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4.25 15:18
(왼쪽부터)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혜훈 새누리당 당선자

흔히 기업과 재계 입장에서는 진보·좌파 정당보다는 보수·우파 정당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념상으로나 정책적으로 보수정당이 정부의 개입보다는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등 친(親)시장적이고 친기업적인 성향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5월 30일 개원할 20대 국회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론자’가 새누리당 내에서 대거 당선됐고, 특히 재계와 관련성이 높은 상임위원회에 포진해 기업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벌써부터 ‘여당표 재벌 때리기’를 대대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 후 당선한 유승민 의원의 정치적 ‘몸 값’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미 대권주자의 반열까지 오른 유 의원의 새누리당 복귀는 시간문제다. 그는 여권 내에서 대표적인 경제민주화론자이자 증세론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은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서민 중산층 편에 서겠다”고 선언한 그에게서는 반(反)재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유 의원이 새누리당에 복귀한 뒤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유승민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 의원의 측근들 역시 경제민주화론으로 똘똘 뭉쳐있다. 부산 금정구에서 홀로 공천을 신청해 안정적으로 복귀한 김세연 의원은 어느덧 3선 중진의원이 됐다. 김세연 의원은 유승민 공천 파동 당시 공개적으로 유 의원을 지지했던 인물로 배임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는 반드시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세연 의원은 현재 차기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 격인 정책위의장 후보군에 올라 있다. 

진박의 대표 후보였던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가까스로 물리치고 권토중래한 이혜훈 당선자 역시 3선에 성공, 여당 내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이 당선자는 박근혜 정부 내내 재벌과 대립각을 세우며 기업인 사면, 규제 해소 등을 비판해왔다. 이 당선자는 지난해 9월 TBS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기 활성화와 관련해 "재벌개혁이 핵심"이라며 사내유보금이나 하도급 계약과 관련해 강력한 재벌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계는 이혜훈 당선자가 어떤 상임위원회에 배치될지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지난 18대에서 기획재정위원회의 여당 간사를 맡았던 이혜훈 당선자가 재계와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돼있는 정무위원회로 갈 경우 여당표 경제민주화의 선봉장을 자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혜훈 당선자의 발언 수위는 김세연 의원보다도 더 높다. 최근 “유승민 의원이 현재 여권 내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라며 유승민 띄우기의 전면에 나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와 지지율 급락 등 위기를 맞은 상태에서 또 다시 경제민주화 코드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차기 당권과 대권을 두고 경제민주화론자들이 힘을 합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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