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1.02.21 13:55

"최태원 차기 회장, 미래 산업 잘 대변할 수 있는 식견 가진 사람…정치는 안할 것"

지난 18일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박용만 회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다음 달 퇴임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8년여간의 임기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규제 샌드박스'를 꼽았다.

박 회장은 지난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샌드박스는 규제 혁신이고, 재임하는 동안 그 성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만 큰 물꼬를 바꾸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답했다.

그는 "법과 제도를 우회해 일을 벌이고 법과 제도를 바꿀 당위성을 찾자는 게 샌드박스였다. 대통령께서 전폭적으로 수용해서 힘을 받게 됐고, 해보니 생각이 맞았단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규제 없애는 걸 기본으로 하고 왜 존치해야 하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인데 그런 큰 물꼬를 못 바꿨다”면서 “매번 단기 이슈가 등장해 장기적인 시각의 이야기가 매몰됐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일정 기간 기존의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것으로, 대한상의가 꾸준히 강조해 온 제도다.

특히 박 회장은 "청년 창업가들에게 이러저러한 이유(규제)로 안 된다는 얘기를 하다 보면 미국, 유럽의 청년들은 듣지 않아도 될 말을 우리 젊은이들은 왜 들어야 하나 싶어서 정말 미안했다"며 "내가 샌드박스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기술이 범람하고 기존의 사업들도 융·복합을 통해 새로 태어나는 현시대에 법에서 정한 것만 허용하는 현행 '포지티브' 법제와 제도로는 미래를 담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규제를 없애는 것을 디폴트(기준값)로 하고, 규제를 왜 존치해야 하는지가 입증돼야 맞는데 지금은 존치가 디폴트이고, 왜 바꿔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회장은 법안 제·개정을 담당해야 할 국회를 두고는 "국회는 애증의 관계"라며 "국회에서는 기업들을 도와주는 법안도 만들지만 얽매는 법안도 만든다. 희망적인 지원일 땐 더할 나위 없이 기쁘지만 얽매는 법안이 통과되면 어떻게 극복할지 한숨이 나온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의 법과 제도를 바꿔보자 해서 국회 문을 두드렸고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힘을 받게 돼 생긴 것이 샌드박스"라며 "샌드박스로 실제로 해보니 아무 문제가 없다. 법을 바꿔야 할 당위성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회장으로 추대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4차 산업혁명에 가까운 업종에 있고, 미래 산업에 대해 나보다 잘 대변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처음으로 4대 그룹의 총수가 상의 회장을 맡는 만큼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중견·중소기업에 집중하느라 소홀했던 대기업의 목소리를 최 회장이 함께 반영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젊은 후배 기업인들에 대해서는 "빨리 성공하라"고 당부하며 "제2의 이병철, 제2의 정주영 회장 같은 분들이 나와야 한다. 지금의 10대 그룹보다 빠르게 자수성가해 10대 그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곳들이 10대 그룹 중 6개는 나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13년 8월 회장직을 맡은 이후 연임까지 하며 20년 만에 중도 사퇴 없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회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퇴임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무계획이 계획"이라며 "일단 두산인프라코어 이사회 의장 역할과 소임을 끝까지 다하고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단, 박 회장은 "기업인이 정치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게 내 소신"이라며 정치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회장은 청년 사업가들을 위한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흔히 경험에서 우러나는 멘토링을 하라는데 내가 가진 경험과 조언이 과연 이 시대에 맞는 것인가에 대해 자신이 없다. 그보다는 현실적으로 막힌 부분을 대신 가서 설득하고 행동으로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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