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02.27 09:00

차주의 자금회수·금융기관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

(자료제공=한국은행)
(자료제공=한국은행)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계자금 수요로 빚을 낸 가정이 늘어난 가운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구매)과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열풍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의 가계신용 잔액이 최초로 17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1년 사이 가계빚이 126조원이나 늘면서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말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25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규모는 2016년(139조4000억원) 이후 4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우리나라 가계신용은 2018년 3분기 1500조원, 2019년 4분기 1600조원을 넘어선 뒤 2020년 4분기 17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의 경우 2019년 증가규모(63조6000억원)의 2배 가까이 늘면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은 7.9%로 2017년의 8.1% 이후 최고치"라며 "가계신용은 2019년 3분기 3.9% 이후 5분기 연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경제의 선순환을 이끄는 소비에 쓰이기보다는 대부분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돼 더욱 우려된다. 특히 주담대의 경우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담보가치를 매개로 그 영향이 확대되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경제 회복력이 약화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말 가계대출 잔액은 1630조2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25조6000억원 증가했으나 코로나에 따른 소비 감소 등의 영향으로 판매신용은 95조9000억원으로 2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판매신용은 2019년 증가분(5조600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GDP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102.8%, 주요국 중 1위라는 사실은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임을 말해준다"며 "가계부채가 급증한 원인은 소위 '영끌과 빚투' 때문인데 미친 집값, 전월세를 대느라 대출을 받아야 하고 주식에 투자하느라 대출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이 911조원으로 56%를 차지하고 신용대출에도 주택 관련 대출이 있는 만큼 가계부채에서 주택관련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해법은 결국 집값과 전월세의 폭등을 막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나 주택가격이 갑자기 폭락할 경우 가계부채의 부실화와 금융불안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주택시장을 서서히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영끌과 빚투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100조5000억원 수준으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4년 이래 가장 컸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68조3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2015년(70조3000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주택거래 확대, 주택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증가규모(45조7000억원)보다도 20조원 이상 확대했다.

은행권 기타대출도 32조4000억원 늘면서 사상 최대를 시현했다. 기타대출의 경우 2018년(22조6000억원), 2019년(15조1000억원) 증가폭을 대폭 상회했다. 기타대출은 생계자금수요, 저금리에 따른 자산투자 수요 확대에 따라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됐다.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금융당국도 올해 1분기 중 상환능력 위주 심사관행 정착을 위한 '가계 부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기준을 차주단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등 가계부채 연착륙을 추진키로 했다.

한편,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월 펴낸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담보주택 가격하락에 따른 금융기관의 리스크가 제한적이고 가계소득 감소로 인한 부실화도 일부 차주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돼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위험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고 각각의 요인이 다양한 국지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세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민규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의 상환능력에 대한 평가역량이 유지되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주택가격이 급락하거나 고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추점을 두고 차주의 자금회수 가능성 및 관련 금융기관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보유세 납부 등으로 인한 올해 상반기 주택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 연체자 주거안정 프로그램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원론적으로 가계대출을 주택가격 하락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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