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2.26 20:00

내부에 유리천장과 12m 폭포·1000평 규모 녹색공원 조성…'매장 우선' 상식 파괴
매장면적 줄여 年매출 2000억 포기 '성공공식 외면'…라이프스타일 랜드마크 목표

'사운즈 포레스트' 전경. (사진=전다윗 기자)
'사운즈 포레스트' 전경.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정식 오픈한 '더현대 서울'은 기존 백화점 문법의 틀을 크게 벗어났다. 무엇보다 금기는 깨고, 성공 공식은 외면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백화점계의 '이단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뉴스웍스는 가오픈 기간이었던 25일과 오픈 첫날인 26일 더현대 서울을 직접 방문해 살펴봤다. 

◆'유리창 금기' 깬 더현대 서울…"연 매출 2000억 포기하고 휴식 공간 늘려"

본래 백화점은 고객이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도록 유리창을 없애는 것이 관례다. 고객이 시간이 흐른 것을 깨닫고 쇼핑을 마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더현대 서울엔 유리창이 있었다. 스케일이 꽤 컸다. 천장 전체를 유리로 제작해 자연 채광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1층부터 건물 꼭대기까지 오픈시키는 '보이드 기법'을 도입해 고객들은 1층 매장에서도 햇살을 맞으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공간 활용도 기존 백화점과 궤를 달리했다. 상품 판매 공간을 의미하는 '매장 면적'은 확 줄었다. 더현대 서울의 전체 영업 면적 8만9100㎡ 중 매장 면적은 51%(4만 5527㎡)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의 영업 면적 대비 매장 면적 비중은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평균인 65%보다 30%(14%포인트)가량 낮다"며 "매장 면적을 줄이기 위해 연 매출 2000억원가량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줄어든 매장 면적은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며 고객에게 환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5층에 위치한 '사운즈 포레스트'다. 사운즈 포레스트는 도심 속 숲을 모티브로 마련한 실내 녹색 공원이다. 총 면적은 3300㎡로 여의도공원의 70분의 1 크기다. 천연 잔디와 나무 약 30그루, 다양한 꽃들을 심었으며 새소리와 물소리가 배경음악으로 나온다. 사운즈 포레스트는 더현대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공간 중 하나로 고객들이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담소를 즐기거나,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운즈 포레스트를 중심으로 5층과 6층에는 문화·예술과 여가생활, 식사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컬처 테마파크'가 조성됐다. 1층에는 12m 높이의 인공 폭포와 자연 채광을 즐길 수 있는 '워터폴 가든'이 있다. 워터폴 가든은 사운즈 포레스트에 버금가는 명소로, 폭포를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기는 고객들이 많았다. 

고객들이 매장을 걷는 동선 너비도 최대 8m로 넓혔다. 유모차 8대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너비다. 일반적인 백화점 점포보다 2~3배가량 넓다.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큐레이션 방식으로 매장 배치…"명품 대신 MZ세대 챙겼다"

더현대 서울은 모든 층을 테마에 맞춰 큐레이션 방식으로 배치했다. 기존 백화점은 각 상품군을 기준으로 층을 나눠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하 2층은 MZ세대를 겨냥한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가 들어섰다. 스웨덴 H&M그룹 최상위 SPA 브랜드인 '아르켓'의 아시아 첫 매장과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번개장터(BGZT)랩', 명품 시계 리셀숍 '용정콜렉션', 서울 성수동의 문구 전문매장 '포인트오브뷰' 등 국내 백화점에서 보기 힘든 매장들이 대거 입점했다.

지하 1층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이 자리 잡았다. 1만4820㎡(4483평) 규모로 축구장 2개를 합친 것보다 크다. 테이스티 서울에 입점한 브랜드 수는 총 90여곳에 달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보유하고 있었지만 더현대 서울은 판교점보다 입점 브랜드가 10여개 더 많다"고 설명했다. 

1층의 테마는 독보적 럭셔리란 의미의 '익스클루시브 레이블'이다. 구찌·프라다·보테가베네타·버버리·발렌시아가 등 30여 개 해외 패션·명품 브랜드 매장과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 30여 곳이 입점했다. 다만 3대 명품 브랜드라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이 입점하지 않은 점은 불안요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루이비통 등 다수의 유명 명품 브랜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픈 후에도 지속적으로 명품 브랜드를 보강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백화점의 주 수입원인 명품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명품 불패'는 백화점 업계 공식에 가깝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유일하게 명품 매출만은 성장세를 보였다. 더현대 서울은 기존 성공 공식인 명품보다 미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MZ세대를 우선 겨냥한 셈이다. 

더현대 서울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

◆"백화점 넘어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로"…정지선의 야심작

더현대 서울은 왜 백화점의 틀을 깼을까. 더현대 서울을 단순히 백화점에 국한하지 않겠다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의지 때문이다. 정 회장은 더현대 서울을 대한민국 대표 라이프스타일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점포명에서부터 이러한 의지가 드러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985년 압구정본점 오픈 때부터 사용해 왔던 백화점이란 단어를 점포명에서 뺐다. 백화점이란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MZ세대가 찾는 '힙 플레이스'로 거듭나겠단 의지를 담았다. 

구·동 등 지역명이나 건물명 대신 서울을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점포명에 서울을 넣은 건 국내 유통업계에서 처음 있는 시도"라며 "서울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더현대 서울을 문화·관광 허브로 키우겠다는 의미다. 식품관 이름을 테이스티 서울로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도 더현대 서울 오픈을 알리며 이러한 비전을 내세웠다. 김 사장은 "서울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와 영업면적을 바탕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의 50년 유통 역량과 노하우를 활용한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콘텐츠를 선보이겠다. 더현대 서울을 대한민국 서울의 대표 라이프스타일 랜드마크로 키울 방침"이라며 "동시에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쇼핑 경험과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공해 '미래 백화점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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