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3.02 10:44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대검찰청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대검찰청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의 검찰 수사권 폐지 추진을 두고 "원칙대로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 없애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검찰개혁을 두고 여권 인사들과 대립해오면서도 대개 침묵을 지키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윤 총장이 공식적으로 이같은 작심 비판을 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윤 총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이자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고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수사권 폐지를 두고 "검찰 수사 없이도 경찰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거나, 검찰이 개입하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실증적 결과가 제시되려면 충분한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검찰의 영향력이 커서 문제라면, 오히려 소추기관을 쪼개 독립된 검찰청들을 만들라고 주장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검·경이나 수사·기소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한다"며 "경찰이 주로 수사를 맡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검·경이 한몸이 돼 실질적 협력관계를 갖춰야 한다.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하는 중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덧붙였다.

수사·기소의 완전 분리를 반대하며 윤 총장은 대선자금 사건, 대기업 비자금 사건,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국정농단 사건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이 사건들이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였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검찰 수사권 폐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가 영국의 SFO를 모델로 한다는 주장을 두고는 "그와 같은 주장은 진실을 왜곡했거나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수사·기소를 분리한 게 아니라 수사·기소를 융합한 것이고, 그 조직이 SFO다. SFO의 인력은 상근 인원만 450명 이상으로 우리나라 검찰의 반부패 수사 인력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또 윤 총장은 여권이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추진해나가는 것에 대해 "불이익을 주고 압력을 넣어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이제는 일 자체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다.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며 " 거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인데,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고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윤 총장은 "나는 어떤 일을 맡든 늘 직을 걸고 해 왔지, 직을 위해 타협한 적은 없다.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면서도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고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쇠퇴한 것이 아니듯, 형사사법 시스템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붕괴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검찰도 국가의 조직일 뿐 따로 존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검찰주의자라서, 검찰이 무언가를 독점해야 한다고 여겨서 수사·기소 분리와 직접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검사와 사법경찰 수사관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국민들께서 코로나19로 힘드신 줄 안다. 검찰을 둘러싼 이슈가 부각되는 것이 피로할 지경이며 내용도 자세히 알지 못하실 것이지만,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촉구하며 "어이없는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학계 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 올바른 여론의 형성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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