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2.25 13:59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팀, 비수술 효과 의학적으로 규명…불필요한 수술 남용에 쐐기

추간판탈출증 환자에 대한 수술과 비수술요법 치료효과 2년간 비교 그래프.
추간판탈출증 환자에 대한 수술과 비수술요법 치료효과 2년간 비교 그래프.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흔히 허리디스크로 불리는 ‘추간판탈출증’이 발생했을 때 수술을 해야 할까, 아니면 운동·물리치료 같은 비수술로 다스리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해 참고할만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술부터 먼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천기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팀(김기정·박윤관·김치헌·최윤희 교수)은 수술을 받으라는 처방을 받은 뒤 상급의료기관으로 의뢰된 추간판탈출증 환자 128명을 대상을 수술과 비수술군으로 나눠 추적·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추간판탈출증은 추간판(일명 디스크)이 돌출돼 요통과 같은 신경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척추를 지나가는 신경다발을 튀어나온 디스크가 압박하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통증은 허리뿐 아니라 신경이 뻗어있는 다리 쪽까지 내려간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추간판탈출증 환자에겐 수술 또는 비수술을 권한다. 문제는 의사마다 치료기준과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약물이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요법을 권하는 의사도 있지만 일부 척추전문병원에선 수술을 적극 추천하는 식이다.

수술 남용 가능성 때문에 정부는 6주간 비수술 치료를 해도 통증이 계속 되거나, 하지마비가 호전되지 않을 때 등에 한해 수술을 하도록 제한하기까지 하고 있다.

교수팀은 대상자를 치료방법에 따라 ‘수술 코호트(57명)’ '비수술 코호트(71명)'으로 나눈 뒤 통증과 삶의 질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을 받은 환자는 비수술 치료를 받은 환자와 비교해 한 달 내로 빠르게 요통과 하지통증이 호전됐다. 하지만 비수술치료군도 2년 정도 경과를 관찰한 결과에서 증상이 호전돼 결국 수술과 비수술 치료 효과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도 수술과 비수술 치료효과가 비슷했다.

연구결과대로 추간판탈출증 환자에게 무조건 비수술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교수팀은 "비수술 치료로 통증과 삶의 질이 호전되긴 있지만 더딘 호전으로 경제활동이나 일상생활이 제한될 수 있다"며 "수술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적 손실과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결과는 환자들에게 훌륭한 치료가이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이러한 의학적 이해 없이 치료방식을 의사의 판단에만 맡기는 관례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술을 권유받은 추간판탈출증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과 비수술 치료의 실제 결과를 분석한 연구라는 점이 기존 연구와 다르다"며 "어떤 치료를 받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질환의 양상 뿐 아니라 환자의 생활까지도 고려한 다각적 측면에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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