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6.04.25 16:56

대주주 방만경영, 부실 지원 등 책임은 누가 지나

경남 진해만의 STX조선소.

조선, 해운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이행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업체간 단순 빅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조선,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앞서 선정한 5대 취약업종 가운데 유동성 악화로 대수술이 시급한 해운 및 조선업의 구조조정을 최우선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미 채권단과 시장에서는 업체간 인수합병(M&A)에 의한 통폐합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보거나 해외사례를 볼 때 기업별 구조조정으로는 실효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 상황의 1차 책임자인 해당 기업 대주주를 비롯 정부와 채권단, 정치권까지 서로 부담을 떠넘기려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25일 채권은행에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해 양대 해운업체의 합병논의는 본격화됐지만 산넘어 산이 될 전망이다.

당장 두회사의 합병을 시도한다면 법률상 사채권자 보호비용만 조 단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지불할 비용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구조조정을 주도할 채권은행들이 책임을 지고 합병을 결정할 지 또한 미지수다.

결국 M&A를 할려면 두 회사의 가치(시가총액 약 1조원)를 웃도는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해운산업의 국가적 효익을 고려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기존 대주주의 모럴헤저드 논란도 함께 둘러봐야 한다.

관련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간 합병설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외교역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나라의 경제구조와 해상물류 경쟁력확보의 국가적 필요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합병해도 기대한 만큼의 구조조정 효과나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해외 영업망이 붕괴돼 화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물류 선진국이나 중국 등과 달리 단독 선사로 전환한다면 가격주도권을 경쟁국 선사들에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운동맹 중심의 세계 해운산업 체계에서 국적선사의 영향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고 부산항의 환적 경쟁력도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양대 선사를 모두 살리기 위한 이해관계자의 자금조달 방안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데 있다.

현재 어느 정도 구조조정의 틀이 짜여진 조선업종에 대해서는 현대-삼성-대우 3대 조선사를 한 두개로 합쳐야 할 시점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선박과 플랜트 부분에서 다시 한번 시장 주도권을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합병이 이뤄진다면 경남 거제에 위치한 삼성과 대우의 결합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대형조선 3사의 방산부문을 따로 분리해 방산전문기업을 새로 세우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문제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한 재원조달방안이다. 결국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부실을 주도적으로 떠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정부 재원이 투입돼야 할 방안이어서 대주주 책임론과 함께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한계업종의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한국은행을 동원해 산업금융채권을 인수토록 하자는 ‘한국판 양적완화’방안까지 총선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야권은 이같은 방안에 반대해 실현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정부는 24일 열린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경제현안회의에서 구조조정 자금 재원조달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현 상황에 대한 책임지는 주체없이 국민혈세만 쏟아붓는 상황이 생긴다면 국민적 저항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현 국내 조선, 해운산업 위기의 배경은 수요공급 차원도 있지만 대주주의 방만경영과 정부의 선제적 구조조정 부재에 따른 측면이 크다”며 “거론되는 조선업체 통폐합 전략의 경우 글로벌 조선산업 구도상 원천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조선 통폐합전략은 국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그 수혜는 중국이 가져갈 것”이라며 “틈새시장 개척, 조선소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며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드는 계획부터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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