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1.03.08 05:30

제롬 파월 "물가상승 일시적…금리억제 조치 인내할 것" 언급에 10년물 금리 장중 1.62%까지 급등
"회복국면 앞두고 적정 금리 수준 찾아가는 일종의 성장통…주가 급락 등 금융시장 쇼크는 없을 듯"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청사 전경. (사진=연방준비제도이사회 페이스북 캡처)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청사 전경. (사진=연방준비제도이사회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5%대에 진입한 가운데 국채 금리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상승 억제 조치를 당분간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금리 상승을 점치는 주요 배경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55%를 기록했다. 장중 1.62%까지 오르는 등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4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채권 시장이 기대하고 있던 채권수익률통제(YCC)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도입 등 금리 안정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에 대한 어떠한 것도 언급하지 않아 실망감을 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파월 의장은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10년 국채 금리 급등과 관련해 일부 우려를 표했지만 경고의 메시지는 전달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로서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 현상을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국채수익률 급등은 주목할 만하고,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며 "무질서한 금융 여건, 전반적인 금융 여건이 더 긴축될 것은 우려된다"고만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만큼 연준은 인내할 것"이라며 물가압력 확대에 따른 정책기조 전환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했다. 이와 관련해 "정책금리를 올리려면 완전 고용과 2% 이상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달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최근 금리 상승이 장기 채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 채권을 팔고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OT 정책이나 연준이 채권 금리를 통제하는 YCC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파월 의장의 연설 내용이 미 연준의 기존 입장을 강조한 수준에 그쳐 실망감을 던져줬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은 국채 발행량 증가와 경기 회복 전망에 따른 것이다. 미 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1조9000억달러(약 2145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책의 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할 수 밖에 없다.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국채 금리는 오르게 된다. 6일(현지시간) 코로나19 부양책이 미 상원을 통과하며 금리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 회복 전망에 따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것도 국채 금리가 오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면 그만큼 국채 금리는 오르게 되며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채 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과 대체 관계에 있는 주식의 매력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시장에서 S&P500의 배당수익률은 약 1.5%로 추정되고 있는데 안전자산인 채권의 수익률이 주식보다 높다면 유동성은 주식에서 채권으로 이동한다. 지난해 0.5% 수준이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올해 1.5%까지 오르며 매력이 높아진 반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주가는 덜 매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과 시장간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시장 달래기 발언이 없었다는 실망감으로 인해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마침내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1.5%대에 진입했고, 이 같은 상승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당분간 금리 속등 현상의 진정을 요구하는 금융시장과 지켜보자는 미 연준간 갈등이 이어질 수 있지만 이는 강한 성장 모멘텀 회복국면을 앞두고 적정 금리 수준을 찾아가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연구원은 "예상보다 미국 금리가 시장이 우려했던 수준(10년 국채 금리 1.5%)에 빠르게 진입한 것이 부담스럽지만 이 수준이 주가 급락 등 소위 금융시장의 쇼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히려 경제가 금리 수준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음을 경제지표 등을 통해 확인하고 물가 상승 역시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된다면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은 재차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상승 역시 중앙은행의 긴축이 아닌 긍정적 경기에 근거한 만큼 주가와 금리는 향후 동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최근 증시 발작은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과정 중 발생하는 소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경제 정상화가 속도를 낼수록 증시 변동성도 함께 잦아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당분간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연준은 소비·투자 촉진을 위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면서도 너무 높은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대인플레가 연준이 목표하는 수준(2%중반)을 크게 벗어나는지 여부가 향후 개입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의도치 않게 단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경우도 연준이 조치에 나서는 조건이 되고,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주가하락 역시 연준이 조치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미 주식시장은 금리급등에도 비교적 질서있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연준의 개입가능성을 낮추는 배경"이라며 "결론적으로 연준은 Yield curve control, 장기채 매입확대 등을 활용할 수 있겠으나 액션이 취해지기 위한 허들은 예상보다 다소 높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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