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2.04 14:36

기부채납 비율 15% 이하로 낮춰·조합원 의무거주 2년 적용 제외…아파트 값 현물선납하면 양도·비과세 혜택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정부가 도심 내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하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규제에 초점을 맞춰 온 걸 감안하면 큰 폭의 변화다.

정부는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공공 주도 정비사업의 경우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겠다"고 공급 계획을 밝혔다. 

재개발, 개전축 등 기존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에서만 9만3000가구, 인천경기 2만1000가구, 5대 광역시 2만2000가구 등 총 1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재초환)의 경우 공공이 주도할 경우 미적용하기로 결정했다. 3분의 2만 동의하면 조합을 설립할 수 있으며 기부채납 비율을 종전 20~25%에서 15% 이하로 낮춘다. 분양권을 받기 위한 조합원 의무 거주 2년도 적용하지 않기로 언급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공공직접 시행 정비 사업'이란 주민 동의를 거쳐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이 재개발·재건축을 직접 시행하고 사업·분양계획 등을 주도해 신속히 사업을 추진하는 제도다. 

기존의 공공재개발, 공공개건축에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합원 과반수 요청으로 공기업의 정비사업 시행이 시작되고, 조합총회 및 관리처분인가 절차 생략, 통합심의 등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기존 13년 이상의 사업기간이 5년 이내로 단축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특히 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로 신청, 1년내 토지 등소유자 3분의 2 동의에 따라 조합설립이 가능해진다. 기존엔 4분의 3 동의가 필요했다.

아울러 1단계 종상향 또는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 상향, 재건축 조합원 2년거주 의무 미적용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제시됐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인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미부과 등을 통해 사업성이 대폭 개선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간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재초환이 거론돼 왔는데 민간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다.

'재건축 저승사자'로도 불리는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오른 집값의 일부에 대해 최고 50%까지 현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이를 면제해 조합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조합원에게는 기존 정비계획 대비 10~30%p 추가 수익을 보장하고, 장래에 부담할 아파트 값을 현물선납 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우선 공급을 희망하지 않는 조합원(토지소유자)은 현금 보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기존 공공재개발, 공공개건축을 통해 수도권에 9만 가구 공급을 계획했는데 이번에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적용되는 새로운 모델에 따라 공급 물량이 4만 가구 가량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재초환 면제와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조합들의 참여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인센티브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공공이 짓는 아파트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실제 조합들의 참여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할 물량의 질이 기존 임대아파트 수준이라면 조합과 지역주민들의 반대만 커질 것"이라며 "공공 주도의 아파트 단지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급 아파트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공공이 제한하지 않고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 강남권을 비롯한 재건축 조합들의 참여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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