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4.25 17:25

기업이 금융권으로부터 자본을 조달받아 사업을 하고, 거기서 창출된 수익이 다시 금융권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금융-산업 간의 선순환이다. 

산업에서의 불황 또는 부도의 폐해는 곧바로 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될 금융권이 떠안아야 한다. 따라서 금융은 특정 기업의 사업 타당성부터 진행 경과, 수익 현황, 미래 투자 가치 등을 모두 전반적으로 감독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 점이 산업 구조조정을 논의하는 데 있어 금융 구조 개혁도 함께 다뤄야 할 이유로 꼽힌다. 예컨대 금융권이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나 자산 건전성 관리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거나 인맥 또는 정치적 환경에 휘둘려 객관적인 평가를 포기한다면 금융·산업의 선순환 고리가 깨지고 동반 몰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의 기업 관리 능력은 신용을 잃은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만성적 한계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220% 가량 증가했다. 상환 능력이 없는 기업일지라도 이자만 꼬박꼬박 내면 금융사들이 대출 만기를 쉽게 연장해주고, 대출을 회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부실대출’임을 인정하는 것이 돼 금융사에서 이를 꺼리는 등의 문화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3년 연속 영업적자에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이른바 ‘좀비기업’에게 높은 신용등급을 주는 관행도 문제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신용평가 등급 및 자산 건전성 분류 상황을 보면 이들 좀비기업에게 B등급 이상의 대출을 해준 비율이 55.6%에 달한다. 이 중에 A등급(정상)으로 분류한 경우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국책은행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만성적 한계기업에 대한 국책은행의 신용공여액은 2011년 22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43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다. 

구조조정과 기업퇴출이 소극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포함한 7개 은행권이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D등급(정리 대상) 기업은 총 28개였지만, 이중 정리가 완료된 기업은 11곳에 불과했다.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의 대상인 C등급에 대해서도 대출금 상환유예, 대환대출 집행 등 관대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금융권의 재무 건전성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주채권단인 금융권 위주의 자율적 구조조정이 추진될 여유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형적인 자산 부풀리기와 부실대출 줄이기에만 급급한 금융권이 기업 구조조정 위기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시중 은행들도 부실채권 정리와 부실기업 정리에 대대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민간 금융권의 주도적인 구조조정 역할에 금융당국이 보다 높은 자율성을 부여해줘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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