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2.21 09:00

군수산업 만으론 성장 한계…군수·민수 양 영역서 활용가치 높은 분야 속속 진출
LIG넥스원 '중대형 수송드론'·한화디펜스 'ESS'·한화시스템 '항공모빌리티' 등 주력

탑재중량 40KG급 수송드론 개념도 (사진제공=LIG넥스원)
탑재중량 40KG급 수송드론 개념도 (사진제공=LIG넥스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방산업계가 코로나19로 수출길이 어려워지자 민수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기존 보유 기술을 활용한 수송용 드론,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개발을 통해 보다 큰 시장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기업들은 민수사업을 핵심사업으로 끌어올리며 이를 위해 조직 개편과 함께 관련 민간기업들과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LIG넥스원, 드론 사업에 역량 집중…미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도 진출

방산업체들은 군수산업에서 매출을 올리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군수 사업은 국방 예산을 나눠먹는 구조이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국제 방산 전시회가 대부분 열리지 못하면서 신규 프로젝트 수주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방산업체들은 민간에서도 수요가 있는 리튬이온배터리,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인공위성 등의 국방 기술을 이용해 민수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LIG넥스원이 최근 민수 시장 비중이 큰 드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LIG넥스원은 기존에 있던 항공사업부를 항공드론사업부로, 항공연구소를 항공드론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이와 함께 드론 관련 인력도 보강했다. 드론 사업을 사업부 단위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드론은 군수와 민수 시장 양쪽에서 활용도가 높다. 지난해 7월부터 국방용 드론 핵심부품인 모터와 드라이버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를 수송용 드론 부품분야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중·대형 수송드론 분야를 미리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4일 광주광역시와 '수소연료전지 기반 탑재중량 200㎏급 카고드론' 개발사업 협력에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는 탑재중량 40㎏급 수송용 멀티콥터형 드론시스템 개발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수소연료전지 기반 수송드론은 물류·수송 서비스 전반에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을 절감시켜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수송 드론을 기점으로 향후 미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까지도 진출할 방침이다.

LIG넥스원은 통신분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11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를 통해 이노와이어리스 지분 16.55%를 331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총 지분 21%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다. 이노와이어리스는 이동통신용 최적화 및 시험·계측솔루션, 소형기지국 분야에서 국내 선도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22일부터 25일까지 부산 BEXCO에서 열리는 '국제 해양방위산업전(MADEX) 2019'에 마련된 한화디펜스 전시부스. (사진제공=한화디펜스)
'국제 해양방위산업전(MADEX) 2019'에 마련된 한화디펜스 전시부스. (사진제공=한화디펜스)

◆ 한화디펜스, 선박용 ESS 사업 진출…민수사업 본격화

한화디펜스는 올해부터 리튬이온배터리 기반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주요 중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민수사업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디펜스가 선박용 ESS 사업 진출에 나선 이유는 군수사업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선박용 ESS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규제와 EU의 배출권거래제(EU-ETS) 등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성장성이 커진 친환경 사업이다. 

우리 정부도 선박배출 온실가스 70% 저감기술 확보를 위한 '그린 십-K'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관공선 388척, 민간선박 140척 등 총 528척이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된다.

한화디펜스는 2016년 7월부터 개발을 시작한 잠수함용 리튬이온전지체계 기술을 바탕으로 선박용 ESS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민수 전력용에서 발생하는 화재상황을 재연해 안전성·성능을 입증 완료했다.

한화디펜스는 지난해 말 경상남도 창원에 잠수함용 리튬이온배터리 공장을 완공하고 양산을 시작했다.

민수사업 확장을 위해 국내외 민간기업들과의 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2월 대우조선해양과 리튬배터리 기반 ESS 공동연구 MOU를 체결한 데 이어 이달에도 에너지효율 솔루션 전문 업체인 댄포스와 기술제휴 MOU를 맺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화 방산 계열사인 한화시스템 역시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드론 사업에 뛰어들며 민수사업 열기에 동참했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오버에어사와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버터플라이'를 개발 중이다. 도심 상공의 항행·관제 솔루션, 기존 교통체계 연동 시스템 등 항공 모빌리티 플랫폼도 구축한다.

지난해 7월 한국공항공사와 MOU를 체결하고 기체·항행교통 기술 및 버티포트 통합운영 시스템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민수용 e-VTOL 기술에 특수작전용·수송용·공격용 플랫폼을 접목시킨 군용 드론도 구상하고 있다.

기존 군수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 느껴…스핀온·오프 통해 산업경쟁력과 국방력 동시 강화

방산 전문가들은 방산업체가 군수사업 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민수 사업에 나선다고 분석했다. 

LIG넥스원의 드론 및 이동통신 사업, 한화디펜스의 선박용 ESS 사업 모두 군수와 민수 양 영역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

기존에 해오던 군수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 폭을 넓힐 수 있는 민수 기반 미래사업을 키워 외형을 확장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한국항공우주(KAI), 한화방산계열사, 현대로템, 풍산등 이미 민수 분야에서도 상당한 매출을 거두고 있는 다른 방산기업들 역시 보다 다양한 사업으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방부가 공동주재한 국방산업발전협의회에서 "군이 첨단기술의 시험장이 돼 민간 우수기술을 국방분야에 적용(스핀온)하고, 파급력있는 기술을 다시 민간에 이전(스핀오프)해 산업경쟁력과 국방력을 동시에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군수 사업 분야는 국방 예산을 방산업체들이 나눠 먹는 구조여서 지속적인 외형 성장엔 한계가 명확하다"며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드론, 인공지능(AI), 무인화 등 무기체계 발전 속도도 빨라지면서 민수 분야로 확대된 기술 혁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업들은 미래 수요도 많은 사업이기 때문에 유망하다"며 "방산기업에서 민간기업들과 MOU를 맺고 협력하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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