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01.23 00:20

이재용 부회장 구속, 2차례 전부 슈퍼사이클 맞물려…작년부터 반도체 수요 증가세

삼성전자 본사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본사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십만전자’, 삼성전자를 매수한 개미들이 꿈에 그리는 말이다. 곧 다가올 줄 알았던 십만전자는 일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잠시 멀어졌다.

지난해부터 ‘빚투’(빚내서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우리 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코스피는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써내려가면서 3100선을 돌파했다. 이 같은 호조는 코스피 시총의 25%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간 삼성전자 주가는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반도체 분야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지지부진했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3월 23일에는 4만2500원(종가기준)까지 떨어졌다가 코로나 팬데믹이 비대면 경제로의 전환을 촉발하면서 반도체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자 9월 14일 6만40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다소 등락을 거듭한 삼성전자 주가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11월 중순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12월 4일에는 7만1500원을 기록하며 7만원대로 올라섰다. 2020년 코스피 개장 마지막 날인 12월 30일에는 8만1000원으로 ‘팔만전자’를 달성했다.

해가 바뀌어도 상승세는 계속됐다. 1월 11일에는 9만1000원을 기록했다. ‘팔만전자’에서 열흘 만에 ‘구만전자’로 가면서 ‘십만전자’가 머지않아 보였으나 지난 18일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상승세는 일단 꺾였다.

하루 사이 3000원이 떨어지면서 18일 종가는 8만5000원으로 마감됐다. 다만 삼성전자의 오너 리스크가 처음이 아닌 만큼 하락세는 멈췄지만 8만원대 중후반에서 횡보하면서 ‘구만전자’의 벽에 막혔다.

22일 마감된 삼성전자 주가 (자료=네이버금융 캡처)
22일 마감된 삼성전자 주가 (자료=네이버금융 캡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처음은 아닌 만큼 ‘십만전자’로 가는 길이 늦춰졌을 뿐 가게 될 길이라는 기대감이 아직 높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돼 2018년 2월 5일 2심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나기까지 수감생활을 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2차 슈퍼 사이클과 맞물려 상승세를 보였다. 2017년 2월 17일 189만3000원에서 2018년 2월 5일 239만6000원으로 50만원 가량 올랐다. 현재 삼성전자 주식이 50대 1의 액면분할을 거친 것을 감안하면 3만7900원에서 4만7900원으로 1만원 상승한 셈이다.

이번 이 부회장의 구속기간은 3차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후반기부터 부진했던 반도체 시장이 코로나에 따른 비대면 경제전환 가속화 영향으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수출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ICT(정보통신기술) 수출은 1836억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전체 수출이 5.4% 줄었으나 ICT 수출은 3.8% 늘면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1002억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4% 늘어 회복세를 보였다.

대만의 시장 조사 기관 DRAMeXchange는 지난 13일에 2021년 서버 D램 가격에 대해 2021년 1분기 3~8%, 2분기 8~13%, 3분기 10~15%, 4분기 5~10%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서버 D램 가격은 다른 애플리케이션용 D램 가격과 함께 삼성전자의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미중 무역 갈등의 지속과 일부 제품의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업종 전체적으로 재고 축적 강도가 확대됐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서버 D램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올해 삼성전자 실적은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36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9년 대비 약 30% 급증한 것으로 코로나 여파에도 저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반도체 시장 호조 흐름에 편승해 주가 상승여건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구속 전 11만~12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한 증권사들은 이후 새로운 제시를 하고 있지 않으나 증권가 관계자는 “3차 슈퍼 사이클 등을 감안하면 목표가를 변경할 이유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자료=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자료=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한편, 경영계에서는 오너의 자리비움이 길어지면 결국 적기에 투자를 진행하지 못해 향후 성장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장동력이 떨어지면 결국 주가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부회장 구속 후 “코로나에 따른 경제적 타격,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중심의 경제 정책 가속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되면서 경제·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도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의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됨은 물론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대외적 이미지 및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며 “삼성과 상생하는 수많은 중견·중소 협력업체들의 사활도 함께 걸린 만큼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난 19일 시작된 ‘특별사면’ 요청 청원은 3일 만에 5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청원자는 “현 시국에 대한민국 1등기업인 삼성이 리더의 부재로 경영이 조금이라도 뒤쳐진다면 2년, 5년 뒤에는 엄청난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파운드리, 배터리 등 리더가 제일 필요한 상황에의 부재는 절대적으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면서 특별사면을 청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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