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LH 투기의혹 '일벌백계'로 부동산 정책 신뢰 높여라
[취재노트] LH 투기의혹 '일벌백계'로 부동산 정책 신뢰 높여라
  • 허운연 기자
  • 승인 2021.03.0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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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신규 택지개발과 보상업무를 담당하는 한국토지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되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영끌'(영혼까지 모아 주택 구매)과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이 진정 꿈으로만 남게 된 국민들은 이번 LH직원들의 투기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LH직원 10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7000평을 100억원 가량에 산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파문은 일파만파 퍼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3일과 4일 연이어 관계부처에 지시를 내렸다. 4일에는 '발본색원'을 언급하면서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총리실 직속으로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3기 신도시 등과 관련된 공무원·공기업 임직원 및 가족의 투기 의혹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단은 토지소유자 중에서 위법행위 의심자를 선별하고 실제 위법행위 등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즉각 수사의뢰, 고소·고발 등 엄정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국토부와 LH의 모든 직원에 대한 조사를 신속히 진행해 1차 조사결과는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지속 발표됐으나 시장 안정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올해 정부는 '공급'에 방점을 둔 2.4 대책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주택 205만호를 공급하는, 즉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주택공급을 통해 부동산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4일 "새로운 공급제도를 위해 신속히 법령을 정비하고 LH·SH 등 공공 주택공급 기관을 전폭 지원해 이주까지 필요한 시간을 기존 공급방식의 절반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부총리가 직접 전폭 지원을 언급할 정도로 주택 공급에 있어 LH의 역할은 막중하다. 하지만 이들의 투기의혹으로 첫단추부터 잘못낀 상황이 되고 말았다.

LH는 투기 의혹 연루자의 직무를 배제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내는 등 진화에 나섰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정책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공공개발 사업을 집행해야 하는 기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이자 직전에 해당 기관을 경영했던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국민들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이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면서 "2·4대책에 포함된 공공택지 사업 등은 현재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달 신규 택지 2차 공급 계획을 예정대로 발표하기로 했으나 조사 결과에 따라 투기사실이 더 확인된다면 이마저 장담할 수 없다.

예로부터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 끈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예상 가능한 후보지에 투자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를 LH직원이 실행했다는 점은 직무윤리상 적절치 않았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증권사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증권사는 임직원이 주식을 사고 팔 때 회사에 신고하도록 돼 있는 등 규정이 명확하다. 활황세였던 주식시장에서 이들이라고 돈을 벌고 싶지 않았을까?

특히 언론보도에 따르면 토지 매입 시작은 2급 직원으로 알려졌다. 2급 직원이 이에 대한 파장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거기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게시된 LH직원들의 글은 국민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블라인드에는 "LH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라는 법이 있냐", "얻어걸린 것일 수도 있다"면서 LH직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이 게재됐다. 참고로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신도시와 무주택만 바라보며 투기와의 전쟁을 믿어왔는데 정말 허탈하다"면서 가감없는 조사와 국정감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시작됐다.

국민은 신뢰를 잃어버린 정책을 지지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내내 '부동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판국에 토지공기업 직원들의 투기의혹은 '부동산 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정부가 일벌백계를 천명한 만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습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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