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영교 기자
  • 입력 2021.03.05 15:59
5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강은미 정의당 비대위원장과 성소수자위원회 관계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정의당' 캡처)
5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관계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정의당TV' 캡처)

[뉴스웍스=조영교 기자]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변희수 전 하사의 죽음을 추모하며 국회에 계류중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지난 3일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전역 당한 변희수 전 하사가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달 24일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강은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릴 때부터 군인이 꿈이었던 스물세살 청년이 세상을 떠났다"며 "고인이 된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빈다"며 말문을 열었다.

강 비대위원장은 '네가 너인 것에 다른 사람을 납득시킬 필요 없다'는 웹툰 이태원 클라쓰의 대사를 인용하며 "차별과 혐오, 편견에 목숨을 걸고 투쟁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나'라는 존재를 부정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가 선택하고 말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의 죽음은 개인의 비극적 선택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차별과 혐오라는 가해를 묵인하고 방치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이제 더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늦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할 정치권에서 '보지 않을 권리'를 말하며 혐오와 차별을 방치하며 오히려 선동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삶을 누리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보호막이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더 이상 나중은 없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더 이상의 죽음이 이어지지 않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주시기를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장혜영 의원도 이날 "(변희수 하사는)한 사람의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 살아가길 바랐다"며 "대한민국을 지키는 한 사람의 군인으로 살아가기를 꿈꿨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의 성별은 기갑부대에서 전차를 모는 그녀의 일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며 "그러나 트랜스젠더를 대하는 군의 차별적인 시각은 한 군인으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정당한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이 부당한 차별에 맞서 자신을 걸고 싸웠다. 수많은 시민들이 그녀의 정당한 싸움에 함께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UN도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러나 대한민국 정치는 그녀를 외면했다"며 "누구보다 앞장서 모든 시민의 생명과 존엄을 지켜야 할 국회는 그녀에게 쏟아진 부당한 차별을 외면하고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변희수 하사는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변희수 하사의 싸움은 여전히 우리의 싸움이다"며 "그것은 차별과의 싸움이다. 차별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폭력"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차별금지는 단순한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현존하는 폭력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시급한 국가적 책무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난무하는 여러 부당한 차별을 법적 금지대상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차별로 발생하는 피해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사전에 차별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이 담고 있는 내용이 바로 이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지난 2007년을 시작으로 14년간 무려 8번이나 국회에 발의되었지만 아직도 단 한번 소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함께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모든 변화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며 "변희수 하사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해달라. 그리고 변화를 위해 행동해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든 시민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이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하게 느껴진다 해도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포기하지 않는 우리가, 바로 존엄과 평등의 미래를 여는 희망이기 때문"이라고 말을 마쳤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이후 8차례나 발의돼왔으나 일부 종교계, 보수단체 등이 극심한 반발로 매번 철회되거나 임기 만료 등으로 폐기됐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이 계류된 상태다. 제정안엔 성별, 장애, 나이, 출신국가, 종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영역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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