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3.04 11:45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지난 2일 점심시간, 평소 애용하는 피자집에 쿠팡이츠로 배달 주문을 넣은 A씨는 난감한 일을 겪었다. 음식점이 주문을 수락했으나 라이더(배달원) 배차가 안 되어 주문이 갑자기 취소된 것이다. A씨는 나중에야 기사를 통해 라이더들의 단체행동이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

라이더 단체행동은 쿠팡이츠가 지난 2일 배달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촉발됐다.

라이더에게 1건당 3100원씩 지급해오던 기본 배달비를 거리에 따라 2500∼1만6000원으로 차등 지급하면서 장거리 배달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라이더들이 장거리 배달을 기피하자 이를 줄이려는 취지라는게 쿠팡 측의 설명이다.

그러자 일부 라이더들이 "기본요금 배달이 대부분인 만큼 사실상의 배달비 삭감"이라며 배달 콜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기본요금만 받는 짧은 거리 배송을 선호하는 라이더들의 반감이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처럼 단체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본 고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A씨는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체행동을 할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먼 거리 배송을 수락하면 이전보다 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단체행동을 해서 서비스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도록 한다는게 쉽게 납득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이더 단체행동으로 불편을 겪은 것은 고객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배달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동네 음식점 역시 울상을 지었다.

위례신도시에서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B씨는 "서울 송파구 쪽에서도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데 단체행동 때문에 라이더 배정이 되지 않아 놓친 주문이 많다"며 "원거리 배송에 대한 인센티브가 늘어난 만큼 먼 곳으로 배송해주는 라이더가 많아지면 매출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츠가 과감하게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 것은 그동안 라이더들의 원거리 배송 기피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상공인과 고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수 라이더는 힘들고 어려운 원거리 배송 한 건을 뛰는 대신 근거리 배송을 여러 건 뛰는 이른바 '체리피킹'을 선호한다. 거리가 멀거나 외진 곳에서 주문하면 라이더들이 콜을 받지 않아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쿠팡은 단거리 배달비를 줄인 대신 장거리 배달비를 높이는 대책을 내놨다.

쿠팡은 이번 개편을 통해 단순히 거리에 따른 추가 할증료를 지급하는 일률적인 방식을 폐지했다. 주문이 별로 없는 지역은 라이더가 빈손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점과 수요 및 공급, 날씨, 거리를 모두 고려해 배달을 꺼리는 지역에 가는 라이더에게 더 큰 보상이 가도록 변경한 것이다.

배달업계에서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수료 체계를 찾기 위해 각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체계를 적절히 개편한다면 열심히 일하는 라이더들은 더 높은 보상을 받고, 고객들은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소상공인들은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며 "단체행동 같은 극단적인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해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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