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4.25 17:26

제대로된 기술금융 작동위해 전문 평가인력 확충 시급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개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추진현황과 향후일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

건설업을 예로 들어보자. 건설업은 해외 수주를 통한 매출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수년전부터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한 국내 건설사들은 곧바로 중국으로 달려 간다.

중국에 노동력이나 장비를 빌리러 가는 게 아니다. 돈을 빌리러 간다.

왜 이런일이 벌어지는 걸까. 국내에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이 있는데 말이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연간 100조원 가량의 예산으로 해외 수주 대형 프로젝트에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자만 빼먹으려는 금융산업 때문에 제조‧건설업계가 중국 돈을 빌리러 가는 실정이다.

낙후된 금융부터 뜯어 고치자

금융기관들은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지분 참여를 통한 수익 극대화에는 몸을 사린다. 리스크가 무섭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이 한국에 등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자 수익만 바라는 금융산업은 전당포 사업에 불과하다는 게 이미 입증됐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남미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따오면 중국 은행들이 지분참여와 파이낸싱을 하고 있다”며 “결국 인도나 중남미지역 SOC 건설 후 통행료 등 수익 발생시 일정부분은 중국으로 넘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계의 가장 큰 시장 중에 하나인 개도국 진출시, 국내 금융업계가 국가 신인도부터 따지며 정책금융 지원을 차일피일 미룬다”며 “금융기관이 리스크 부담만따지고 든다면, 개도국 진출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나라들의 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업계는 자율성이 생명이다.

최근 금융업계에 변리사나 이공계 출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영입되고 있으나 이 보다 먼저 관료적 문화 청산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들이 공무원들의 마지막 직장으로 인식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은행으로 가는길, 첫 단추는 '기술금융' 

금융당국은 기술금융을 통해 은행업의 미래 먹거리 마련을 독려하고 있다.

기술금융은 엔젤투자와 비슷한 개념이다. 담보는 현물이 아니고 오직 미래 성장 가치다. 그렇다면 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더 이상 상경계가 장악하고 있는 금융계에는 미래가 없다. ‘돈도 써본 사람이 잘 쓴다’라는 말이 있다. 기술금융을 통해 금융계가 수익을 내려면 우선 기술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은행업계는 당장 변리사·공학박사·기술관련 연구소 경력자 등에 대한 직접 채용에 나서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변리사 2명, 박사 4명을 포함해 총 13명의 기술평가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상반기내 2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기존 10명의 평가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 중 전문인력은 6명이다. 기술금융을 정착시키고 국내 금융업체들이 진정한 투자은행으로 발돋음 하려면 각 분야의 전문인력 풀 마련이 시급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술금융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평가인력 확보"라며 "고유의 여신평가 업무를 외부에 의존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적인 기술신용평가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 했다.

체질부터 개선하고 통화량을 늘리는게 순서

지난 4‧13 총선에서 여당은 한국형 양적완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실업률과 기업들의 인력 감축을 고려한다면 일면 필요한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준비 운동없이 공급량만 확대했다가 오히려 경제 혈관이 터져 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업계는 ▲관료주의 문화를 척결한 후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금융 평가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과감한 기술금융 대출 확대 정책 등이 필요하다”며 “우선 금융업계의 체질 개선이 선행된 후 통화량을 확대하면 제대로 돈이 쓰일 수 있지,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돈만 푼다고 경제 위기를 넘긴다는 발상은 잘 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조업 구조조정에 앞서 돈줄 심장부인 금융이 먼저 구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며 “돈이 돌아야 기업도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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