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2.23 15:27

토론 능력보다는 당 조직·인지도가 승패에 더 큰 영향 미쳐…흥행몰이에도 빨간불

15일 오후 부산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1차 맞수토론'에서&nbsp;이언주(사진 오른쪽) 예비후보와 박형준 예비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박형준 예비후보 캠프)&nbsp;<br>
지난 15일 부산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1차 맞수토론'에서 이언주(오른쪽) 예비후보와 박형준 예비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박형준 예비후보 캠프)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예비후보 4명이 참여한 세 번째 '맞수토론'이 지난 22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인지도 높은 박형준 예비후보가 사실상 당원들의 지지도를 확인한 한판이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당초 국민의힘이 원하던 유권자들의 민심을 직접 반영하는 모습과는 달리 당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합도 2위 이언주 후보 3패 기록은 의문…토론 보단 지역조직이 더 중요 

지난 22일 끝난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 선출을 위한 1대 1 맞수토론에 대한 평가단의 선택 결과에선 박형준, 박성훈 예비후보가 각각 이언주, 박민식 예비후보보다 토론을 더 잘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박형준 후보가 연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이변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후보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편이고, TV 출연 등으로 토론 경쟁력에서 앞설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예상대로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다만 이언주 후보가 3패를 기록한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 후보는 격차가 적지 않지만 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대체로 박 후보를 추격하는 2위를 줄곧 달렸다. 

소위 보수 여전사로 불리며 '마라맛'을 자처하는 이 후보의 토론전에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아쉬운 성적표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대중 인지도에 비해서도 아쉬운 결과로 비친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토론평가단이 당 조직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토론을 지켜본 시민평가단의 선택도 인지도 평가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네 차례 진행하는 맞수토론의 승패를 가르기 위해 평가단 1000명을 꾸렸다고 밝혔다. 

부산 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게 50명씩 추천 명단을 받았고 이 중 무작위로 1000명을 추려 구성했다. 

당협위원장들이 당원·비당원을 가리지 않고 추천했다고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평가단 절대다수가 당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지역 조직이 탄탄한 예비후보가 자신에게 호의적인 당원 명단을 작성해 역시 본인을 지지하는 당협위원장에게 미리 전달했을 수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 평가단 절대다수는 당원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당심보다 민심을 따르겠다'던 공관위의 취지와 엇갈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예비후보 진영의 한 관계자는 "많은 지지자분들이나 사람들에게 연락이 온다"며 "시민평가단은 당 지역위원장이 추천 명단을 올렸으니 공평한지 의문이다. 현역위원장들의 의심스러운 쏠림 현상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맞수토론 승패 결과는 평가단 1000명 가운데 토론 승자로 더 많은 선택을 받은 사람 명단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발표한다. 별도의 평가 성적은 따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시민 모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평가를 받는 방식이었어야 했다"며 "몇 대 몇으로 졌는지도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라고 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역에선 본경선에 오른 예비후보 4명 중 박형준, 박민식 후보가 당 조직에서 상대 후보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관측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토론 결과와 딱맞아 떨어졌다.

공관위는 어떤 후보가 평가단 1000명 가운데 몇 명에게 선택받았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승자만 발표하고 있다. 

예비후보 관계자는 "이런 불투명한 평가는 후보 개인들과 당에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토론 능력보다는 지역 조직이 탄탄하다는 장점이 영향을 준거 같다"고 말했다.

특히 특정 캠프가 평가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역선택'으로 토론 승패가 왜곡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박형준 후보를 지지하는 평가자는 박 후보가 빠진 맞수토론 평가에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꼽을 수 있는 이언주 후보가 실제 토론을 잘했더라도 그것과 무관하게 다른 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언주(왼쪽)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박민식 예비후보가 22일 후보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언주 예비후보 캠프)
이언주(왼쪽)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박민식 예비후보가 22일 후보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언주 예비후보 캠프)

흥행에도 빨간불 켜져…25일 마지막 토론 진행

이런 상황에서 토론회 자체도 좀처럼 흥행을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같이 나오고 있다.

당에서는 "전례 없이 성공적인 경선"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회가 직장인들이 보기 힘든 평일 오후와 저녁에 열리고 있고 토론 평가단이 지역 당협위원회 추천으로 구성돼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역별로 각각 두 차례씩 진행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자들의 '맞수토론' 오른소리(국민의힘 유튜브) 중계 평균 조회 수는 22일 오전 10시 기준 2만350회였다. 

최저는 부산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토론(9800회)이었고 최고는 나경원 전 의원과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간 토론(3만1000회)이다. 최고 조회 수가 당 공식 채널인 오른소리 구독자(18만8000명)의 6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평일 오후 2시' 유튜브 생중계 방식에 대한 지적이 많다. 

일반 직장인들은 당연히 보기 어려우며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어려운 고령층 역시 접근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론을 지켜본 평가단의 선택이 '실력'보다는 '인지도 투표'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부산시장의 마지막 맞수토론은 25일 예정돼 있다.

오는 3월 2~3일 여론조사를 거쳐 4일 최종 본선 후보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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