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2.02 15:07

"전작권 전환 가속화해 나갈 것"…일본, '동반자' 대신 '이웃 국가'로 기술

2020 국방백서. (사진=KBS 뉴스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로 발간된 '2020 국방백서'(이하 백서)에서도 '북한은 적'이란 표현이 빠졌다. 일본에 대해서는 '동반자' 대신 '이웃 국가'로 기술했다.

2일 국방부가 발간한 백서에는 2018 국방백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현 정부 들어 처음 발간된 2018 백서에서도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현했던 문구를 공식 삭제하고 '적'을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규정했던 기조가 유지된 것이다.

집권 5년 차를 맞은 정부가 올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추진하기 위한 마지막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북한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북한이 2019년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고 8차 당대회 등을 계기로 신형 전술·전략무기를 잇달아 공개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국방백서의 '적' 표현과 관련해 "2018 국방백서 내용을 유지해 북한 위협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협, 초국가적·비군사적 안보위협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으로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방백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다. 우리 군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고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백서 발간을 앞두고 '북한은 적'이란 표현을 넘어 과거 백서에서 사용됐던 '주적'(주된 적) 표현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1995∼2000년 백서까지 주적이란 표현이 사용됐지만, 2004년 백서부터 주적 대신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계기로 그해 발간된 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란 표현이 재등장한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까지 유지됐다. 다만 당시에도 '주적'이란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

백서는 앞으로 북한과 정례적인 군사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명시했다. 

백서는 "9·19 군사합의에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운영에 합의한 만큼 위원회가 조기에 구성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한층 다양한 군사적 현안들이 남북 군사당국 간에 논의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백서에서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국력과 군사력에 걸맞은 책임국방 실현'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방위역량을 조기에 확충하면서, 주기적인 준비상황 평가를 통해 전작권 전환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임무수행능력 검증을 위한 3단계 연합검증평가 시행 진행 상황도 별도 꼭지로 편성해 상세히 기술했다.

'전작권 조기 전환' 목표는 이전 백서에서도 기술된 것이지만 '가속화'라는 표현이 두 차례 추가되며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연합검증평가가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전작권 전환 추진 속도를 둘러싸고 한미 간 '미세한 온도차'가 잇달아 감지되는 등 계획대로 추진하기 쉽지 않은 현 상황을 반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백서에는 '전시 작전수행능력 향상' 관련 기술에서 '연합야외기동훈련(FTX)'과 관련해 "'연중 균형되게 연합준비태세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 하에…다양한 추가 훈련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연합작전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설명도 새로 추가했다.

2018년 북한의 비핵과 여건 조성을 위해 독수리(FE) 훈련 폐지 등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이 사실상 실시되지 않으면서 제기되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백서는 또 지난해 국내 실시 기준으로 육군 29회, 해군 70회, 공군 66회, 해병대 7회의 한미연합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백서에는 2019년부터 악화한 한일관계가 그대로 반영된 것도 특징이다.

백서는 주변국과의 국방교류협력 관련 기술에서 올해도 일본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기술하며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 국가"라고 명시했다.

이전 백서에서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기술한 것과 비교하면 격하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독도 도발, 2018년 일본 초계기의 한국 함정에 대한 근접 위협비행과 이에 대한 '사실을 호도하는 일방적 언론 발표'로 한일 양국 국방관계가 난항을 겪었고,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미래지향적 발전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백서는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위한 대화를 조건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상황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일본의 역사왜곡,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 현안문제에서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하는 한편, 공동의 안보현안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일본 방위성도 지난해 7월 내놓은 '2020 방위백서'에서 한국을 기술하며 '폭넓은 협력'이란 표현을 삭제한 바 있다.

대(對)중 협력과 관련해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2016년 상황은 삭제된 대신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한중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 양국 관계 '정상화' 노력이 기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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