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02.12 09:35

대졸 신입 채용 시기, 1분기에 50% 몰려…공공기관 "올해 채용인원 45%, 6월 이전 뽑을 계획"

(자료제공=인크루트)
(자료제공=인크루트)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설 명절이 됐는데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고향방문 자제를 지속 권고하고 있는 만큼 ‘내려가지 않을’ 당위성은 확보됐지만 취업이 안 돼 고향에 가봐야 스트레스만 받을 청년들이 많다.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방역상황이 지속되면서 취업자 수는 덩달아 급감했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1만8000명 줄었는데 이는 IMF 위기시절인 1998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이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취업자가 18만3000명 줄었는데 이들의 실업률도 9.0%로 0.1%포인트 상승했다. 22년 만의 고용참사가 청년층에 집중된 것이다.  

새해에도 반등은 없고 오히려 더 악화됐다. 1월 취업자 수는 98만2000명 줄었다. 1998년 12월(-128만3000명) 이래 최악이다. 청년 취업자도 31만4000명 줄었다.

이에 청년들은 취직 준비를 위해 이번 설 명절에도 고향 내려가기를 포기했다. 노량진에 거주하는 박모군(28세)은 “지난 설에도 못 내려갔는데 올해도 못 간다”며 “집에서도 코로나 때문에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취직해서 당당하게 가고 싶어 귀향을 미뤘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청년들이 취직 준비에 몰두한 가운데 올해 기업의 대졸신입 채용이 1분기에 절반 가량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기업 705곳에 대해 ‘2021년 대졸신입 채용시기’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월(25.1%, 원서접수 시작일 기준 월별 복수 선택)이 가장 많았다. 이어 2월(13.4%), 1월(11.2%) 순으로 1분기가 49.7%를 차지했다. 

상반기 중 3월에 가장 많은 채용이 예상됐다. 대기업 27.6%, 중견기업 22.5%, 중소기업 25.7% 등 4곳 중 1곳은 3월에 채용을 진행한다. 박영진 인크루트 홍보팀장은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인해 공채를 비롯해 미뤄진 채용들이 연초에 재개 또는 본격화되는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즉 상반기 중 취업에 실패하면 다음 추석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리다.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의 절반이 ‘상반기 채용할 것’이라는 희망찬 소식도 들린다. 잡코리아가 최근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514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직원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2곳 중 1곳에 이르는 48.8%가 ‘상반기에 직원을 채용한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 중에는 ‘신입직과 경력직을 모두 채용’하는 기업이 25.5%로 가장 많았고 ‘경력직만 채용(13.8%)’하는 기업이 ‘신입직만 채용(9.5%)’ 보다 많았다.

다만 상반기 중소기업의 신입직 채용 규모는 예년보다 적거나 예년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신입직을 채용할 것이라 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규모를 조사한 결과 ‘예년보다 적다’고 답한 기업이 3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예년수준’이라 답한 기업이 30.0%로 뒤따랐다. ‘예년보다 많다’고 답한 기업은 21.1%에 그쳤다. 14.4%는 ‘채용규모는 미정’이었다.

신입직 채용 직무는 ‘영업관리’ 직무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인 중소기업이 2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생산·현장직(20.6%)’, ‘재무회계(18.9%)’, ‘국내영업(17.2%)’ 순이었다.

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책임감’과 ‘성실성’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입사원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책임감 있는 태도’라 답한 기업이 40.0%로 가장 많았고 ‘성실한 태도’가 중요하다는 기업이 39.4%로 근소한 차이로 뒤따랐다.

경력직 채용규모는 ‘예년수준’이라 답한 기업이 3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예년보다 적다(26.7%)’거나 ‘아직 채용규모를 정하지 못했다(19.8%)’는 기업 순이었다. 경력직 채용 직무는 ‘IT프로그래밍’이 24.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재무회계(22.3%)’, ‘마케팅(18.8%)’, ‘국내영업(17.3%)’ 순이었다.

경력직 직원을 채용할 때 기업은 ‘동종업계의 경력(54.5%)’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답했다. 이어 ‘지원분야의 전문지식과 자격증(37.6%)’, ‘팀워크를 위한 협업능력(29.2%)’, ‘조직 적응을 위한 친화력(28.2%)’ 순으로 경력직 채용 시 중요하게 평가했다.

정부도 올해 공공기관 채용인원의 45%를 상반기 중에 뽑기로 했고 공공부문집중 일자리사업, 사회서비스일자리 등에 대해서도 상반기 집중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지속 밝힌 만큼 상반기 채용활성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1분기 중 청년·여성 맞춤형 일자리 대책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료제공=사람인)
(자료제공=사람인)

다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코로나 상황에 따라 취소나 연기가 될 수 있어 청년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지난해 구직자 4명 중 1명은 진행 중이던 채용이 취소되거나 미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3028명을 대상으로 ‘채용 취소 및 연기 경험’을 조사한 결과 25.4%가 ‘채용 취소 및 연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채용 연기’를 경험한 응답자는 38.6%였으며 ‘채용 취소’를 겪은 구직자는 27.5%였다. ‘채용 취소, 연기 모두’ 겪었다는 응답은 33.9%였다.

갑작스런 채용 취소나 연기를 겪은 구직자들 중 대다수인 94%는 불이익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다른 기업에 지원할 기회를 놓침’(38%, 복수응답)을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좌절감과 스트레스로 질병에 시달림’(29.8%), ‘아르바이트 등 급하게 돈을 벌게 됨’(27.6%), ‘아무 기업에나 묻지마 지원을 하게 됨’(27.2%), ‘이전 직장에서 퇴사해 공백기가 생김’(25.3%), ‘주위에 합격 사실을 알렸다가 낙담’(19.8%), ‘중복 합격한 기업에 입사하지 못함’(12.2%) 등을 언급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33.3%는 ‘자격 시험 취소나 연기’를 겪었다. 취소나 연기를 겪은 자격 시험은 ‘국가 기술자격 시험’(43.8%, 복수응답), ‘외국어 능력 시험’(36.9%), ‘기타 민간 자격 시험’(20.7%), ‘국가 전문자격 시험’(16.7%) 순이었다. 이들 중 46%는 취소나 연기된 자격 시험 때문에 원하는 기업에 입사지원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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