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2.20 07:00

이상배 "연합방위 주도할 한국군 군사능력 충족하려면 4~5년 더 소요"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사진=박휘락TV 캡처)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사진=박휘락TV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한민국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필요한 주요 조건들이 빨라야 2025년경 충족될 수 있고,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 등 일부 핵심 조건은 2028년 경에야 완비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알려진 가운데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에 대해 대체적으로 '시기상조'라고 보고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작권 환수'에 대해 "전작권을 받을 준비가 안 돼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2014년 한미가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은 세 가지"라며 "이는 연합방위 주도에 필요한 한국군의 군사능력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 및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북핵대응에 대한 기초적인 능력을 갖고 있느냐"라며 "그게 아니지 않느냐. 북핵에 대해서는 아무런 능력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특히 "북한은 2014년에 비해 수소폭탄, ICBM, SLBM까지 갖췄는데, 우리가 한미 연합작전을 주도할 수 있느냐라고 봤을때 예전보다 더 안 돼있다"고 개탄했다.

ICBM은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핵탄두를 장착하고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까지 공격이 가능하다. SLBM은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전략 핵잠수함에서 발사하도록 개량한 것으로, 탐지와 추적이 어려워 '보이지 않는 핵주먹'으로도 불린다. 

박 교수는 또 "북한이 유사시에 우리를 공격한다치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공격을 하기만 하면 완전히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하고 그게 돼야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연합사 사령관을 맡게됐을 때 앞서 말한 미국의 그런 자세를 우리가 어떻게 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현재의 한국군 장병들은 핵무기를 본 적도 없고 핵무기를 배운 적도 없다"며 "북한과의는 핵무기를 축으로 대치중인 상황인데 핵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한미연합사령관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우리나라가 대략 몇년도 정도되면 전작권을 무리없이 환수할 수 있을 정도로 여건이 성숙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엔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핵공유 체제를 만들어서 북한의 핵무기와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북한은 핵무기라는 조커(가장 센 패가 되기도 하고 다른 패 대신으로 쓸 수 있는 패)가 있으니 우리는 그 조커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조커 대응카드가 있어야 하고 그게 없는 한 다른 어떤 대응도 의미가 없다. 아무리 재래식 무기를 많이 만든다쳐도 핵무기에 대해서는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어느 시기가 됐건 전작권은 환수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질문엔 "국가의 생존권이 우선"이라며 "아니 그럼 NATO는 바보라서 이렇게 하고 있겠느냐. 더구나 NATO는 작전지휘권이 있을 정도로 권한이 쎄다. 우리가 통일이 된다든지 북한이 아주 착한 이웃이 돼서 평화공존을 확실히 약속하고 군대도 대폭 감축한다든지 해야 가능한 얘기"라고 답변했다.

'군대 지휘권이 없는 게 명실상부한 독립국가냐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고 하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우리나라 일각의 세력밖에 없다"며 "우리가 군대 지휘권이 없기는 왜 없느냐. 지금 현재 한미연합사의 사령관이 누구냐하면 한미양국의 합참의장이다. 그 위에는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이 있다. 그러면 우리가 50%의 지휘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이렇듯 50%의 지휘권을 갖고 있는데도 열등감 때문에 마치 군대지휘권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50%를 행사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 예전의 관성때문에 주눅이 들어서 스스로 그러는 행태일 뿐이고, 그 50%조차 우리가 못 찾아먹는 것뿐"이라고 질타했다. 

이상배 전 상명대 군사학 교수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F-35 스텔스기를 뒷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이상배 전 교수)
이상배 전 상명대 군사학 교수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F-35 스텔스기를 뒷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이상배 전 교수)

또 다른 외교·안보 전문가인 이상배 전 상명대 군사학 교수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시작전권은 반드시 시기보다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 전환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입장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대응 능력까지를 고려하자면 2028년 경에야 조건 충족이 가능할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즉 문재인 정부 이후 다음 정부에서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전작권 전환은 어렵지 않나 싶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 증원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북한군의 공세를 저지 할 '연합방위를 주도할 한국군의 능력'이라고 보는데, 이 조건의 충족이야 말로 향후 4~5년은 더 소요 될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특히 미국은 한반도 상황을 뛰어넘어 중국을 견제하고 동북아 '역내 안보 보장'까지를 고려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더해 "따라서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할 것이기에 더욱 복잡해 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지난해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전작권 전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하겠다'고 하자 당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응수한 부분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입장을 잘 드러낸 대목이기도 하다"고 에둘러 말했다. 

전작권 전환 시점에 대한 미국의 판단이 구체적으로 파악된 것은 처음이다. 내년 3월까지인 문재인 정부 임기 내는 물론이고 차기 정부에서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전작권 전환이 힘들 수 있다는 의미여서 향후 한미가 이 문제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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