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1.01.27 17:00
A씨에게 지난 15일 발송된 1월 이용대금명세서에 연회비가 부과돼 있다. (사진제공=A씨)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해지한 줄 알았던 신용카드의 연회비가 고객도 모르는 사이 청구되고 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이 취임식부터 강조했던 '고객 중심'과 동떨어진 행태가 버젓이 빚어진 것이다.

수년간 NH농협카드를 이용해온 5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4월 분실해 해지한 신용카드의 연회비가 A씨도 모르는 사이 청구돼 지난 25일 결제됐다는 것이다.

27일 A씨는 "카드 분실 시점인 2020년 4월분 이후의 이용대금명세서는 지난 8개월간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는데 올해 1월분 이용대금명세서가 지난 26일 우편함에 꽂혀 있었다"고 밝혔다. 

A씨 앞으로 나온 1월분 명세서에는 지난해 9월 1일자로 청구된 연회비가 찍혀 있었다. 명세서를 받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해본 결과 이미 지난 25일 결제계좌에서 연회비가 빠져나갔다고 한다.

재발급도 받지 않고 해지한 카드의 연회비 청구서를 받은 A씨가 농협카드 고객센터로부터 들은 대답은 더 황당하다. 고객센터는 A씨의 카드가 해지되지 않아 청구됐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1년마다 내는 연회비가 9월에 청구됐으면 청구하기 전에 미리 재발급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상담사는 "카드를 분실한 고객이 재발급을 요청했는지, 이를 통해  받았는지 어떻게 일일이 확인해서 알려주냐"는 취지로 대답했다. 

또 연회비 환불을 요구하자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는 있지도 않았던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 그 이후 사용할 예정분만 소급해 돌려주겠다고 전했다.

A씨에게 지난 15일 발송된 1월 이용대금명세서에 연회비가 부과돼 있다. (사진제공=50대 직장인 A씨)
A씨에게 지난 15일 발송된 1월 이용대금명세서에 연회비가 부과돼 있다. (사진제공=50대 직장인 A씨)

A씨는 결제 시점도 이상하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연회비가 청구됐지만 실제 결제는 지난 25일 이뤄졌다는 것이다. 연회비는 청구일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1월 이용대금명세서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농협카드 민원실은 "약관에 따라 조치했다"면서도 "시스템에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처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고려해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설령 약관이 그렇다해도 카드 사용·재발급·해지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점에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대고객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뉴스웍스 취재가 시작되자 NH농협카드 관계자는 "1년 이상 이용실적이 없는 경우 연회비가 청구되지 않지만 A씨는 지난해 3월까지는 이용실적이 있어 연회비가 청구됐다"며 "분실신고를 해 사용할수 없는 상태인데도 연회비가 청구된 사례다. 앞으로 이런 경우에는 연회비를 청구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취임한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농협금융은 금융소비자보호에 최우선 가치로 두고 고객중심 경영을 적극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6일 손 회장은 '농협금융 DT(디지털전환) 인사이트 토론회'에서 "기술에만 매몰되지 말고 고객과 금융업의 본질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며 "철저하게 고객 관점에서 고객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점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해결해 주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NH농협카드를 포함한 전 계열사 디지털 부문 임직원이 참여했으며 손 회장은 '고객'을 가장 많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NH농협카드 결제계좌에서 지난 25일 연회비가 출금됐다. (사진제공=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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