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3.07 16:00

생산유발 효과 24.4조·부가가치 유발효과 5.9조…기술적 파급효과는 49.5조 달해
전체 부품 국산화율 65% 넘겨…공동 개발 참여 인도네시아 분담금 미납 걸림돌

지난 18일 경기 고향 킨텍스에서 열린&nbsp;2020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에서&nbsp;한국형&nbsp;전투기인&nbsp;KFX 모형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br>
2020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에서 한국형 전투기인 KFX 모형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2022년 7월 첫 비행에 나설 예정인 한국형 전투기 KF-X의 스텔스 외형이 지난 3월 1일 공개됐다. 20년을 끈질기게 버텨 온 대한민국 자체 전투기 개발 사업이 빛을 본 것이다.

다만 KF-X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6044억원을 미납한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KF-X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KF-X, 8조8000억원 투입…단군 이래 최대 무기 개발사업

첫 국산 기술로 전투기를 만드는 KF-X 사업은 지난 2015부터 2028년까지 8조8000억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무기 개발사업'이라 불린다. 

KF-X는 동체 길이 16.9m에 날개 길이 11.2m로 현존 전투기 중 맥도널 더글러스의 F-18과 크기가 비슷하다.

오는 2026년까지 기본 비행성능과 공대공 전투능력을 구비하는 체계개발이 모두 끝나면 이후 2년간 공대지 전투능력을 구비하는 추가 무장시험이 진행된다. 

다음달 최초로 출고되는 시제기 1호기는 현재 약 93% 공정이 완료된 상태다. 

전투기 동체 뿐 아니라 80여개의 주요 부품은 국내 자체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 특히 공중전에서 적기를 먼저 식별하고 지상 타격 목표물을 찾아내는 '전투기의 눈' 역할을 맡은 AESA(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 등도 우리 기술이다.

핵심 장비인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제품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도입해 39%의 국산화율을 보이고 있다. 전체 부품의 국산화율은 65%를 넘겼다. 

시뮬레이터나 경비지원 장치 등의 훈련체계는 90% 국산화율을 달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개발 과정에 참여한 국내 업체만 800여 곳이 넘는다.

방위사업청은 KF-X 사업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기체계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KF-X의 생산유발 효과는 약 24조4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5조9000억원, 기술적 파급효과 49조5000억원에 달한다. 

제조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사업 시작 이듬해인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미 본사와 1차 협력업체만을 따져 1만1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정광선 방사청 KF-X사업단장은 "사업 완료시까지 취업 유발효과는 11만명에 달할 것으로 본다"며 "본격 양산이 시작된다면 엄청난 인력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 계획상 KF-X 1대당 가격은 800여 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방사청은 KF-X의 최종 개발이 완료된다면 300~500대 가량의 수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상황은 변수…"인니와 공동개발 아니더라도 사업 추진에 문제 없어"

KF-X 사업 개발비 중 20%에 달하는 1조7333억원을 분담하기로 하고 공동 개발에 참여한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변수로 꼽힌다.

KF-X 공동개발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6년 이후 3년 동안 분담금 6000억원을 미납했다. 또한 잠수함 계약금 1600억원도 1년 8개월째 한국에 지급하지 않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23일 방위사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KF-X 분담금 미납액 규모는 12월 기준 6044억원에 달한다. 2016~2020년 지급하기로 계획된 분담금 8316억원 중에서 4분의 1 수준인 2272억원만 지불됐다.

인도네시아는 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돈 지급을 미루고 있다. 경제성장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우선이고, 코로나19가 겹쳤다는 것이다. 

이런 국면에 동남아 방산시장 공략을 위해 조용히 움직이던 프랑스가 그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측은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부 장관이 현지 TV에 출연해 "서명은 하지 않았으나 많은 작업을 수행했고, 거래도 잘 진행됐다"고 밝히는 등 합의 성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내년 초 체결될 것으로 알려진 양국간 포괄적 방산협력협정에는 프랑스가 라팔 전투기 36대 외에 스콜펜급 잠수함 3척, 고윈드급 초계함 1~2척, 스칼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포함한 첨단 항공무장 판매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닷소, 탈레스, 에어버스 등이 기술이전과 산업협력을 제공하고, 금융지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인도네시아와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일각의 설(說)을 일축했다. 정부 관계자는 "KF-X는 생산단계라 전력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인도네시아는 전투기 교체 주기에 따라 당장 필요한 전투기를 구매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와의 공동개발이 아니더라도 사업 추진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광선 방위사업청 KF-X 사업단장도 지난 2월 24일 경남 사천 KAI 공장에서 열린 KF-X 시제 1호기 언론공개 행사에서 "인도네시아가 코로나19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양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와의 공동개발이 무산되면 KF-X 사업이 끝까지 못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공동개발이 무산되더라도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은 국익…'KF-X+알파 패키지 딜' 필요

정부는 KF-X 사업에서 인도네시아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시제기 출고가 임박하는 등 개발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과 함께 공동개발을 통해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만들어 주는 시제기 수가 극소량이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공동개발을 통해 KF-X를 약 40여대를 생산하는데, 이 중 한국이 시제기로 생산해주는 양은 극소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인도네시아가 한국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자체 생산하는 양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와의 공동개발 무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시제기 생산량 목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 KF-X 사업단은 "양국간의 비용분담계약에 따라 인도네시아측이 지불의무 연속 2회 미 이행 시 인도네시아측이 이미 납부한 금액은 환불되지 않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인도네시아가 이제 와서 공동개발에서 발을 뺀다고 해도 이미 납부한 2272억원에 대해선 한국이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인도네시아 국방부간 모든 형태의 효과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와 함께 가야하는 이유도 있다.

바로 '국익' 때문이다. 우선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의 최대 무기수출국이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14년~2018년 한국이 수출한 무기의 17%를 구매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는 KF-X 외에도 다수의 무기구매를 했고, 앞으로도 할 예정인 전략적인 관계의 국가이기 때문에 '공동개발 무산'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로 상황을 끌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KF-X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서도 공동개발국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이익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KF-X +알파 패키지 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센터장은 "인도네시아가 원하는 다른 사업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국가별로 방산수출 드림팀을 구성해야한다. 인도네시아에 한사업에 한 제품만 딜을 할게 아니라 국가 전체로 딜을 해야한다"면서 "인도네시아가 원하는 지상무기·전투기·잠수함이 있다면 프랑스 전략을 압도할 수 있는 민간부문을 포함한 패키지딜과 한번에 정부와 정부의 딜을 할 수 있는 'G2G' 패키지 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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