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02.01 18:24
최재식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기획실장
특허 분쟁 관련, 이른 바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 도입 관련 찬반의 목소리가 있다.
디스커버리는 미국의 특허분쟁 제도다. 소송 당사자가 소송 자료를 수집·보전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증거를 요청할 수 있다. 당사자간 증거를 주고 받다 보면 침해 여부가 분명해져 소송 이전 합의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선명해 보이나, 내포한 쟁점이 광범위하여 오히려 논의가 모호해지는 측면도 있다.
질문으로 바꿔보자.
특허침해소송에서 침해증거 확보에 대하여 묻는다면, 곤란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하는 기업이 8할이다. 그렇다면 증거조사 방법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입법추진중인 특허법 개정안(이수진의원 발의)을 통해 드러난 제도 개선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전문가에 의한 사실조사 도입 및 현행 자료제출명령제도 개선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문가 사실조사는 당사자 동의하에 법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 중립적인 전문가가 조사한다.
조사 신청인에 해당하는 원고는 사실조사에 참여가 불가하다.
외국 기업이 특허 침해를 이유로 국내 기업에 소를 제기하더라도 그 외국 기업은 조사과정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동 제도 도입으로 국내기업의 특허무효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는 현실화되기 어렵다.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소를 제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임은 당연하다.
제출하는 기업의 영업비밀 자료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어 동 제도 도입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낮출 수 있다.
전문가 사실조사는 피조사자에게 조사결과보고서 우선 열람권을 부여하고, 조사내용 중 영업비밀의 삭제 신청이 가능하다.
조사를 한 전문가에게는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비밀로 유지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누설 시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소송과정에서 상대방 대리인이 영업비밀을 열람한 경우, 해당 대리인은 그 의뢰인에게도 비밀을 유지하도록 명령, 이를 위반할 경우에도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이 전문가 증거조사를 받는 기업에게 발생하는 손해를 고려하여 신청인에게 담보제공명령 등을 할 수 있다.
전문가 사실조사제도 도입에 따라 발생 가능한 무분별한 남소 또는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된다.
다만 영업비밀 유출 방지를 위하여 조사 결정시 고려할 사항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새로이 도입하려는 제도에 대한 입장을 정할 때 참고할 필요가 있다.
‘침해 가능성’, ‘조사 필요성’, ‘상대방의 부담정도’를 고려해야 하므로, 이 제도 도입으로 소제기가 남발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거조사의 어려움으로 소송 절차에서 고통받는 정당한 권리자가 많다면, 그 제도 개선의 방향성은 이미 정해져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