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2.10 23:10

아시아나, 25만원에서 19만원으로 낮춰…제주항공 9만9000원 '최저'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같은 강력한 방역조치로 가족 간 오순도순 모이기조차 어려워진 올 설에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무착륙 관광비행, 비대면 콘서트, 이색 만화카페, 게임 등이다. 그 면면을 차례로 다뤄본다.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왼쪽 위부터),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객들을 태운 비행기가 이륙해 일본 상공을 한 바퀴 돌고 다시금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온다. 

이같은 이색 여행상품이 바로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최근 새롭게 등장해 관심을 모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다.

올해에는 긴 설 연휴를 틈타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으로나마 달랠 수 있을 전망이다. 

◆ 설 연휴 5회 비행…이전보다 저렴한 값에 설 당일에도 구매 가능

지난 1월 티웨이항공을 통해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다녀온 A씨는 "여행의 '느낌'이라도 경험하고 싶어서 표를 샀다"며 "공항으로 가 입국 심사, 비행기 탑승 등 그리웠던 과정을 거치고 나니 정말 여행을 떠난 것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시기에 사람들에게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게끔 하는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은 정부가 지난 11월 19일 항공 및 면세 산업의 지원을 위해 1년간 한시적 운영을 허용하며 본격 개시됐다.

이제까지 총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됐으며, 1차(12월 12일~1월 2일)에는 총 16편의 항공기가, 2차(1월 9일~31일)에는 총 12편의 항공기가 운항했다.

현재는 3차가 진행 중이다. 3차는 설 연휴를 포함한 2월 한 달 동안 시행되며 총 23편의 항공기가 운항한다.

특히 탑승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설 연휴 기간에는 5번의 관광비행이 예정돼 있다. 항공사별 운항 일정은 진에어 11일, 아시아나항공 13일·14일, 티웨이항공 13일, 에어부산 13일이다. 

연휴 기간 내 운항하는 상품의 항공권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12일까지 예약할 수 있으며, 그 외는 항공사 좌석 사정에 따라 당일 구매도 가능하다.

항공사 관계자는 "비행시간이 약 2시간 정도라 별 준비 없이 당장 떠나기에도 쉬워 연휴 당일까지도 실시간 예약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전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설 연휴를 포함한 3차 운항에는 2차보다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해 항공편이 늘면서 항공사들은 탑승객을 잡기 위해 경쟁하며 '가격 낮추기'에 돌입했다. 

2차 당시 25만원(이코노미)이라는 항공사 중 가장 높은 가격의 항공운임을 부과했던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운임을 19만원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마일리지로도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항공은 12만8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티웨이항공과 진에어는 15만8000원에서 각각 10만8000원과 12만8000원으로 가격을 조정했다.

제주항공에서 2월 13일 자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티켓을 구매한 B씨도 "설 연휴를 색다르게 보내면서 면세 쇼핑도 하려고 항공권을 샀는데 이전 회차보다 가격이 싸 구매 부담이 적었고, 면세로 돈을 아끼는 효과가 더 커질 것 같다"고 기대를 표했다.

◆600달러 이내 면세 한도 적용...업체별 할인 혜택까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면세 쇼핑 혜택'이 꼽힌다.

진에어의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이용한 C씨는 "가족들의 직장 동료, 주변 지인에게 줄 설 선물용 면세품 구매를 위해서 다녀왔다"며 "면세점의 경우 최저가 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으니까 쇼핑하기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고 평했다.

실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은 현행 일반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가 동일하게 적용돼 기내·시내·출국장 및 입국장 면세점에서 600달러 이내의 면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1ℓ·400달러 이내의 술 한 병과 담배 200개비, 60㎖의 향수에 대한 별도 면세도 가능하다.

C씨도 이를 통해 인터넷 최저가를 이용할 때보다 약 80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각 항공사 역시 이 점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상당수 항공사는 아예 쇼핑에 초점을 두고 상품 이름을 Duty Free Flight(에어부산), 면세항공여행(티웨이), Flex관광비행(진에어), 쇼핑품은여행(제주항공) 등으로 내걸었다.

카드사 또는 면세점 제휴 혜택, 쿠폰 지급 등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으로 쇼핑가격부담을 낮추는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면세점도 오랜만에 온 손님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세일 행사를 열었다.

탑승객들에게 록시땅(아시아나항공), 로레알 파리(제주항공) 등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어메니티를 무료로 나눠주며 화장품 수요가 높아 면세 이용을 즐기는 수요층을 공략하기도 했다. 

항공사들은 이 밖에도 비행하는 동안 개인용 모니터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고, 경품추첨이나 마술쇼 등을 진행해 탑승객들의 즐거움을 꾀했다.

지난달에는 비행 중 기내에서 진성, 박현빈 등 유명 트로트 가수가 공연을 펼치는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상품이 출시돼 이목을 끌었다.

◆'탑승객 잡아라' 쏟아진 혜택에 과세 산정 우왕좌왕

다만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 이번에 처음 시행된 만큼 진행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세관 신청 시 면세 범위를 초과한 물품에 대한 과세 가격 산정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 논란이 일었다. 어떤 사람은 할인 전 가격에 과세가 매겨진 반면 또 다른 사람은 할인 후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가 부과됐다는 것이다. 

2차례의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한 D씨는 이 문제를 직접 겪고 "처음 무착륙 국제관광여행을 갔을 때는 적립금과 카드사 혜택을 받아 실제 결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 금액을 지불했는데, 두 번째로 갔을 때는 할인 등을 받아 실제 결제한 금액이 아닌 할인 적용 이전 정가 결제 금액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세관원에게 말했더니 즉시 확인하기 어려우니 관세청에 이의신청하라고만 했다"며 "관련 자료를 모아 관세청에 이의를 신청하는 과정도 불편했고, 돈을 내는 문제인 만큼 정책에 일관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탑승객 E씨도 과세 가격을 매기는 기준이 개인별로 제각각이라 세관 신고 현장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절차를 처리하는 데 오래 걸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여행자 휴대품 통관의 경우 영수증에 표기된 내역을 기준으로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할인만 인정하는 게 원칙인데, 탑승객을 잡기 위해 면세업체에서 할인 혜택을 쏟아내다 보니 세관원이 이를 전부 파악하기 어렵고, 현장에서 영수증에 적힌 할인명만 보고 과세 가격에 포함되는 할인인지 판단하기도 힘들어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롯데면세점의 경우 현재 20개에 가까운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캔디', '더드림' 등 이름만으론 그 성격을 알 수 없는 혜택도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관세청은 지난 6일 각사의 할인 혜택별 과세 여부를 판단해 이 내용을 영수증에 상세히 명시해 세관 신고 시 쉽게 파악할 수 있게끔 하라는 요지의 공문을 면세점업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항공사도 과세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도록 관련 사항에 대한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세청 및 업체의 조치에 따른 문제 개선 희망과 더불어 저렴해진 가격에 앞으로 탑승객들이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종전보다 많이 이용할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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