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잡아라"…판교 IT업계 강타한 '연봉 인상' 전쟁 어디까지?
"개발자 잡아라"…판교 IT업계 강타한 '연봉 인상' 전쟁 어디까지?
  • 이숙영 기자
  • 승인 2021.03.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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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도 참전…"핵심 인재 잡으려면 다른 옵션 없어" 당분간 눈치싸움 지속
넷마블 G밸리 지스퀘어 조감도 (사진제공=넷마블)
넷마블 G밸리 지스퀘어 조감도 (사진제공=넷마블)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국내 IT기업들이 모여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이룬 판교에 인재 확보를 위한 '연봉 전쟁'이 발발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넥슨을 시작으로 넷마블, 게임빌, 컴투스, 크래프톤 등 게임 기업이 약 1000만원가량 파격적인 연봉 인상에 나서면서 크래프톤의 개발자 신입 초봉은 6000만원으로 업계 최고치를 달성했다. 게임 개발, 서버 구축 등을 위한 핵심 인력인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간 경쟁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 게임업계 빅3 '3N'부터 중견·중소까지 번지는 연봉 전쟁

게임업계 빅3 기업으로 불리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가운데 넥슨이 지난달 1일 처음으로 연봉 인상을 발표하며 연봉 전쟁에 포문을 열었다.

넥슨은 올해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신입사원 초임 연봉도 개발직군 5000만원, 비개발직군 4500만원으로 크게 상향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넷마블이 넥슨을 견제하듯 연봉 인상을 발표했다. 넷마블은 지난달 10일 사내 공지를 통해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신입사원 초봉도 개발직군, 비개발직군 모두 넥슨과 동일한 수준이다.

송병준 대표가 이끄는 게임빌과 컴투스도 지난 2월 19일 사내 부서장 공지를 통해 재직자 연봉을 평균 800만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펍지주식회사를 흡수하며 통합 법인으로 새출발한 크래프톤은 개발직 신입사원 초봉 6000만원 시대를 열며 경쟁에 가세했다. 크래프톤은 신입 대졸 초임 연봉을 개발직군 6000만원, 비개발직군 5000만원으로 상정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아울러 전 직원 개발직군 2000만원, 비개발직군 1500만원씩 연봉을 인상하며 눈길을 끌었다.

규모가 다소 작은 게임 기업들도 연봉 전쟁에 참전했다. 지난 2004년 온라인 스포츠게임 '프리스타일'을 선보이며 온라인 스포츠 게임회사로 입지를 굳힌 조이시티는 지난달 26일 전 직원 연봉을 1000만원씩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일에는 국내에 거점을 두고 북미 시장 등 해외에서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을 하는 스타트업 베이글코드가 개발직에 스톡옵션 포함 최소 2300만원, 비개발직에 스톡옵션 포함 1500만원을 인상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어 '킹스레이드'를 만든 베스파도 직급, 직책에 상관없이 연봉을 1200만원 일괄 인상한다고 전했다. 베스파는 지난해 영업손실 318억원을 기록했지만, 미래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 차원으로 연봉 인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월 발표된 게임업계 연봉 인상 정리. (자료=이숙영 기자)
2~3월 발표된 게임업계 연봉 인상 정리. (자료=이숙영 기자)

◆ "핵심 인재 잡으려면 다른 옵션 없어"…연봉인상 경쟁 당분간 지속

이번 연봉 인상 전쟁의 배경에는 개발을 위한 핵심 인력 확보를 위해 연봉 인상 외에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기업의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코로나19의 확산 등으로 특수를 맞은 IT업계는 연간 매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고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IP를 창조 및 구축하는 개발자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능력 있는 개발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기에 기업은 더욱 연봉 올리기에 열을 내고 있다.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도 게임 및 IT 시장이 확대되며 국내의 뛰어난 개발자를 영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자의 글로벌 진출 및 이직이 잦아지면서, 기업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연봉 인상을 택하고 있다.

올해 연봉 인상을 발표하며 각 기업 대표들은 인재 확보는 회사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앞다퉈 강조했다. 올해 눈에 띄는 연봉 인상을 진행한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는 "오랫동안 게임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을 제일 먼저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고, 올해부터 인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도전을 통해 구성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넥슨의 이정헌 대표도 "지난해부터 넥슨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일회성 격려보다는 체계적인 연봉 인상을 통해 인재 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간 개발자의 능력과 업무 강도에 비해 연봉 및 처우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종종 이어져 왔기에, 이번 연봉 인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다.

다만 이러한 개발자의 몸값 상승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큰 회사들은 충분히 연봉을 높게 인상할 수 있겠지만, 작은 회사의 경우 현실적인 이유로 큰 회사들만큼 연봉 인상이 어렵다"며 "적은 금액이나마 연봉 인상을 해도 다른 기업과 비교가 돼 직원 만족도가 높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IT업계에 근무하는 김 씨(27)는 "올해 게임회사 연봉 인상을 듣고 같은 IT업계지만 처우가 너무 달라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며 "이직을 준비해서 올해 안으로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IT업계의 중소기업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대기업 직원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 인상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전년 대비 매출이 21.8%, 35% 증가했는데 이에 비해 연봉 인상 폭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스타트업 기업인 '직방'도 개발자 연봉을 2000만원씩 일괄 인상한 것으로 알려져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게임업계에서 쏘아 올린 개발자 연봉 인상 이슈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현시점에서는 연봉 인상 외에 개발자의 마음을 돌릴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발 인재를 차지하려는 기업 간의 눈치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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