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2.22 14:59

박 장관에 대한 불신 너무 커 당분간 거리두기 불가피…근본적인 봉합에 한계
친문 핵심세력 '민주주의 4.0', 검찰의 힘빼기·정권 향한 수사 막는데 집중할 듯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창립총회 및 제1차 심포지엄'을 열었다. (사진=MBN뉴스 캡처)
'민주주의 4.0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창립총회 및 제1차 심포지엄'을 열었다. (사진=MBN뉴스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사의를 표명하고 21일까지 휴가를 냈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청와대로 출근해 사퇴를 철회했다. 

신 수석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고, 직무를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앞서 지난 7일 친문 검사들을 유임·영전시킨 '검사장급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신 전 수석을 배제했다는 이유로 사직서 파동이 일었던 사태는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직도 이와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적잖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신 수석이 자신의 사의를 반려한 형태지만 사의를 표명하고 청와대를 떠나 있던 시간 중에도 자신의 지인들에게 "힘이 든다"며 "내 결정이 바뀔 일은 없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사의 표명'의 후폭풍이 그대로 잦아들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인 봉합이 되지 않았다'고 보는 일각의 시각이 계속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로는 박 장관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거취 문제 등 검찰 고위간부 인선 과정에서 신 수석에게 박 장관이 "왜 우리편에 서지 않느냐"고 강압적인 자세로 나온 것에 대해 신 수석이 "다시는 박 장관과 보거나 만날 일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 신 수석 주변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 정도 상태라면 신 수석이 곧바로 업무에 복귀한다 해도 박 장관과의 관계는 껄끄럽게 이어질 확률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친문 핵심 세력의 일원으로 분류되는 김경협 민주당 의원도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전해진 상태에서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을 열심히 보좌할 생각이 있으면 하는 것이고 평양감사도 자기 싫으면 못 하는 것"이라며 "지금 인사과정에 본인의 의사가 반영이 됐느냐 안 됐느냐로 지금 계속 논란인 것 같은데 법무부장관이 인사제청권을 가지고 대통령 재가를 받아서 발표하는 과정에 사실은 청와대 비서관의 역할은 이걸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이니 그런 역할에 충실해야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만약에 자기의 의사가 반영이 됐다 안 됐다, 이걸 가지고 사표를 낸다, 안 낸다(하는 건) 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언급은 비록 개인적인 의사표명의 형태이긴 하지만 친문세력 전반의 의향이 녹아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내 핵심 친노·친문 모임인 '민주주의 4.0 연구원(부엉이 모임의 후신)'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검찰 인사를 두고 신 수석과 갈등을 빚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당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 등 이른바 '검찰 개혁'의 총대를 멘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이 모두 이 모임 소속이다. 신현수 민정수석과 관련된 발언을 한 김경협 의원도 물론 이 모임 소속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4번째 정권 창출'이 최대 목표인 '민주주의 4.0'과 정권 임기 말 검찰과의 원만한 관계 설정에 주력한 신 수석 간의 충돌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얘기도 있다.

민주주의 4.0은 실제 현 정권이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더욱더 힘을 얻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입각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모두 민주주의 4.0 멤버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신 수석 사의 표명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0일 최재성 민정수석이 비공개로 만난 사람도 윤호중 위원장 등이었다"며 "당 출신으로 청와대 내부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주던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지난해 말 물러난 이후 민주주의 4.0 멤버들이 더욱더 부상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4.0의 회원은 총 58명으로 이 중 56명이 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당에서는 윤 위원장 외에도 정태호·홍영표 의원 등이 주축이다. 윤 위원장은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판사 탄핵 등 야당이 반대하는 각종 안건의 단독 처리를 주도하고 있다. 청와대 일자리수석 출신인 정 의원은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아 4월 재·보궐 선거판을 기획 중이다. 홍 의원은 이낙연 대표 퇴임 이후 당권을 노리고 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목표는 4번째 민주당 정권 창출이다. '4.0'이란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민주주의 4.0 소속의 한 의원은 "임기 말로 갈수록 국정 운영 방향이 차기 선거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으로 미뤄봤을 때 향후 이들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검찰의 힘빼기'와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원전 수사 등 정권을 향한 수사를 막는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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