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2.28 09:00

토지보상금, 시세보다 낮아 주민 반발 불보듯…실제 공사까진 많은 시간 소요
광명 구도심 집값 폭락 우려…수도권 서남부 교통문제 해결도 넘어야 할 과제

3기 신도시가 들어설 경기도 광명·시흥시 위치. (사진제공=국토부)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2·4 주택 공급대책의 효용성을 의심하던 부동산시장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특히 공급 대책을 내놓은 지 20일 만에 실제 택지를 처음으로 발표하면서 실체 없는 정책이란 실수요자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 거라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다만 토지보상금과 교통망 등 풀어나가야 할 숙제 역시 산적해 정부가 원하는데로 속도감있게 사업이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예기치 않은 타이밍…서울 구로 금천구 땅값 들썩

국토교통부는 24일 광명·시흥을 6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하고 부산 대저와 광주 산정 등 2개의 중규모택지로 확정한 1차 신규 공공택지를 발표했다. 그 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수도권 18만 가구를 비롯한 전국 25만 가구 신규택지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22일 국회 교통위원회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2·4 대책이 공급 쇼크를 줄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의 반응을 보면 쇼크받는 분은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 공급발표가 정상이라고 보느냐"고 변 장관을 몰아붙였다. 이번 정책을 통해 서울서 1㎞ 떨어진 수도권에 거대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변 장관의 구상에 반격을 날린 것이다.

광명·시흥 신도시는 예기치 않은 타이밍에 나왔다. 과거 신도시 발표 때마다 단골 후보지로 거론돼 이번에는 공공택지에 포함될 것으로 점쳐지긴 했으나 예상보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서울 32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던 2·4대책을 놓고 계획만 있고 내용이 없어 공허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고 집값 상승세마저 잡지 못하자 정부가 행동으로 실천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공급 규모도 상당하다. 7만 호에 달하는 공급 물량은 1기 신도시인 일산 물량(6만9000호)보다 많다. 

광명시와 맞닿은 서울 구로·금천구 주민들은 신도시 발표를 '서울 서남권역 개발의 신호탄'으로 여기며 반기고 있다. 신도시 입주민 상당수가 서울로 출퇴근하면 구로·금천구도 '서울 변두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서울 서남권의 중심축'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9억원 중후반 대였던 구로구 구로동 '구로주공1차' 전용면적 84㎡의 호가는 발표 직후 10억원으로 올랐다. 

토지보상금 큰 문제…공사 진행까지 많은 시간 걸릴지도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토지 보상금'이다. 특히 토지 보상 규모는 감정평가 결과를 토대로 결정되는데 대체로 시세보다 낮은 규모로 책정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남양주왕숙, 인천계양 등 3기 신도시 5개 지구에서도 토지 보상 문제를 두고 정부와 주민 간 갈등이 벌어진 바 있다.

광명‧시흥은 2018년 3기 신도시 발표 당시에도 1순위 후보지로 꼽혔지만 이때도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해 결국 신도시에 포함되지 못했다. 

광명 구도심 주민들은 인근에서 총 2만5000채 규모의 광명 뉴타운을 비롯한 각종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7만 가구가 대규모 주택공급으로 추가되면 집값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뉴스웍스와의 연락을 통해 "광명 택지지구는 광명에서 반기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토지 보상이라는 큰 난제가 있다. 실제로 공사가 진행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주민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김규철 공공주택추진단장은 "토지 보상 단계에선 감정평가 결과에 대한 여러 가지 주민들 요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서남부 교통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지하철 1‧2‧7호선과 현재 건설‧계획 중인 신안산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로(GTX-B), 제2경인선 등을 연결하는 남북 도시철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제2경인고속도로와 연계한 광역버스 환승시설(ex-HUB)과 간선급행버스체계(BRT)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도로망 확충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광명과 서울을 잇는 주요 남북 간선 도로망은 서해안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서부간선도로와 1번국도 정도다. 두 도로 모두 주변 안양·수원에서 서울로 연결되는 주요 교통망이지만 평일 낮에도 극심한 교통 체증이 일어날 정도의 교통난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김규철 단장은 이에 대해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지자체와 협의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확정할 계획"이라며 "내년 초에 지구지정이 된 이후 지구계획 수립 전까지 광역교통대책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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