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2.04 18:06

과도한 사유재산권 제약 반발도…"투자 수요 집중되는 정비구역에선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진 어려울 것"

영동대교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사진=남빛하늘 기자)
영동대교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정부가 2·4 공급대책에서 이날 이후 개발사업 지역의 주택 등 부동산을 취득하면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는 초강력 투기방지 대책을 내놓아 개발사업 후보지의 부동산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날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날 이후 이들 사업이 시행되는 지역의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주택이나 상가 등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 사업 추진을 염두에 두고 집이나 지분 등을 산다고 해도 이후 실제 개발이 이뤄졌을 때 입주권을 얻지 못해 현금청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은 이날 이후 공공 시행 재개발·재건축이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구역 내 기존 부동산에 대한 신규 매입계약을 체결한 경우 주택이나 상가의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부동산의 분할이나 분리소유 등 권리 변동을 한 사례도 우선공급권을 받을 수 없다.

단독주택, 나대지 등을 다세대 등으로 지어 지분을 분할하는 경우 이날 이후 건축허가분부터는 우선공급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우선공급권은 1세대 1주택 공급 원칙으로 운영된다. 공유지분인 경우 대표자 1인에게 공급하는 등 기존 재개발 공급원칙을 준용한다.

우선공급권에 대해서는 전매제한 기간이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설정된다.

우선공급 대상자나 세대원은 우선공급 계약일로부터 5년 이내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우선공급받거나 정비사업 조합원 분양 신청을 할 수 없다.

상가 소유자에게는 기존 상가의 연면적 범위 내에서 원하는 만큼의 상가를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인 경우엔 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을 허용한다.

현재 정부는 걱정은 집값 상승이다. 이 같은 조치는 정부 발표로 인해 전국에서 부동산 개발 붐이 일어나 주택시장을 더욱 과열시킬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서울 빌라촌에서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과도한 사유재산권 제약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이후 재건축·재개발 추진지역 부동산을 구입한 경우 훗날 공공 직접시행 사업이 추진되면 입주권이 나오지 않아 현금청산해야 하는 불이익을 감당해야 한다.

사업 참여 여부를 두고 조합원간 첨예한 다툼의 소지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때문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정비구역에선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발 사업과 상관 없이 집을 처분해야 하는 이는 수요가 크게 위축돼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빌라를 사고 싶은데 이후 자신이 취득한 빌라가 있는 지역에서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입주권을 얻지 못하고 처분도 어려워져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 되는 셈이어서 빌라를 구입하는 데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아직 사업지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오늘부터 서울에 있는 빌라는 하나도 못 산다는 말 아니냐"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사실 투기 방지 대책으로 이 같은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는 재개발 재건축 단지나 빌라 밀집지의 집값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노리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에 과감한 인센티브가 부여돼 강력한 투기 차단 조치가 필요했다"며 "재건축 재개발 추진 지역의 과도한 추격매수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업 예정구역은 즉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실거주나 실경영 목적 외에는 부동산 매입을 제한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현행 법령상 허가대상 면적은 주거 180㎡, 상업 200㎡, 공업 660㎡ 등 기준면적의 10%까지만 하향 조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주거지역은 18㎡ 이하인 소형 오피스텔 등은 토지거래허가제 적용을 피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준을 더욱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

그러나 이 정도 투기차단책으로는 역부족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및 송파구 잠실동은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에도 집값이 꾸준히 상승했다.

정부는 주택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거래 가격이나 거래량이 예전보다 10~20% 상승하는 곳은 사업지에서 배제한다.

공공재개발 등 정부가 이미 발표한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지역도 가격이 급등하는 등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 사업 선정 대상에서 제외한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불법행위대응반을 20~30명 규모의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으로 확대 개편한다.

사업 예정구역이나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상거래, 불법행위 등 투기수요에 대한 실거래 기획 조사 등을 벌인다. 정부는 추가 규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을 통해 "분양 및 입주까지 다소간 시일이 걸릴 수 있단 점에서 일시적인 시장 불안 소지도 없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고강도 시장안정대책을 즉각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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