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새 5도 이상 낮아진 소주 도수…원가 절감·판매 증대 노린 '꼼수' 지적
20년 새 5도 이상 낮아진 소주 도수…원가 절감·판매 증대 노린 '꼼수' 지적
  • 전다윗 기자
  • 승인 2021.01.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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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도 내려갈 때 주정 값 0.6원 아껴‥광고 규제 풀리는 건 '덤'
소주 잔을 부딪히는 모습. 
소주 잔을 부딪히는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유해진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연륜이 쌓이면서 독기가 빠지고 온순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소주도 이와 같다. 해가 갈수록 도수가 낮아지고 순해진다.

본래 소주는 25도 이상의 고도수가 주류였다. 본격적인 저도수 흐름은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됐다. 진로(현 하이트진로)는 지난 1998년 23도짜리 '참이슬'을 출시했고 2001년 22도, 2004년 21도로 연거푸 낮췄다.

2006년 두산주류(현 롯데칠성음료)가 20도짜리 '처음처럼'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같은 해 진로는 참이슬의 순한 버전인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했다. 당시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는 19.8도였다. 2012년에는 참이슬과 처음처럼 모두 19도까지 낮아졌다.

2014년 말 17.8도로 낮춘 참이슬 후레쉬를 시작으로 소주 도수 17도대 시대가 열렸다. 2019년엔 하이트진로가 16.9도짜리 소주 '진로이즈백'을 론칭하며 16도대 소주의 시작을 알렸다. 처음처럼도 몇달 후 도수를 16.9로 낮췄고, 지난해 5월 참이슬 후레쉬도 이에 발맞춰 도수를 16.9도에 맞췄다. 올해 1월엔 롯데칠성음료가 처음처럼 도수를 16.5도까지 낮추며 '저도수 경쟁'이 이어질 것을 예고했다.

◆낮아지는 소주 도수, 트렌드 부합하고 원가 절감 효과도

소주 도수가 계속 낮아지는 이유는 뭘까.

주류 업계는 '소비자들이 원해서' 도수를 낮춘다고 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소비자들이 낮은 도수의 소주를 선호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홈술' 열풍도 저도수화에 한몫했다. 집에서 술을 마실 경우 취하기보다 가볍게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홈술은 코로나19 이후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단순히 트렌드에 맞춘 변화로만 보긴 힘들다. 소주 도수 하락은 소주 원가 절감과 맞닿아있다. 일반적으로 가게에서 접하는 소주는 원료인 주정에 물을 섞어 연하게 한 희석식 소주다. 희석식 소주의 도수가 낮아진다는 것은 원료는 줄고 물의 양이 늘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 값이 0.6원 절감된다고 알려져 있다.

더구나 도수가 낮아지면 자연히 먹는 양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판매량도 증가하게 된다.

도수 17도 미만인 술은 TV 광고가 가능하다는 점도 소주 도수가 내려가는 이유로 꼽힌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17도가 넘는 술은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지상파 TV에서 광고 방송을 할 수 없다. 라디오나 영화관 광고, 지하철 역내 광고 등은 금지된다. 소주 도수가 20도 안팎일 때 나온 규제였으나, 소주 도수가 17도 이하로 낮아지며 광고가 가능해졌다. 마케팅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우회적인 가격 인상이란 소비자 지적도

문제는 도수를 낮추면서 생긴 이익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수는 낮아지고 있지만 이에 따른 가격 인하나 용량 증가가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우회적인 가격 인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선호도에 맞춰 도수를 낮췄다지만, 가격 부분에선 소비자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서울에 사는 이씨(31세)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도 함께 올린다. 소주는 원재료 함량이 줄어도 가격이 계속 오른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전씨(33세)는 "소주는 대표적인 서민 술이다. 맛보다 취하려고 먹는다. 도수가 낮아지면, 이전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니 결코 유쾌하진 않다. 돈도 더 들고, 많이 마시니 숙취도 더 심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게시판, 뉴스 댓글란의 네티즌들도 '도수만큼 가격도 내려라', '더 많이 먹게 해서 많이 팔려는 속셈 아니냐'는 등의 의견을 남겼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뉴스웍스와 통화에서 "도수를 낮추며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것은 '꼼수 인상'으로 보고 있다. 우회적인 가격 인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2019년 도수를 낮추면 주정이 덜 들어가 원가가 절감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주류 업체들은 도수는 낮췄지만 다른 부자재의 질을 높여 원가 절감 효과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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