 업지 확정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었다.

입지가 좋은 만큼 시장의 기대감은 크다. 

흑석 2구역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은 문의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개발 기대감 고조로 인한 문의 전화 역시 많았다. 

인근에서 영업중인 A공인중개사 대표는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점심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문의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곳에 위치한 B공인 중개사는 "입지가 좋은 편이라 정부의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 이전에도 수요가 꾸준했다"며 "초역세권과 더불어 준강남권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재개발 지역들 보다 압도적으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조합원 수가 워낙 적어 매물이 거의 없는 데다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 추격 매수에 나서겠다는 투자자가 적다는 게 관계자들 전언이다.

흑석동 C공인 관계자는 "현재 매물로 나온 거는 없다고 보는게 맞다. 당장 거래가 가능한 물건들도 다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심지어 관련 뉴스를 듣고 가격상승 기대감으로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모습. (사진=전현건 기자)

◆'닭장 아파트' 우려도…상인들 보상 문제 역시 난관

공공재개발 성공의 키는 결국 '주민 동의'다. 지난해 공공재개발 사업 신청 당시는 주민 10% 동의만 받으면 가능했다. 하지만 최종 대상지가 되기 위해서는 전체 주민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 

국토부는 "일반 재개발은 주민동의 4분의 3을 받아야 하지만, 공공재개발(재개발촉진구역은 50%)은 3분의 2이기 때문에 더 쉬운 편"이란 입장이다.

또한 공공재개발은 조합 중심의 기존 재개발과 달리 LH·SH 등 공공이 단독 또는 공동시행자로 참여한다. 인센티브로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0%까지 올려주고, 분양가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개발에서 중요한 속도전 역시 장점이다. 국토부 측은 "10년 걸릴 사업을 5년으로, 절반을 단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이다.

공공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조합원 분양분을 제외한 주택의 50%를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한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 있어 이를 분담금 협의 과정에서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협의가 원활하지 못할 경우 사업이 난항을 겪는 다는 것이다.

기자와 만난 흑석 2구역 A공인 중개사는 "원래부터 여기는 관심이 많고 비쌌던 곳"이라며 "실제 공공재개발을 안하겠다는 주민들도 상당수이며 공공임대를 좋게 생각 안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매수를 하려는 사람들도 이슈가 되니 찔러보는 것 뿐이지 좋은 위치와 한강 조망권을 가진 이곳에 대기업 건설사가 아닌 SH·LH가 좋은 아파트를 못 짓는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그 돈이면 다른 매물을 사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과밀화의 문제도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세권 청년 주택이 속속 완공되고 있지만 좁은 땅에 많은 가구 수를 집어넣은 탓에 '닭장 주택'이라며 회자되기도 했다.

흑석동 주민들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개발사업이 속도전을 내 노후지역이 새롭게 태어나길 바라지만 상가 소유주와 상인들의 보상 역시 문제로 떠올랐다. 

흑석2구역은 역세권에 위치해 주택보다 상가 건물이 많아 주택 소유주와 상가 소유주간의 다툼도 잦다. 또한 상인들의 반대 역시 만만치 않다.

상가주들은 공사기간 3년 동안 임대료 수입이 줄어 보상문제로 항상 주택 소유주와 마찰을 빚어왔다. 상당수의 상가 소유자가 재개발이나 재건축에 회의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흑석동 상가 관계자는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사람이 대다수라 공공재개발에 대한 상인들의 반발은 당연하다"면서 "권리금 보상은 누가 해줄 것이며, 개발하는 동안 장사도 못하는데 찬성할 이유가 딱히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곳 상가 월세가 다른 곳에 비해 싼 편이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월세가 싸야하는데 재개발 이후에 다른 상가가 들어온다면 다른 곳만큼 월세가 비싸지는 것 역시 우려한다"며 "상인들을 위한 보상이 해결된다면 재개발에 동의하는 분들이 더욱 늘 수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