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2.14 08:15

'네이밍' 몰두 비판도…오세훈 "2021년 선거한다고 21분 컴팩트 도시냐"

프랑스 파리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 (사진=FRANCE 24 English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br>
프랑스 파리. (사진=FRANCE 24 English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4월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La ville du quart d'heure)' 개념을 차용해 서울과 부산을 거주지를 중심으로 업무, 의료, 문화, 여가 등 기반시설을 모두 갖춘 '△△분 도시'로 재구성하겠다는 도시개발 구상을 내놓고 있다.

'△△분 도시' 공약은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등장했다. 여야 할 것 없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여러 후보의 주요 공약으로 자리잡았다. 정치인들이 숫자를 비롯한 '네이밍'에만 몰두하고 구체적인 청사진과 실행계획에 별 관심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이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서울시장 출마 보고회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영선 페이스북 캡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사진=박영선 페이스북 캡처)

21분·15분…박영선·박형준 '분단위' 도시 정책 내놓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26일 출마선언을 통해 "21분 만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도시"를 대표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른바 '21분 컴팩트 도시'다. 

서울을 인구 50만 명 기준, 21분 교통 거리에서 직장, 교육, 보육, 보건의료, 여가 등 모든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다핵분산' 스마트시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모든 주요 시설이 위치한 '앵커' 도시를 서울 곳곳에 균등하게 21곳 만들어,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 사는 시민이 21분 이상 서울 내에서 이동하지 않아도 양질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박 예비후보는 "현재 강남 등 서울 내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인프라와 인구의 양극화·쏠림 현상을 해소하고자, 시민이 각자의 동네에서도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작은 '도시 내 도시'를 균등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엔 서울 내에서도 도심으로 모든 게 쏠리는 중앙집권화 현상이 있었지만, 미래의 스마트시티 서울은 이러한 도심 역할을 하는 곳이 21개가 되고 이들 지역을 ICT 기술과 AI 기술을 활용해 또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예비후보는 분산된 다핵 스마트시티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역시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박 예비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미국 뉴욕은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직장과 주거 분리 등 각 기능에 따라 분리배치하는 조닝(zoning)을 시행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서울도 중앙집중에서 자족적인 다핵분산도시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지난해 12월 28일 연 1차 정책발표회에서 '살기 좋은 15분 도시' 구상을 밝혔다. 

도심에 시속 300㎞에 이르는 초고속 교통수단인 '어반루프'를 도입해 도시외곽 공항까지 망라하는 15분 생활권을 만들면서 집에서 걸어서 의료·교육·상업시설에 15분 내에 닿는 50개 생활권을 만들겠다는 공약이다.

박형준 후보는 "부산형 15분 도시는 급격한 기후변화 시대에 대한 적극적 대비이자, 피할 수 없는 저 탄소시대에 대한 선제적 대처이며 코로나 시대에 변화된 생활권 중심의 활동 패턴에 대응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도시 구조가 동네에 대한 소속감, 이웃 간의 친밀감 및 연대감을 증대시키고, 나아가 지역정치의 참여 및 확장 가능성을 높이며 풀뿌리 민주주가 심화되는 토양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6개구마다 3개의 생활권을 나눠 50개 플러스 알파 생활권 단위로 공공시설을 대폭 조성하고, 조성된 공공시설을 집에서 걸어갈 수 있도록 보행자 중심으로 도보환경을 개선해 걷기 좋은 도시, 걸으며 즐길 수 있는 도시 부산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박형준 동아대 국제학과 교수가 15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식을 열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형준 유튜브 캡처)<br>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사진=박형준 유튜브 캡처)

오세훈 "박영선 '21분 컴팩트 도시 공약, 구체적 검토 없는 설익은 공약"…김영춘 "박형준 어반루프 비현실성"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예비후보는 박영선 후보의 '21분 컴팩트 도시'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 후보는 10일 입장문을 통해 "박 후보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몇몇 건축가의 실험대상이 아니다"며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시민과 전문가들도 서울의 자치구가 25개인데 21개 다핵도시로 만들겠다는 근거는 무엇이며, 왜 하필 20분도 아닌 21분 안에 직장·주거·문화와 여가 모든 게 가능한 컴팩트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21이라는 숫자만 눈에 들어올 뿐 구체적인 청사진과 실행계획이 없었기 때문인데, 어제 의아했던 21이라는 숫자의 비밀이 밝혀졌다"며 "박 후보의 시민보고 현장에서 컴팩트 도시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한 건축학과 교수가 아직 구체적인 숫자가 정해진 것은 없다며 21세기, 선거가 있는 올해가 2021년이라는 점이 반영됐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 서울의 미래를 결정할 도시공간의 대전환 공약이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효율성에 대한 치밀한 검토와 평가조차 없이 이처럼 허술하게 네이밍된 것이라니 실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오 후보는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분야별로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공약을 다듬기 마련이지만 결국 어떤 공약을 채택해 어떻게 실행할지를 판단하는 것은 후보자의 식견이고 경륜이며 실력"이라며 "실행 가능성과 정책의 효율성조차 따져보지 않고 설익은 공약을 선택해 발표하는 것은 유권자인 서울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조은희 서초구청장 역시 지난 1월 31일 "(본인이) 지난해 11월부터 책과 포럼에서 25개 다핵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면서 "박영선 후보의 '21분 도시'에선 조은희표 구상과 박형준표 '15분 도시' 공약을 짜깁기한 악취가 난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예비후보의 15분 도시의 핵심 공약인 어반루프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후보도 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지난달 12일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박형준 예비후보의 1호 공약인 '부산형 15분 도시'의 핵심 '어반루프'에 대해 "10년 이내에는 성사되기 어려운 이야기"라며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반루프(첨단교통기술)라고 미국에서 아직은 실험실 수준에서 이야기를 해운대~가덕도 30분 이렇게 공약을 한다는 건 아마도 10년 이내에는 절대 성사되기 어려운 이야기인데 지금 1년짜리 시장선거에 나오면서 그런 공약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운다는 게 저로선 조금은 좀 한심하다랄까 어처구니가 없다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예비후보는 "미국의 선두 기업이 작년에 네바다주에서 실험한 것은 500m짜리 튜브 수준이다"면서 "그 회사도 2025년까지는 안전성 검증을 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목표를 표방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런 목표에 회의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반루프에 적용되는) 하이퍼루프 기술은 부산~서울 같은 장거리 구간에 유용한 기술이지 시내 단거리 구간에서 경제적인 수단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이진복 부산시장 예비후보 역시 지난달 18일 "(어반 루프가) 지금 현재로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 "가덕신공항에서 해운대까지 15분 내에 갈 일이 얼마나 있겠냐, 그리고 어반루프 건설을 위한 비용은 또 얼마나 소요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오히려 가덕신공항에서 해운대까지 직행하는 고속지하철을 만드는 식의 효율적이고 비용도 줄이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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