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2.23 07:00

옥중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겨…"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사회적 책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삼성전자 본사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삼성이 위험하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본사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삼성이 달라졌다. 겨냥하는 목표도 바뀌었다. 이제는 '초일류기업'을 넘어 '존경받는 기업'이 되길 원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꾸준히 전개해 온 사회공헌활동과 함께 협력사와 지역사회, 나아가 다음 세대까지 고려한 삼성만의 지속가능경영을 발전시켜 나가 인류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자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자"라고 당부했고, 지난달 말엔 삼성 7개 계열사 최고경영진(CEO)들이 "삼성이 초일류기업을 넘어 존경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존경받는 기업은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개념이지만, 삼성은 '기업이 얼마나 비재무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봤다.

일명 'ESG 경영'이다. ESG는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따 만든 용어다. 기업이 ESG를 추구하겠다는 것은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에 공헌하며 지배구조가 투명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삼성의 행보는 '총수 부재'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면피용이란 지적이 있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된 뒤에도 오히려 탄력이 붙고 있다.

이 부회장 수감 후 삼성이 ESG 동력을 잃을 것이란 세간의 우려와 정반대다. 이 부회장도 임직원 대상 옥중메시지를 통해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영상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온실가스 2만5000톤 감축

삼성은 전 사업장에 걸쳐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영상 디스플레이 제품 분야에 친환경 전략을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라이프스타일 TV에 적용하던 '에코 패키지'를 2021년형 전 제품으로 확대하고, 태양전지를 이용한 친환경 리모컨과 절전형 리모컨을 도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온실가스 2만5000톤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국내외 모든 반도체 사업장이 'UL'의 '폐기물 매립 제로' 사업장으로 인증받았다.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비율에 따라 플래티넘(100%), 골드(99~95%), 실버(94~90%), 인증(80% 이상)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업의 자원순환 노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UL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들의 평균 자원순환율은 98.1%로 국내 평균 대비 10% 이상 높았다. 

친환경 인증기관 영국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국내 반도체 업계 최초로 '물발자국' 인증을 받기도 했다. 물 발자국 인증은 3년간 사업장에 사용하는 용수량과 용수 관리를 위한 경영 체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여한다.

삼성 관계자는 "철저한 수자원 관리를 환경보호의 시작점으로 인식했다. 반도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수자원을 아껴쓰고 재사용, 재활용하는 활동을 지속해왔다"며 "용수 사용량 저감을 경영 지표로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에는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미세먼지 연구소'를 신설했다. 미세먼지 연구소는 미세먼지의 생성 원인부터 측정·분석·포집·분해까지 전체 사이클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과 솔루션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연구소 설립 당시 삼성은 "미세먼지 문제가 우리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만큼, 선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혁신적인 연구 역량을 투입해 사회적 난제 해결에 일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이재용 '동행' 비전…3년간 180조 투자·4만명 채용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1월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부회장 입사 후 경영진이 아닌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한 첫 메시지였다. 이날 이 부회장이 제시한 '동행'이란 개념은 향후 삼성 사회공헌사업을 이끄는 하나의 비전이 됐다. 

삼성은 지난 2018년 8월 향후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같은 기간 약 4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향후 5년간 청년 취업준비생 1만명에게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스타트업 500개를 육성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약속은 동행 비전에 따라 착실히 이행 중이다. 투자와 채용은 지난해 말까지 초과 달성했다. 아울러 취준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 '삼성 청년소프트웨어 아카데미'에 최근 5기 교육생이 입학했으며, 오는 2024년까지 5000억원을 투입해 1만명의 수료생을 배출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육성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협력사와의 상생도 동행 비전의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삼성과 협력사들은 나란히 성장해 왔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협력회사 협의회(협성회)의 지난 2019년 매출은 1991년과 비교해 25배 이상 늘었고, 고용 인원은 6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성장한 만큼 협력사들도 결실을 나눠 가졌다.

협성회는 삼성전자 1차 협력사들이 모인 단체로, 삼성전자와 협력사 간 원활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상호 발전하기 위해 출범했다. 현재 200개가 넘는 기업이 협성회에 가입된 상태다. 동우화인켐, 에스에프에이, 엠씨넥스, 파트론, 대덕전자 등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도 다수 존재한다. 

이 부회장이 수감된 상황에서도 동행 비전은 굳건했다.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은 협력사 물품 대금을 조기 지급했다. 코로나19로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조기 지급 대금 규모는 총 1조 30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협력사 289곳의 2만3000명에게 총 441억9000만원 규모의 하반기 인센티브도 지급했다. 지난해 7월 지급된 상반기 인센티브 365억3000만원을 포함하면 2020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협력사에 지급한 인센티브는 777억원을 훌쩍 넘긴다. 

◆삼성전자, 첫 사외이사 의장 선임…'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말부터 지배구조 개선에 주력해 왔다.

2017년 2월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그간 삼성은 오너가 계열사를 총괄하는 선단식 경영을 해왔지만,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각 계열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의 독립 경영 체제를 안착시켰다.

2018년부터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 운영해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했다. 이사회 중심 경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사외이사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선임됐다. 사외이사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은 건 이때가 처음이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박 신임 의장 선임으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 주문으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계열사들의 경영 활동을 한층 엄격하게 감독할 수 있게 됐다.

준법위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7개 계열사가 협의해 설치한 독립 위원회다. 조직 전반의 준법체계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 실형 선고 이후 입장을 내 "삼성 준법 이슈의 핵심은 경영권 승계 문제에 있다고 초기에 진단했다. 이에 대한 근원적 치유책을 고민해달라고 최우선으로 주문했다.

그 결과 이 부회장이 국민에게 직접 나서 장차 4세 승계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승계 문제가 해소되면 남은 문제는 지배구조의 합리적 개선이다. 이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낼 방침임을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