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산소호흡기'만 달아논 신한울 3·4호기 피해, 책임은 누가 지나
[취재노트] '산소호흡기'만 달아논 신한울 3·4호기 피해, 책임은 누가 지나
  • 장진혁 기자
  • 승인 2021.02.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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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장진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신한울 원전 3·4호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고 있다. 신한울 3·4호기의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연장하면서다. 원전 공사를 재개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원전 건설을 완전히 막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두산중공업과 중소 원전 기자재 업체들은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허가가 아예 취소되면 손해배상 소송 등의 법적 대응이라도 할 수 있지만, 기간만 연장되고 실질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그동안의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정부가 자기 손에만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꼼수와 미봉책으로 업체를 농락하고 있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신한울 3·4호기의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2023년 12월까지 연장했다. 산업부는 기간 연장의 취지를 사업 재개가 아닌 사업허가 취소 시 발생할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복잡한 속내가 있다.

지난 2017년 2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신한울 3·4호기에는 부지 조성과 주기기 사전 제작에 이미 779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4927억원은 두산중공업이 원자로 설비와 터빈발전기 등에 투입한 금액이다.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뒤 4년 내 공사계획인가를 받지 못하면 다른 사업마저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공사계획인가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2년 연장해달라고 산업부에 공식 요청했다.

만일 한수원이 공사계획인가를 기간 내 받지 못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백지화되면 주기기를 사전에 주문 요청했던 두산중공업과 중소 원전 기자재 업체들과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치르게 될 공산이 컸다.

한수원이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것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때문이므로 신한울 3·4호기 사업이 폐지 수순을 밟는다면 현 정부가 사업 중단으로 발생한 매몰비용과 손실비용 보전 책임을 져야 한다.

산업부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연장해준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이 연장 신청을 했는데도 허가가 취소된다면 원전업체들이 한수원에 내민 손해배상 청구서가 다시 산업부로 돌아올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에 이를 회피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산업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전력기금에서 보전해주겠다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손실 비용 보전을 국민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 전력기금은 매달 내는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어내 적립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 손실을 국민 호주머니에서 메꾸려 하는 못된 심보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탈원전 정책'을 찬성하는 진영에서도 큰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이번 조치가 문재인 대통령의 '신규원전 백지화 공약'과 현 정부가 공표한 '에너지전환로드맵 정책'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굳이 허가 기간이 만료돼 백지화에 마침표를 찍게 될 원전의 불씨를 굳이 되살리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결코 완공을 하지 않을 원전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건설을 취소하는 게 낫다. 질질 끄는 것은 더 큰 사회적 낭비를 불러올 뿐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일감 부족에 따른 고용 위기와 원전산업 생태계 붕괴마저도 우려된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과 힘없는 중소 원전 기자재 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더 이상 국민과 기업만 손해보는 결정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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