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2.25 11:19

1·2심도 무죄…"병역거부자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사실이 결과적으로 소명"

지난 5일 국방부 앞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3년 교정시설 합숙 복무 등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 모습. (사진=전쟁없는 세상)
국방부 앞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3년 교정시설 합숙 복무 등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 모습. (사진=전쟁없는 세상)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폭력을 거부하는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과 병력동원훈련을 거부한 남성에 대한 첫 무죄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여호와의 증인 등 종교적 이유가 아닌 개인적 신념을 예비군 훈련 거부 사유로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례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5일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폭력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성장해 어렸을 때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됐고,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살인을 거부하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며 "입대전 어머니와 친지들의 간곡한 설득과 전과자가 되어 불효하는 것이 이기적인 행동일수 있다는 생각에 입대했지만 이후 반성하며 양심을 속이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는 예비군 훈련 불참등으로 수년간 수십회에 걸쳐 조사를 받고 총 14회에 걸쳐 고발되고 기소돼 재판을 받아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 입대 및 군사훈련을 거부하게 된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경제적 손실과 형벌의 위험 등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해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의 훈련 거부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볼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A씨가 병역거부 중 가장 부담이 큰 현역 복무를 이미 마쳤는데도 예비군 훈련만을 거부하기 위해 수년간의 불이익을 모두 감수하고 있는 점, 유죄로 판단될 경우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도록 중한 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A씨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사실이 결과적으로 소명된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무죄를 내렸다.

대법원 재판부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과 병력동원훈련 거부의 경우에는 예비군법과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재판으로 무죄 선고를 받은 A씨는 2013년 2월 제대하고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2016년 3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6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 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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