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의 덕후철학] 싱글몰트위스키 시대
[이호영의 덕후철학] 싱글몰트위스키 시대
  • 이호영 철학박사(런던대)
  • 승인 2016.04.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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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취하는 술보다는 맛과 향을 즐기는 술이 문화적 성숙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소득의 증대에 따라 문화적 수요도 다양해진다. 위스키에서도 그 점은 마찬가지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설 때 와인이 눈에 띄고 1만5000달러면 골프가 대중화 하며 2만 달러를 넘어서면 싱글몰트위스키와 재즈, 그리고 캠핑이 유행한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지금은 싱글몰트위스키 시대다.

소득 2만 달러 이전에도 위스키는 없어서 못 마셨다. 그리 본다면, “위스키면 위스키지 싱글몰트위스키는 금테 둘렀을까”라고 반문할 수 있다. 이런 딴죽은 마치 자동차를 국산과 외제만 있다는 듯 나누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심지어 국산차도 외제 마크를 다는 시대다. 더 이상 국산과 외제의 구분은 달리 의미가 없다. 자동차는 메이커, 유형, 엔진 형태 그리고 구동방식에 따른 차이가 크다. 2만 달러 시대에 촌스럽고 구태의연한 이분법으로는 명함 내밀기 힘들다는 말이다.

영국의 고급 승용차 롤스로이스와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페라리가 다르듯 술도 다 다르다. 이제는 무조건 깡소주나 폭탄주가 아니라 술도 취향에 따라 고르는 시대다. 2만 달러 시대의 애호가의 문화적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 주기에 싱글몰트위스키라고 하는 것이다.

변화는 비단 위스키 뿐 아니다. 와인, 코냑, 칼바도스, 사케, 고량주, 버번의 소비 역시 질적으로 탈바꿈했다. 이전에는 단지 호기심으로 마셔보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을 찾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미국 술 버번도 짐 빔(Jim beam)이나 잭 다니엘(Jack Daniel’s)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에 따라 맛도 향도 다 다르다. 수많은 버번을 마셔가며 자기만의 취향을 찾는 여정을 거쳐야 비로소 진정한 자신만의 기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와인이라면 맛이 쌉쌀하면서 시큼털털하다고 여겨왔지만 더 이상 그런 선입견은 통하지 않는다. 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와인 애호가는 품종, 숙성, 연도 또는 신맛, 떫은 맛, 바디에 따라 기호를 달리한다. 와인이라면 무조건 좋다고 받아 마시던 때는 지났다는 말이다. 그렇다. 이제는 가려 마시는 시대다. 그래서 나를 보여주는 술,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진 술 문화로 변화한다. 싱글몰트위스키란 이런 변화의 대표 선수다.

술만이 아니다. 2만 달러 시대는 다른 취미나 기호품도 취향에 따라 차별화한다. 베스트셀러라고 무조건 남 따라 구매할 이유는 없다. 골프 유행도 한풀 꺾여 많은 골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만 실질적으로 골퍼의 질은 더 고급화했다. 요즘 골퍼는 골프장이나 장비를 더 가린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헛소리다. 2만 달러 시대의 명필은 붓을 더 잘 가린다. 아니 붓마다 가진 개성을 더 잘 드러내야 명필이다.

캠핑은 유행하려다 말았다. 대신 아웃도어는 시장이 포화상태다. 나라는 좁고, 캠핑장 시설은 빈약한 데다 규제도 심하다보니 캠핑 문화가 정착하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꿩 대신 닭이라고 아웃도어가 뜬 것이다. 못 다 핀 캠핑이 아쉬울 뿐이다.

재즈는 이미 뉴욕의 명문 재즈클럽 블루노트(Blue note) 서울점이 경영악화로 철수하면서 ‘아니다’라는 답이 나왔다. 반면 일본에서는 소득과 상관없이 재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한 때 유행한 적이 있지만 재즈는 그리 와 닿는 음악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인지 국악과 재즈의 접목을 시도한 퓨전국악도 풀이 죽었다. 어쩌면 재즈보다는 끈적끈적한 감성을 들려주는 블루스를 기대하는 것이 빠를 듯하다.

술은 저마다의 말을 건다. 좋아하는 싱글몰트위스키를 앞에 두면 특유의 악센트로 자기 말도 하고 내가 하고픈 말까지 한다. 홀로 잔을 들어도 대화는 즐겁기만 하다. 좋은 술에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요구가 바로 나를 만들어 내고, 나를 드러내는 취향이다.

스코틀랜드 격언에는 좋은 술이 있으면 그 위에 더 좋은 술이 있다고 한다. 술꾼의 나라다운 속담이다. 21세기 2만 달러 시대의 싱글몰트위스키 유행이 말하는 바는 진정한 자기만의 문화적인 색채를 만들어 내라는 것이다. 더 이상 무미건조한 명함만으로는 내 개성을 보여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외적으로 드러내고픈 인상을 만들고, 재즈는 문화적 감성을 의미한다. 캠핑은 자연 친화적 삶의 여유를 말하고 싱글몰트위스키는 그 사람의 성격을 드러낸다. 2만 달러 시대에 자기만의 색채를 그리지 못하면 3만 달러가 되어도 그 삶은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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