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영교 기자
  • 입력 2021.01.25 12:15

"충격과 고통 커…정치라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피해 사실 공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진=장혜영 페이스북 캡처)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진=장혜영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조영교 기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장혜원 정의당 의원이 25일 "정의당 지도부는 김종철 당대표가 저지른 성추행에 대해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하고 직위해제 했다"며 "가해자는 모든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며 정치적 책임을 받아들였고 이 글을 통해 제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임을 밝힌다"고 전했다. 

장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의 대표로부터 저의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며 이 같이 말했다.

또한 "훼손당한 인간적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저는 다른 여러 공포와 불안을 마주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고 공개적인 책임을 묻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것이 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제가 깊이 사랑하며 몸담고 있는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저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가해가 참으로 두렵다"면서 "그보다 두려운 것은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만일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피해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라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는 제가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문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그렇게 정치라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번 사건을 겪으며 깊이 깨달은 것은 '피해자다움'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제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결코 제가 피해자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들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한, 누구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사건 발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속으로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고, 토론회에 참석하고 회의를 주재했다"며 "피해자의 정해진 모습은 없다. 그저 수많은 '피해'가 있을 뿐이다. 피해자는 여러분 곁에 평범하게 존재하는 모든 여성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며 "누구라도 동료 시민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데 실패하는 순간, 성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가해자의 사실인정과 진정성 있는 사죄, 그리고 책임을 지는 절차가 필요하하다"며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수많은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하고도 잘못을 뉘우치고 그 회복을 돕기보다는 피해자와 사실을 두고 다투거나, 진실이 드러난 뒤에도 오직 자기 안위를 챙기기에 급급하거나, 책임있게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사죄하는 대신 죽음으로까지 도피하며 피해자를 더 큰 고통으로 밀어넣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저의 경우, 가해자가 보여준 모습은 조금 달랐다"며 "가해자는 저에게 피해를 입히는 과정에서 저를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지만, 제가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나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며 저를 인간으로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저는 분노하기보다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처절히 싸우고 있다. 모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며 "시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여러분께 간곡히 요청드린다. 모든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해주고 우리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동료 시민들의 훼손된 존엄을 지키는 길에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날 오전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김종철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실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표를 당 징계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한 뒤 당규에 따라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측은 피해자인 장 의원의 의사에 따라 김 대표를 형사고소 하지 않고 당 차원에서 공동체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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